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전자 수, 아직 말할 수 없다 [오철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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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에서 인간 유전자는 대략 2만여개로 추산된다.
1964년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보면 인간 유전자가 최대 670만개에 달하리라는 계산 결과가 제시될 정도로, 30억쌍 디엔에이(DNA) 염기서열에서 유전자 전체 개수를 헤아리기는 쉽지 않았다.
후속 연구와 검증을 거쳐 과학계에서 합의되기 전까지, 당분간 인간 유전자 수를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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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현대 과학에서 인간 유전자는 대략 2만여개로 추산된다. 이런 숫자가 유전학의 역사에서 처음부터 명확했던 건 아니었다. 1964년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보면 인간 유전자가 최대 670만개에 달하리라는 계산 결과가 제시될 정도로, 30억쌍 디엔에이(DNA) 염기서열에서 유전자 전체 개수를 헤아리기는 쉽지 않았다. 이후에도 수백만, 수십만개로 추산되다가 1990년대 말에 이르러 좀 더 근거 있는 숫자가 제시됐다.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됐을 때 그 수는 3만여개로 추산됐다. 이후 더욱 엄격한 방법이 사용되면서 인간 유전자는 2만여개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러고도 남는 물음은 계속됐다. 유전자 2만여개는 이처럼 다양한 생명현상을 정교하게 일으키고 유지하는 데 충분한가? 유전자 2만여개는 디엔에이의 2%만을 사용하는데 나머지 98%는 의미 없는 것인가? 알려지지 않은 ‘암흑 유전자’가 있다면 얼마나 될까?
10여년 전부터 몸집이 아주 작은 미니 유전자의 존재가 주목받아왔는데, 얼마 전 인간 게놈(유전체)에서 무려 3천개에 달하는 미니 유전자를 찾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과학자 40여명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이 단백질과 그것을 만드는 생명정보인 유전자를 샅샅이 탐색해 잘 식별되지 않았던 미니 유전자를 3천개가량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이 결과는 공개 접근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사전출판 형식으로 발표돼 현재 공개 검증을 받고 있다.
연구진은 기존의 유전자 탐색 기준과 방법에서는 무시되거나 ‘잡음’ 정도로 여겨지던 작은 단백질과 게놈 조각까지 세밀하게 추적했다. 이들은 후보 유전자 7200개를 추려낸 다음에 실제로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 3천개 유전자를 확인했다. 그물망을 촘촘히 짜면 작은 물고기까지 잡을 수 있듯이 더욱 촘촘한 장비와 방법으로 작디작은 꼬마 단백질과 유전자까지 식별해낸 것이다. 보통 유전자의 염기서열은 최소 1만개를 넘지만, 꼬마 유전자는 훨씬 작아 불과 수십개 염기로 이뤄진 유전자도 발견됐다고 한다.
미니 단백질은 작지만 무시할 수 없다. 여러 연구에서 미니 유전자가 생성하는 미니 단백질이 다양한 생체 기능을 일으킬 수 있음이 밝혀져왔다. 미니 단백질은 어떤 식물에서 꽃이 피는 시기를 늦추기도 하고, 어떤 동물의 근육 발달을 억제하거나 촉진하며, 거미나 전갈 같은 생물의 독성 물질을 만들어낸다. 암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데에도 영향을 끼친다. 꼬마 단백질은 큰 단백질의 생성, 변형, 작동에 다양하게 관여한다. 연구자들은 미니 유전자 연구가 더욱 정밀한 질병 진단과 치료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미니 유전자의 대량 발견으로 인간 유전자 수는 다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 연구자는 사이언스 뉴스에서 그 수를 “10만개 정도는 아니겠지만 5만개 정도는 가능할 듯하다”고 말한다. 후속 연구와 검증을 거쳐 과학계에서 합의되기 전까지, 당분간 인간 유전자 수를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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