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독단적인 불법 계엄 선포... 국회, 2시간 만에 계엄 해제 의결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심야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대한민국의 비상계엄 선포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이후 44년 만이다. 반헌법적이고 독단적이고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정치권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일시에 멈췄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계엄군이 쳐들어가며 군부 독재시대 때나 볼 수 있던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국회는 4일 긴급 본회의를 열고 계엄령 해제를 요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새벽 본회의를 소집한 뒤 계엄법 11조에 따라 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회의장에는 여야를 아울러 190명의 의원이 모였고, 전원 찬성했다. 본회의는 4일 새벽 00시 48분에 열렸고, 1시 정각에 안건을 상정했다.
우 의장은 본회의 소집 직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조치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국회를 믿고 차분하게 상황을 주시해주기 바라며, 모든 국회의워는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오후 10시 25분쯤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계엄 선포는 헌법과 계엄법에 따라 대통령이 내릴 수 있는 권한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 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계엄 선포는 분명 불법이다.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를 통해야 하지만 이날 국무회의에서 관련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계엄 선포의 법적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다. 대한변협은 자정쯤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자유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위헌행위”라며 “대통령 스스로 비상계엄을 즉시 해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상황을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명령하며 비상계엄을 내렸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 추진 중에 있다"면서 "이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전례 없던 상황"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움직임을 근거로 삼았다. 윤 대통령은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 검사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며 "국가 예산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 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민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매년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지만 윤 대통령은 최근 민주당 주도로 내년도 예산안이 상정될 뻔한 움직임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에서 재해 대책 예비비 1조 원, 아이 돌봄 지원 수당 384억, 청년 일자리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등 4조1,000억 삭감, 심지어 군 초급간부 봉급과 수당 인상, 당직 근무비 인상 등 군 간부 처우 개선비조차 제동 걸었다"며 이유로 삼았다.
그러면서 "이러한 예산 폭거는 한마디로 대민 국가 재정 농락하는 것"이라며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런 민당의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재차 계엄 선포의 근거를 찾았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다"며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자유 민주주의의 기반이 돼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라며 "지금 대민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계엄령의 이유를 취임 초 드러냈던 색깔론, 종북 세력에 대한 반감에 기댔다. 윤 대통령은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민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 행복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며 "저는 이 비상계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며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변했다. 또 "저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며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 대민의 헌법 가치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께 다수 불편 있겠습니다만 이러한 불편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계엄사령부는 "계엄령 선포로 국회, 지방의회, 정당 활동 금지되고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정치활동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과 출판 계엄사도 통제받는다"고 설명했다. 또 "전공의 등 모든 의료인도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반발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조치하겠다"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국회를 믿고 차분하게 상황을 주시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계엄조치를 무력화하기 위한 본회의를 소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상계엄 직후 의원들을 국회로 긴급히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헌법 제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 단독으로 계엄 해제가 가능하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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