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반대 검사 집단성명, 공무원 중립위반 맞나 설전
법사위, 검사들 감사요구안 의결…전교조 시국선언 사례 소환
"당파성 편향성 드러내야 인정" vs "집단행동 금지 알면서…"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3일 서울중앙지검장과 4차장검사, 반부패2부장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반발해 집단 성명을 낸 검사들과 검찰청, 법무부를 상대로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며 감사원 감사요구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 명품백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불법의혹을 모두 불기소처리한 검찰 수사라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명분과 별도로 여야 위원들은 검사들이 이를 비판했다고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법리를 적용하는게 타당하느냐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무부 검찰청 검사의 헌법법령 위반 등에 대한 감사요구안'에 대해 표결한 결과 재석 위원 총 18인 중 찬성 11인 반대 7인으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 안건을 두고 정 위원장은 “검사들에 대한 국회의 탄핵 추진에 검찰 구성원들이 집단으로 반대한 사안 등 법무부, 검찰청, 검사의 헌법 법령 위반 등에 대한 감사 요구안에 대하여 국회법 제127조 2에 따라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 위원장은 특히 이들에 적용된 법률로 국가공무원법 제66조(집단행위 금지)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밖에 공무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을 들어 “검사들의 집단 행동은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집단행위 금지 위반으로 보인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감사원 감사 요구를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 등에 따르면, 평검사들은 2일 내부게시판 이프로스에 이번 탄핵안 발의를 두고 “특정 사건 수사와 처분의 당부를 이유로 이에 관여한 검사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검찰 독립성과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창수 검사장 등의 탄핵소추안에 반대한 검사들의 행위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이들의 행위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 규정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판사 출신의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안건토론에서 “검사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더 부당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그런 의견을 표명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교사들이 집단 의사표시를 한 데 대한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판례를 들었다.
장 의원은 “공무원인 교원이 집단적으로 행한 그 의사표현 행위가 공무원법이나 공직선거법 등 개별 법률에서 공무원에 대하여 금지하는 특정 정치활동에 해당하는 경우 또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행위 등과 같이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만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정도에 이르렀을 때에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고 하고 있다”며 “현 정부 초기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집단행동한 류삼영 총경 등 경찰공무원들에 대해 검찰이 혐의 없으므로 불송치 결정했다”고 제시했다.
장 의원은 “여러 사람이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으로 본다면 대법원의 판례 취지에도 맞지 않고 법리에도 어긋난다,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검사 출신이자 법사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2009년 전교조 시국선언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는 이명박 정권의 독단적 정권 운영에서 비롯됐다'고 한 부분은 당파성과 정치적 편향성이 인정돼 유죄 선고 △2014년 전교조가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 때 '박근혜 대통령 물러나라'고 한 것은 퇴진운동을 벌여 유죄 인정된 사례와 △2013년 전교조가 국정원 댓글 사건 시국선언문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교육의 가치를 지키는 것'의 경우 정치 편향성과 당파성이 인정안돼 무혐의 처리 △ 2015년 전교조 경남지부 무상급식 중단교사 선언도 같은 이유로 무죄 선고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곽규택 의원은 “국가공무원법 66조 1항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한 경우에 국가공무원법 위반인데, 검사장과 차장검사 부장검사 탄핵안이 소추되면(가결) 직무정지가 되는데 그것이 타당한지 여부를 회의한 것은 당연히 공무외의 일이 아닌 '공무를 위한 집단행위'가 된다”고 반박했다. 주진우 의원은 ”한마디로 적반하장 감사요구”라며 “민주당이 탄핵한 게 정치적인 탄압이기 때문에 검사들이 정당하게 의견 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같은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의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하루하루 열심히 일해야 할 검사들이 이렇게 모여서 집단행동 공동운동 하는 것을 보고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반박했다. 특히 남부지검 차장과 부장검사들이 '국회가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그 자체가 권한 남용'이라고 발표한 것을 들어 이 의원은 “자기들이 수사하고 권하는 것은 권한 기소하는 것은 자기들의 권한이고 국회가 고유권한을 행사하면 직권남용이냐”며 “검사들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불기소 디올백 불기소에는 한마디도 못 하더니 자신들 탄핵에는 이렇게 들고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검사들은 이렇게 무도해지고 마치 정당이 되었다”고 했다.
검사 출신의 이건태 의원도 “김건희 여사 불기소 땐 이프로스에 글 하나도 올리지 않은 검사들이 이렇게 공분하는 것을 보고 '과연 검사가 검찰청법에 나와 있는 공익의 대표자 맞느냐', '이 사람들이 공익을 대표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이들의 신분을 존중해 주고 보수도 더 많이 주고 이렇게 특별 대우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당연한 탄핵소추에 대한 집단 반발에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 타당한 반발인지, 집단행위인지, 정치적인지 따져 보자”고 반박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공무원들의 집단적인 의사표시에 대해서는 검찰에서도 지금까지 수십 년간 많은 공무원들 수사했고 또 기소했다”며 “법원도 법률에 의해 벌금형이었지만 유죄 판결을 선고하기도 했고, 검사도 공무원으로서 그와 같은 집단행동이 금지된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것에 대해서 아무도 수사하지 않고 징계를 하지 않으니 이러한 일이 매번 반복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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