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여론조사' 의뢰한 최측근 "대구시장, 퍼센트 불러주이소"
홍준표 대구시장이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는 가운데, 뉴스타파는 홍 시장의 측근이 여론조사 결과를 요구하고 전달받는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한다. 이 녹음파일은 2022년 6월 대구시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 홍 시장의 측근이 “대구 퍼센트 불러주이소”라며 미래한국연구소 강혜경 씨를 재촉하는 내용이다. 이 측근은 자신의 의뢰한 여론조사 결괏값을 누군가에게 급히 보고하려고 했던 걸로 보인다. 통화 시점은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당내 경선에 뛰어든 때다.
앞서 뉴스타파는 명태균 씨가 2022년 대구시장 선거를 앞두고 총 8차례에 걸쳐 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한 사실을 보도했다. 조사 자료에는 국민의힘 대구시 책임당원 4만4천 명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고, 조사 샘플에도 당원들의 실제 휴대전화 번호가 포함됐다. 강 씨가 만든 '로데이터' 파일에는 각 당원이 찍은 대구시장 후보자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강혜경 씨는 명 씨가 '로데이터' 파일을 홍준표 측근에게 넘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혜경 인터뷰, "홍준표 측근들, 투 트랙으로 여론조사 의뢰하고 비용도 각각 지불"
미래한국연구소의 강혜경 씨는 당시 여론조사 의뢰자로 홍준표 시장의 측근 인사 두 명을 지목했다. 이들이 각각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비용도 각각 지불해서 홍준표 캠프에 두 개의 라인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기자 : 명태균 씨가 페이스북에 홍준표 시장, 입조심하라고 그랬는데 홍준표 대구시장 관계 있습니까?
■강혜경 : 그러니까 대납. 그러니까 여론조사를 공짜로 제공은 아니지만 여론조사 비용이 양쪽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약간 이것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정치자금법으로
□기자 : 양쪽이라면 어디, 어디서 여쭤봐요?
■강혜경 : 최 보좌관, 박재기. 이분들이 (서로) 소통이 안 되는 거예요. 두 분이 같은 한 캠프에 있는데도.
- 강혜경 씨 뉴스타파 인터뷰 내용(2024.11.28.)
강혜경 씨가 언급한 두 사람은 모두 홍준표 시장의 측근으로 불린다. 먼저 박재기 씨는 홍준표 시장이 경남도지사를 하던 2014년, 경남개발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당시 공사 채용 비리, 주민소환 명부 조작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 지난해 광복절에 사면된 후, 올해에는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후보로 거론됐다. 대구 정계에서도 박 씨는 홍준표 시장의 최측근으로 여겨진다. 홍 시장의 정치 인생 대부분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최모 보좌관은 홍준표 시장의 '양아들'로 불리는 인물이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 명태균 씨에게 57만 명에 달하는 책임당원 명부를 넘겼는데 최근 이런 사실이 드러나 대구시 서울사무소 대외협력팀장직을 그만뒀다. 앞서 김영선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도 일했고 명태균 씨가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에게 시의원으로 추천한 사람도 최 씨였다.
■강혜경 : 의견 소통도 안 되고 서로의 정보를 이렇게 공유를 안 해요. 그래서 조사 의뢰가 거의 비슷하게 들어와요. 저는 이제 최OO 쪽에서 들어오고, 박재기는 명태균을 통해서 들어오고. 그러면 거의 한 날에 조사를... 저는 그러니까 두 번의 조사 비용을 받아요.
(중략) 최 보좌관한테는 좀 싸게 받았어요. 박재기 씨는 돈이 많다라는 얘기를 했어서 명태균 씨가 비싸게 받아도 된다 해서 약간 배로 정도 받았고.
- 강혜경 씨 뉴스타파 인터뷰 내용(2024.11.28.)
최측근 박재기 육성, "퍼센트만 불러주이소"...여론조사 수치 '재촉'
강혜경 씨는 자신의 증언을 입증할 여러 물증을 제시했다. 그 중 하나가 박재기 씨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이다. 박 씨는 대구시장 여론 조사 결과를 묻고자, 강 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다음은 2022년 4월 3일 자 통화 녹음파일 내용이다.
■강혜경: 네 여보세요.
□박재기 : 네 안녕하세요.
■강혜경: 안녕하세요.
□박재기: 대구 대충 그래도 아는 대로 이야기 좀 해주이소.
■강혜경: 대구요?
□박재기 : 네
■강혜경: 보고서 나오면 말씀드리면 안 될까요? 잠시만요.
□박재기: 네
■강혜경: 퍼센트 말씀하시는 건가요.
□박재기: 네. 퍼센트 불러주이소.
■강혜경: 김재원... 이거 지금 가중치 전이거든요. 통계하고 조금은 다를 수도 있어요. 김재원 26.8, 류성걸 3.8, 이진숙 3.6, 유영하 21.5, 홍 28.3.
□박재기: 아, 알겠습니다.
- 박재기-강혜경 씨 통화 녹취록(2022.4.3.)
이날 통화에서 박 씨는 “아는 대로 이야기 좀 해주시오...퍼센트(%) 불러주이소”라며 여론조사 결괏값을 독촉했다. 결과 보고서가 나오는 당일이었는데, 그 전에 누군가에게 급히 보고해야 할 사정이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대구시장 경선 당시 홍준표 시장의 최측근이 미래한국연구소에 연락을 해서 여론조사를 언급한 것은 이 녹음파일에서 정확히 확인된다.
그러나 홍준표 시장은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취재진이 박재기 씨와 최모 씨가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하자, 홍 시장은 "두 사람은 당시 선거 캠프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캠프에서 일하지 않은 측근들이 자신들의 돈을 써가며, 그것도 후보자도 모르게 몰래 여론조사를 했을 가능성은 낮다. 이에 더해 홍 시장의 측근들이 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뉴스타파 강민수 cominsoo@newstapa.org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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