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150분만에 끝난 계엄령 승부수 … 사면초가 자초한 尹
"야당 폭주에 행정기관 무력화"
입법·사법·행정기관 마비에
반국가 행위로 판단해 결단
"위법이나 위헌에 해당될수도"
野 주도 尹 탄핵절차 속도낼듯
◆ 심야 계엄령 대혼란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3일 밤 11시를 기점으로 발동했지만, 약 2시간 만인 4일 오전 1시께 국회 의결로 해제됐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탄핵을 당한 것과 같은 상황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같은 자충수를 둔 이유에 대해 대통령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 말고는 뾰족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일 밤 윤 대통령의 긴급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에도 대부분 예산안과 관련해 야당을 질타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비상계엄이었다. 국가 정보기관은 물론 군당국, 경찰 등 모두가 몰랐던 조치였다는 점에서 대혼란이 벌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비상계엄은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맞아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포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윤 대통령은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계엄 선포의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다"면서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가 없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계엄을 선포하고 2시간이 지났을 때 국회에서는 재석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이로써 계엄은 효력을 상실했다.
당장 계엄 선포에 대한 위헌·위법 여부가 문제가 될 전망이다. 한 국립대 정치학 교수는 "국회를 누구 마음대로 폐쇄하는건지 모르겠다"면서 "계엄 선포 행위 자체는 대통령이 그렇게 판단했다니까 그럴 수 있겠지만, 구체적인 행위에서 위법이나 위헌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탄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헌정질서 유지를 위해 불가피했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윤 대통령 스스로 헌정질서를 유린한 위법 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당장 "이런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는 국민의힘이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당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보면 "피청구인(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짚었다. 즉 윤 대통령은 이번 결정으로 오히려 탄핵으로 가는 문을 스스로 열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언하면서 야당이 계속된 입법 폭주와 예산안 강행 처리, 그리고 감사원장과 검사장 등에 대한 탄핵으로 행정기관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면서 사법 기능마저 멈추게 하며 입법·사법·행정에 걸친 국가기관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했다.
야당은 지난달 29일에 정부·여당과 증액 예산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액만을 반영한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 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규탄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규정한 뒤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통령은 또 야당을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이라고 비난하면서 "일거에 척결하겠다"고 했다. 이는 군을 동원한 체포 내지 정당에 대한 해산이나 집회 등 금지 등을 예고하는 것으로 읽혔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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