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도 되나?” 귀한 밍크고래, 무사한 줄 알았더니…이런 일이 [지구, 뭐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국내에 고래 고깃집이 120곳 정도 됩니다”
2021년부터 고래 유통이 전면 금지됐지만, 여전히 합법적인 경로로 고래 고기를 먹을 수 있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지 않은 고래가 의도치 않게 그물에 잡힌 경우에만 유통이 허용된다.
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거나, 불법포획의 흔적이 있는 경우, 좌초하거나 표류한 고래는 폐기 대상이다.
“버릴 바에는 먹자”는 인식과 고래 종류에 차등을 두는 현행법이 불법 포획과 유통을 부추기고, 고래 씨를 말리고 있는 셈이다. 모든 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새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환경운동연합과 시민환경연구소 등은 3일 국회에서 ‘고래 보호를 위한 해양포유류보호법 제정 토론회’를 열고 우리 바다에서 연간 1000마리 가량 고래가 죽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2014마리 ▷2020년 1350마리 ▷2021년 1065마리 ▷2022년 822마리 ▷2023년 615마리 ▷2024년(9월 기준) 327마리의 고래가 우리 바다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마다 눈에 띄게 고래 사망 건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환경단체들은 눈속임이 의심된다고 봤다. 확인된 개체수가 줄어들 뿐 몰래 버리거나, 잡혀서 유통되는 고래들이 더 있을 거라는 추측이다.
현행법상 고래를 혼획하거나 좌초 및 표류한 고래를 발견한 어선은 신고해야 한다. 해양경찰이 현장 출동해 고래 상태를 확인해 불법포획의 흔적이 없으면 ‘처리확인서’를 발급한다.
이 과정이 최소 30분에서 1시간씩 소요되다 보니 바쁜 어민들이 그물에 고래가 잡히더라도 바다에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다.
불법포획으로 판정이 나면 무조건 사망한 고래를 폐기해야 한다. 좌초나 표류로 사망한 고래도 마찬가지다. 혼획으로 판정이 난 경우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가 아니라면 위탁판매할 수 있다.
가령 모피로 잘 알려진 밍크고래는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있지 않다. 국내에서 발견된 고래류 34종 중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는 귀신고래, 상괭이 등 15종에 그친다. 이외에 밍크고래, 등 19종의 고래는 혼획으로 인정받았다면 합법적으로 유통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밍크고래는 연평균 70여마리. 그런데 판매된 밍크고래 고기는 그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 고래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이 120곳, 연평균 2~3마리의 고래를 취급한다고 한다. 보수적으로만 잡아도 120마리 이상의 고래 고기가 판매되는 셈이다.
실제 밍크고래를 조직적으로 불법유통한 사례가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해 7월 포항에서는 밍크고래 17마리를 불법포획해 16억원 규모로 유통한 일당 55명이 검거된 바 있다.
김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밍크고래는 경제성이 높은 데다 보호종도 아닌 터라 합법적인 경로 외의 유통이 많은 것으로 의심된다”며“합법 유통되는 밍크고래마저 우발적으로 혼획된 것인지 의도적으로 혼획된 것인지는 확인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래 보호는 국내 수산물 수출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적으로 고래를 해치거나 죽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어획된 수산물에 규제를 가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7년부터 이 같은 내용의 해양보호법을 시행 중이다. 오는 2026년 1월 발표될 해양포유류 보호 평가에 따라 수산물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고래는 바다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중요한 일원인 데다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기능도 한다. 만약 포경 산업이 이전만큼 고래 개체수를 회복할 수 있다면 사하라 사막 전체를 나무로 뒤덮는 만큼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고래를 비롯한 해양포유류들은 바다에서 호흡을 하기 때문이다. 고래 한 마리 한 마리가 거대한 몸집에 탄소를 가두는 저장소인 셈이다. 또 일정 주기마다 호흡을 하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해양 층을 뒤섞고, 먹고 배설하는 과정에서 바다에 양분을 공급한다.
고래의 멸종은 해양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치는 일일뿐더러 바다와 전 지구의 순환의 관점에서 봐도 ‘손해’라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에 인간도 속한다.
이에 모든 고래를 보호할 수 있는 새 법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 고래 등 해양포유류를 보호를 명시한 법률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수산업법과 수산자원관리법 등의 위임을 받은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가 있다. 그러나 이 고시는 상위 법률대로 고래를 수산자원으로 바라보고 어업인의 소득 보전의 목적으로 해 한계가 있다.
또한 고래가 어업 중 혼획되는 걸 예방하는 장치 등이 마련됐는데도, 금지 행위에 관한 규정과 처벌 등이 미비해 일부 어업인들의 자발성에 의존하고 있다. 어업인들이 고래를 보호할 의무를 강화하면서, 고래를 보호할 종합적인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관련 기사: “아직도 그물에” ‘웃는 돌고래’ 상괭이…탈출 못해 죽고 있다 [단독] [지구, 뭐래?])
김솔 활동가는 “미국 등 해외의 해양포유류 보호법처럼 국내 서식하는 모든 고래와해양포유류를 보하는 법이 필요하다”며 “혼획 저감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고, 혼획 저감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게 하는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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