[로컬크리에이터] ‘함창명주’ 명성 살리기 혼신…관광 활성화·일자리 창출 뒤따라와

정성환 기자 2024. 12.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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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 (32) 이민주 아워시선 대표
폐숯가마 활용 카페 ‘명주정원’ 조성
곶감 소금빵 등 지역 특산물도 선보여
매년 14만명 발길…연매출 10억 달해
로컬창업자 육성 위해 마케팅 교육도
이민주 아워시선 대표가 경북 상주시 함창면에 있는 카페 ‘명주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이곳은 버려진 한증막에서 각종 문화 체험이 열리는 베이커리 카페로 재탄생했다. 강재훈 프리랜서 기자, 아워시선

경북 상주시 함창읍은 신라시대부터 질 좋은 명주가 나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근대화 이후 함창 명주는 값싼 외국산 명주에 밀려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고 지역이 쇠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근 함창을 다시 명주로 부흥시키겠다는 로컬크리에이터가 나타났다. 11월26일 함창에서 이민주 ㈜아워시선 대표를 만났다.

‘명주정원’ 내벽엔 함창 명주로 복원한 영조대왕 도포가 전시돼 있다. 강재훈 프리랜서 기자, 아워시선

아워시선은 ‘우리(our)’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의미로 이 대표와 동생이 함께 창업한 공간기획사다. 지역에 버려진 공간이나 역사·특산품 등 주목받지 못했던 자원을 카페나 숙소로 만들고, 그곳에서 다양한 즐길거리를 개발한다. 현재 카페 2곳과 숙소 1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시각디자인과 호텔경영을 공부했으며 프랑스식 고급 음식점에서 일한 경력자다. 상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식품 회사에서 일하다 2019년 경북도가 추진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를 계기로 고향에 돌아왔다.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는 경북으로 주소지를 옮기는 청년에게 창업·창작을 지원하는 제도다. “원래 지역 자원에 관심이 많아 귀촌을 선택했어요. 특히 함창의 명주는 정말 좋은 지역 자원인데도 주목받지 못해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런 마음을 담아 카페 이름을 ‘명주정원’이라고 붙였습니다.”

찜질하던 가마를 그대로 살린 황토방. 강재훈 프리랜서 기자, 아워시선

함창 명물로 자리 잡은 베이커리 카페 ‘명주정원’은 본래 10년 동안 방치된 숯가마 한증막이었다. 이 대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지역 자원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말했다.

카페 외벽은 인근 벽돌공장에 보관 중인 오래된 갈색 벽돌을 활용했고 입구엔 한증막의 소금방을 장식하던 분홍 소금을 깔았다. 찜질용 가마도 철거하지 않고 황토방으로 만들었고 숯을 옮기던 바닥의 레일도 재활용했다.

‘명주정원’ 대표 메뉴인 ‘상주의 봄 다과상’과 ‘상주 곶감 소금빵’. 강재훈 프리랜서 기자, 아워시선

이곳엔 상주 농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가 가득하다. 카페 한편엔 다양한 빵이 쌓여 고소한 향을 풍긴다. 특히 ‘상주 곶감 소금빵’은 곶감의 은은한 단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 메뉴인 ‘상주의 봄 다과상’은 감잎과 돌배·유자 등을 섞어 우려낸 차와 달콤한 망고케이크가 곁들여 나온다. 지역 농가에서 재배한 ‘샤인머스캣’으로 만든 에이드도 맛볼 수 있다.

한증막에 있던 화로를 그대로 살려 연말 분위기가 나게 꾸민 ‘명주정원’ 내부. 강재훈 프리랜서 기자, 아워시선

이 대표는 ‘명주정원’ 말고도 다양한 공간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2022년 설립한 ‘명주서가’는 함창 향교 일부를 개보수한 한옥 숙소다. 1636년에 세워진 한옥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상주 시내에선 브런치 카페 ‘상주공간’을 운영하며 곶감 디저트를 판매한다. 이밖에도 상주 박물관의 야간 관람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역 콘텐츠를 개발한다.

“지역은 일할 청년이 귀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무리 넓은 공간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기획하죠. 사업을 오래 지속하게 만드는 비결입니다.”

‘명주정원’ 개보수 전 모습. 강재훈 프리랜서 기자, 아워시선

성과도 뛰어나다. ‘명주정원’은 연간 14만명이 방문하는 상주의 인기 관광지로 거듭났으며 연매출은 10억원에 달한다.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하며, 특히 지역 경력 보유 여성(경력 단절 여성)의 채용 비중이 높다. 아워시선 팀원 11명 중 4명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아이 동반 사무실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 대표는 마케팅 방법을 교육하고 브랜드 구성을 돕는 창업 교육 프로그램인 ‘아워로컬스쿨’을 운영한다. 현재 55명이 수강 중이며 2명은 이미 창업한 상태다. 11월엔 유명 의류 유통 플랫폼인 ‘무신사’와 협력해 마케팅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함창 명주를 지역 상표화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아워시선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모한 ‘로컬브랜드 상권 창출팀’ 사업에 선정돼 내년까지 예산을 지원받는다. 앞으로 함창 명주의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지리적표시제에 등록하고 관련 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미 지역 장인들과 협업해 명주 노리개 자수 패치를 제작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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