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동 진화위’의 역사 역주행…군법회의 민간인 사형 판결 효력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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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재판에서 '집단학살을 위한 요식행위'로 적법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국방경비법에 따른 군법회의의 민간인 사형 판결문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로부터 효력을 인정받았다.
이날 퇴장한 야당 추천 위원들은 "백락정이 고등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1951년 1월6일 하루에만 184명을 재판해 49명이 사형판결을 받았다"며 진실화해위가 수집했던 국방경비법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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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락정 사형선고 내리던 날 1명 재판에 2.6분”
김광동 마지막 전체위서 ‘부역몰이’ 결정판
과거사 재판에서 ‘집단학살을 위한 요식행위’로 적법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국방경비법에 따른 군법회의의 민간인 사형 판결문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로부터 효력을 인정받았다. 임기 내내 한국전쟁기 희생자에 대한 ‘부역자 심사’로 비판을 받아온 김광동 위원장은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주재한 전체위원회 회의에서 군법회의 판결문을 이유로 종전의 진실규명 노력을 뒤집었다.
진실화해위는 3일 오후 제92차 전체위원회를 열고 야당 추천 위원들이 항의하며 퇴장한 가운데 백락정(1919년생) 진실규명 결정 취소 및 신청 각하 심의·의결안을 표결 끝에 통과시켰다. 이상훈·이상희·오동석·허상수 위원 등 야당 추천 위원들은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김광동 위원장과 여당 추천 위원인 이옥남·장영수·차기환·김웅기 위원이 의결에 찬성했다. 지난해 11월 충남 남부지역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의 희생자로 1950년 7월 대전 골령골에 묻힌 것으로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졌던 백락정은 국방경비법에 따른 군법회의 사형판결문이 뒤늦게 발견되며 지난 9월 재조사가 의결됐다.
미군정 시기 군인을 처벌하기 위해 만든 국방경비법에 따른 민간인 재판은 그동안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 희생자들의 재심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단심제로 40일 이내 집행됐으며 민간인을 재판하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1기 진실화해위도 2009년 ‘부산·경남지역 형무소 재소자 희생 사건’ 진실규명 보고서에서 군법회의 판결을 사실상 집단학살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백락정이 재판을 받았다 해도 ‘사법적 학살’이 명확한 사안이라 진실규명을 취소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날 퇴장한 야당 추천 위원들은 “백락정이 고등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1951년 1월6일 하루에만 184명을 재판해 49명이 사형판결을 받았다”며 진실화해위가 수집했던 국방경비법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하루 184명을 8시간 근무로 계산하면 백락정이 재판받은 날 1시간당 23명이 재판받은 것으로, 1인당 재판시간은 2.6분이라는 것이다. 이상훈 상임위원은 “컵라면도 3분인데 컵라면도 안 익을 시간에 소액재판처럼 사람의 생사를 결정하는 사형선고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걸 보여주는 통계”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1기 진실화해위 조사에 응했던 선임하사 출신 군 관계자는 “(한국전쟁기 군법회의에서) 하루에 제일 많이 할 때는 150명 정도를 재판할 정도였으니 아주 간단한 형식적인 재판이다. 당시 고등군법회의에 올라온 사건의 90% 이상은 인민군 부역 사건이었고, 현역 군인 재판장이 성명·나이·주소·죄목을 피의자에게 물어보아 맞다고 판단되면 바로 거의 사형을 언도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백락정이 선고를 받은 1월6일부터 10일 사이 11사단 군법회의는 575건을 재판해 155명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사형판결을 받았던 아버지 전재흥(1927년생)의 형사재심 무죄를 받아냈던 전미경(76) 대전 산내사건 피학살자 유족회장은 3일 한겨레에 “진실화해위가 진실과 화해의 뜻도 모르고 황당한 일을 저질렀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심문하고 조사하는 일이 어디 있느냐. 이 정부 들어 법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출신 조사1국장의 지휘 아래 국정원 파견 조사관이 재조사에 참여한 일을 가리킨 말이다. 현재 백락정의 유족들은 군법회의 판결에 대한 형사재심을 청구한 데 이어 국방경비법에 대한 위헌법률제청신청을 준비 중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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