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현실이 된 비상계엄…軍은 45년만의 악몽

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2024. 12. 4.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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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면 어떤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나. 저는 안 따를 것 같다."

3개월 전 야당의 '계엄령 준비 의혹' 제기를 과도한 정치공세 쯤으로 치부했던 것이 진짜 현실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김용현 장관이 대통령 경호처장 재임시 방첩‧수방‧특전사령관을 공관에 불러 회동한 것에 주목해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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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 "국민이 용납하겠나" 했던 국방장관이 계엄 선포 건의
한동훈 대표, 오세훈 ‧박형준 시장 등 여당 중진도 등 돌려
野 '계엄령 준비 의혹'에 과대망상 폄하했던 게 믿기 힘든 현실로 둔갑
국회의원의 의사당 출입 막은 반헌법적 처사에 비판 폭주
김용현 국방부 장관. 윤창원 기자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면 어떤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나. 저는 안 따를 것 같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9월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공세를 힐난하듯 반박했다. 그랬던 김 장관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 30분 긴급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전격 발표했다. 여당 원내대표조차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할 정도로 초특급 보안 속에 이뤄졌다.

1979년 10.26사태 이후 45년 만에 등장한 비상계엄의 충격파는 정국을 강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등 여권 중진들도 등을 돌렸다.

무엇보다 국민들을 경악케 한 것은,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자리 잡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뚜렷한 근거도 없이 계엄이 선포된 사실이다.

3개월 전 야당의 '계엄령 준비 의혹' 제기를 과도한 정치공세 쯤으로 치부했던 것이 진짜 현실이 됐다.

처음엔 가짜뉴스겠거니 귀를 의심하며 어리둥절했던 시민들은 분노를 폭발시키며 각자 방식대로 거대한 저항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김용현 장관이 대통령 경호처장 재임시 방첩‧수방‧특전사령관을 공관에 불러 회동한 것에 주목해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여당은 설령 계엄이 선포돼도 거대 야당이 과반수 의결로 해제할 수 있음을 들어 야당의 과대 피해망상증으로 몰아붙였다.

그러자 야당은 2017년 박근혜 정부가 작성한 기무사령부(현 방첩사) 계엄 문건을 거론하며 공세를 이어갔지만 파장은 크지 않았다.

기무사 문건은 야당 의원의 불법시위 참가 등을 빌미로 현행범으로 체포해 의결 정족수 미달을 시도한다는 내용이었지만, 대명천지에서 현실 가능한 일로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이) 계엄령, 계엄령 하는 걸 보면 이게 무슨 귀신이 뭘 잘못 먹고 얘기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황당하다. 정말로 황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3개월 뒤 벌어진 실제 상황은 상상을 넘어섰다. 국회의원 체포 수준이 아니라, 군대를 동원해 국회의사당 출입 자체를 막는 심각한 반헌법적 처사가 버젓이 자행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저지하려는 시민 및 국회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 "의원들의 국회출입 막거나, 회의 소집 막으면 그 자체 내란범죄 성립(5.18재판, "헌법국가기관의 권능행사 불가능케" 하면 내란죄 해당)"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불과 몇시간 만에 무위에 그친 계엄 소동에 감당하기 힘든 역풍에 직면하게 됐다.

첫 번째 표적은 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장관이 될 수밖에 없다. 야당은 국민을 감쪽같이 속인 괘씸죄까지 물어 빠른 시일 내에 김 장관 탄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김 장관의 권한행사는 헌법재판소 결정 전까지 정지되며, 그 사이에 계엄 선포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야당은 물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국회 결정으로 지난밤 있었던 위헌, 위법 계엄 선포는 효과를 상실했다"고 밝혀 윤 대통령과 사실상 결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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