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경고' 민희진, 대중은 으름장 아닌 해명을 원한다 [이슈&톡]

김지현 기자 2024. 12. 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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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의 게슈탈트] 하이브와의 전면전에서 우위를 차지했던 어도어 민희진 전 대표가 그간 밝힌 공식입장과 전혀 움직임을 보인 현장이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투자자 접촉설'부터 '뉴진스 라이브 개입설', '하니의 국정감사 출석 관여설'까지 의혹으로만 떠돌았던 모든 ‘설’들이 수면 위로 올랐다.

지난 2일 디스패치는 민희진 전 대표가 입소문으로 떠돌았던 상장사 다보링크 실소유주 A회장과 만나는 모습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뉴진스 멤버 큰아빠 B가 오작교 역할을 했다. 매체는 세 사람이 A씨의 집에서 만나는 장면을 사진을 통해 공개했다.

민희진 전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 어도어 재직시절 투자자와 접촉했다는 ‘템퍼링’ 의혹, 둘째 하니가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자발적으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문자가 공개되기 전날 하니와 만남을 가진 '관여설'에 대한 의혹, 셋째, “민희진 전 대표는 모른다”는 말로 시작된 뉴진스의 긴급 라이브 방송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제기된 '개입설' 의혹이다.

하이브 vs 민희진, A회장 등장으로 프레임 전환

의혹들은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의 전쟁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거대 자본 기업 하이브와 소속 임원 민희진 전 대표의 갈등이 '갑을 전쟁' 구도에서 전속계약 위반 등 법적 문제를 기반으로 한 '템퍼링 의혹'으로 프레임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다음은 지난 11월 5일, 투자설에 대한 민희진 전 대표의 공식입장의 일부.

"누군가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했다', '누군가와 계약을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투자업계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는 소식을 인지하고 있다. 이는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본인은) 어떠한 곳과도 접촉하거나 의견을 나눈 적이 없다.“

민희진 전 대표는 이와 같은 입장을 피력한 이유에 대해 “하이브가 또 다른 시비 소재로 악용할 것을 우려해서”라고 밝혔다. 투자설에 대한 민희진 전 대표의 입장은 늘 일관됐다. 그 어떤 투자자와도 접촉한 적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1개월 전 민희진 전 대표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다.

민망해진 민희진의 공식입장과 보도 사진이 말해주는 것

디스패치에 따르면 민희진 전 대표는 '투자설 부인' 입장을 발표하기 한 달 전인 10월 초, B씨와 함께 A회장을 만난 현장을 보도했다. A회장은 매체를 통해 “큰 아빠 B씨가 민희진 전 대표에게 50억 원을 투자해 달라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A회장의 주장은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세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이들이 회동 후 보여 준 정황을 통한 합리적 추론은 가능하다. 다보링크는 세 사람과 만난 이틀 후인 10월 2일, B씨를 신규 이사로 선임한다고 공시했다.

이 소식은 투자 업계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고, 민희진 전 대표와 뉴진스가 새로운 기업으로 이적할 수도 있다는 '소문'으로 퍼졌다.


A회장의 계획은 한 달 만에 틀어졌다. 그는 민희진 전 대표가 공식 투자자와의 접촉을 부인한 당일 다보링크의 시가총액이 50%가까이 증발됐다며 “농락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민희진 전 대표가 입장을 발표하고 연락을 두절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A회장, 민희진 전 대표, 큰 아빠 B씨의 사진'으로 이번 사태는 완전히 새 국면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미팅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꾸준히 제기된 ‘템퍼링’ 의혹에 대한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는 정황이 버젓이 대중에게 공개됐다. 또 A회장은 10월 민희진 전 대표가 “제가 뉴진스를 데리고 나올 수 있을까요?"라고 말했다고 밝히고 있다. 민희진 전 대표와 뉴진스 멤버들의 시정 요구에 대한 해명에만 급급했던 어도어가 되려 이유를 물을 수 있게 됐다.

더욱이 그간 민희진 전 대표와 뉴진스는 공공연히 “어도어에서 독립한 후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다. 10월은 민희진 전 대표가 어도어에 재직하고 있을 때고, 뉴진스 역시 전속계약으로 묶여있을 때다.

"민희진이 뉴진스 데리고 나온다 언급", A회장 주장 진위 여부 중요
의혹에 불 붙인 큰 아빠 B씨, 가족 낀 전속계약 분쟁일까

이로써 어도어와 뉴진스, 양측의 입장은 더욱 팽팽해지고, 갈등도 그 만큼 깊어질 전망이다. 어도어와 계약 해지를 선언하면서도 먼저 소송은 하지 않겠다는 뉴진스의 의지는 사실상 계약 위반의 소명 책임을 어도어에게 묻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뉴진스 역시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의 책임을 안게 됐다.

안타까운 건 뉴진스 멤버들 역시 덩달아 ‘거짓 해명’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뉴진스는 어도어와 전쟁을 선포하는 시발점이 된 라이브 방송에 대해 민희진 전 대표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디스패치의 보도는 실제로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음을 시사한다. 하니의 국정감사 출석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B씨의 존재도 의혹을 증폭시킨다. A회장은 민희진 전 대표와 투자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건 B씨의 제안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B씨의 존재 자체가 의구심을 일으키기 충분한데, 그가 직접 제안을 했다는 A회장의 주장은 민희진 전 대표와 뉴진스가 ‘템퍼링 의혹’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할 때가 왔음을 말한다.

어떤 투자자의 얼굴도 본 적 없다는 민희진 전 대표의 입장이 무색하게 디스패치는 그가 A씨와 만난 사진을 ‘아주 선명하게’ 공개했다.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 무척 디테일한 상황에서도 전처럼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의혹은 꽤 구체적으로 제기됐고, 민희진 전 대표와 뉴진스의 해명도 구체적이어야 돌파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민희진 전 대표는 이를 보도한 기자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법정 대응을 운운, 의혹이 요구하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중이 궁금한 건 그의 대응이 아니라, 의혹에 대한 구체적 설명임에도 말이다.

스스로를 ‘내부 고발자’로 칭하며 K의 부조리를 대변하는 여전사로 비춰졌던 민희진 전 대표는 언론이 의혹이 제기할 때 마다 대형 로펌을 내세워 ‘법적 대응’으로 맞섰다. 자신은 기자회견을 통해 하이브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언론이 그에게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서는 '허위사실 유포'라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경고했다. 웃지 못할 아이러니다.

K팝 시스템을 정화하고 싶다는 민희진 전 대표의 진심을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에게 전달된 업계의 입장, 일례로 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이 그와 뉴진스에게 당부한 권유와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K팝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한 자신의 싸움이 진실하다면 더욱 그러하다.

[김지현 기자의 게슈탈트]는 대중문화 콘텐츠와 이슈를 기자의 주관으로 분석한 코너입니다. 나무와 숲, 현상과 본질을 알아차릴 수 있는 혜안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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