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유령처럼 둥둥…바다 위 흉물 ‘방치 선박’
[KBS 전주] [앵커]
도로에 방치된 차량처럼, 바다에도 방치 선박이 있습니다.
운항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폐선 처리도 하지 않은 채 버려둔 건데, 흉물스러운 걸 떠나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오정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군산항 한편에 정박한 유람선.
객실에 들어서자 쾨쾨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의자에 내려앉은 먼지는 딱딱히 굳어버렸습니다.
깨진 창문으로 스며든 소금 바람에 곳곳이 삭았습니다.
["(달력이) 2011년이네…."]
근처에 묶어둔 고깃배도 수년째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듯 여기저기 흉물스러운 모습이 드러납니다.
갑판엔 잡다한 쓰레기가 나뒹굴고, 조타실엔 온통 거미줄이 쳐져 있습니다.
[어민/음성변조 : "이런 배들은 몇 년 안 됐고, 저런 것들은 한 10년 넘었고, 방치된 지가…."]
근처 또 다른 포구도 사정은 마찬가지.
오랫동안 방치된 배들이 겹겹이 쌓였습니다.
대부분 주인이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폐선 처리를 미루다 버려둔 배들입니다.
[어촌계 관계자 :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요, 폐기물 처리면 나 몰라라 하지. 배에 물이 찰 거 아니야. 그럼 가라앉는 거예요."]
방치된 낡은 배들은 오염과 사고 원인이 됩니다.
실제 지난 9월 부산항에서 장기 계류하던 42톤급 유조선이 집중호우에 기울어지면서 배에 남아있던 기름이 바다로 샜습니다.
최근 군산 소룡포구에선 오래 방치된 배에 불이 나기도 했습니다.
[주민/음성변조 : "연기가 엄청나더라고요. 왔다 갔다 하면서 보면 (방치된 지) 오래됐어요."]
항만 당국이 배를 방치한 주인을 고발하거나 이동을 강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선주를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다반사여서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뱃머리에 적혀있던 배 이름을 지웠고요.
조타실 옆에 붙어있어야 할 등록번호판도 떼어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 배 주인이 누군지 알기 어려워지는 겁니다.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파악한 전국의 방치 선박은 천3백여 척.
대집행을 통해 해마다 2백 척 넘게 처리하고 있지만, 방치 선박이 쌓이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군산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음성변조 : "소유자 조회도 하고 (공시송달) 공고도 하고 절차를 거친 다음에 대집행하는 거죠. 고의로 마음먹고 버리는 거기 때문에 선명도 다 지워버리고, 저희가 (집행이) 힘들 수 밖에 없죠."]
버려진 배들이 단순한 흉물을 넘어 바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현장K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정성수/그래픽:최희태
오정현 기자 (oh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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