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대가 뉴노멀? 尹 정부와 트럼프의 모순 [마켓톡톡]

한정연 기자 2024. 12. 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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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알 수 없는 생각
弱달러로 무역적자 해소 원해
그러면서 强달러 부추기는 발언
달러 벗어나려는 브릭스에 경고
韓 부총리, 1400원 뉴노멀 발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달러가치가 더 떨어져야 한다(약달러)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트럼프는 2일(현지시간) 러시아‧브라질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자체 통화를 만들면 관세 100%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미국이 지금과 같은 통화 패권을 유지하면, 약달러가 아니라 강달러 시대가 온다. 이런 모순적 상황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테며 '원‧달러 환율 1400원 뉴노멀 논란'이다.

트럼프 당선자와 파월 연준 의장은 갈등을 빚을 우려가 있다. 2017년 파월을 연준 의장에 앉힌 트럼프의 모습. [사진 | 뉴시스]

■ 무책임한 뉴노멀=트럼프의 달러 정책이 무엇이든 강强달러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은 우리에게는 여전히 위험한 일이다. 환율이 급등해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다시 고금리 시대로 돌아가고, 경제는 피폐해진다. 달러 표시 외채가 증가하고, 달러 수급이 제대로 안 되면 일부 기업의 우발적인 채무 불이행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현재 1400원은 과거의 1400원과 다르게 봐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 환율 상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28일 공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국 고용 호조, 트럼프 트레이드 등 영향으로 당초 예상을 웃돌고 있으며, 당분간 1400원대의 높은 수준에서 등락할 전망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1400원대가 뉴노멀이라는 말은 무책임한 말이다. 최근 환율 움직임은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난 게 사실이다. 환율은 지난 15거래일 중 7거래일에서 달러당 1400원을 돌파했다.

과거에 환율 1400원을 넘을 때마다 우리 경제는 몸살을 크게 앓았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레고사태 당시 환율은 1400원대를 돌파해 장기간 머물렀다. 이런 위기 당시의 1400원과 지금의 1400원이 정말 다르다면,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등 무역 불안정성이 환율을 움직인 배경인 건 맞지만,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 움직임을 보면, 최근의 환율 하락은 과한 측면이 있다.

달러지수는 지난 10월 100을 좀 넘는 선에서 움직이다가 트럼프 당선 이후 대체로 106을 전후로 움직였다. 하지만 달러지수는 6월 15일~7월 15일 1개월 동안에도 지금처럼 106 선에서 움직였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370~1380원대였고, 1개월 중 1390원을 돌파한 건 1거래일에 불과했다.

[자료 | 서울외국환중개, 사진 | 뉴시스]

■ 오락가락 트럼프=이렇게 환율(원화가치)이 널뛰는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원칙 없고, 모순적인 달러 정책을 입에 담고 있다. 트럼프의 한마디에 전세계 통화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먼저 1기 트럼프의 말을 빌려 그의 달러 정책을 살펴보자. 트럼프는 2016년 대선후보 시절부터 달러가치가 떨어져야 자국기업에 좋다고 말해왔다. 트럼프는 2019년 6월에도 중국과 유럽이 "대규모 통화 조작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미국이 행동(통화조작)에 나서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이 몇년 동안 지속해온 게임을 지켜보기만 하는 바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불과 10개월 후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강달러는 전반적으로 무척 좋은 것"이라고 말을 뒤집었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달러가 강세를 띠기에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달러 정책은 변화가 많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당시에도 트럼프의 약달러 발언은 논란이었다. 트럼프는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미국산 제품의 수출이 증가해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달러가치가 약하면 미국의 막대한 부채가 문제가 된다. 미국 정부가 지불해야 하는 이자가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은 막대한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국채는 1년, 3년, 5년짜리 단기든 10년 이상 장기물이든 6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한다. 달러가 약세면 국채 가격이 하락해 금리(수익률)가 오른다.

■ 강달러 부채질=트럼프는 2일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 브릭스(BRICS) 국가들에 "자체 통화를 발행해 달러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관세 100%를 물릴 것"이라고 협박했다. 브릭스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가 만든 국제협력기구로 최근 회원국을 대거 늘려 자체 통화를 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가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트럼프 발언으로 달러가치는 곧바로 0.6% 상승했다. 달러패권을 지키는 일이 곧 강달러를 뜻하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가 미국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더 많이 미국에 수출해서 달러가 남아돌았고, 그 달러를 다시 미국 국채 등 달러 자산에 묻어뒀기 때문에 달러패권이 만들어졌다.

최상목 부총리의 환율 1400원대 뉴노멀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이렇게 달러가 세계적인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대신, 미국은 지정학적인 영향력을 누리면서 달러 표시 자본을 싸게 빌릴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 다만 이는 미국 제조업계가 원하는 약달러와는 정반대의 길이다.

트럼프가 전세계를 상대로 윽박지르고 있는 관세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미국이 관세를 더 많이 부과할수록 미국 인플레이션은 반드시 상승한다. 수입업자가 수입품 가격에 관세만큼 혹은 그 이상을 전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만든다. 그러면 달러가치는 다시 상승한다.

그래서 트럼프 2기가 연준 시스템을 바꾸거나 최소한 연준 의장을 측근으로 갈아치울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는 지난 10월에도 "대통령이 연준에게 금리를 조정하라고 명령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올릴지 말지 최소한 얘기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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