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의 빛과 그림자' 격동의 韓 배드민턴은 어떻게, 어디로 흘러갈까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보낸 한국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지난 8월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라는 값진 성과를 냈지만 이후 안세영(삼성생명)이 대표팀 운영에 대해 작심 비판하면서 종목 전체가 큰 풍파에 빠졌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사무 검사를 받고 대대적인 개편을 하라는 시정 명령을 받았다. 이에 협회는 지난달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대표 선수들과 면담을 진행했고, 설명회를 개최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일부 부조리한 국가대표 운영 지침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한국 배드민턴은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노 메달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0년 만의 대참사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용대(요넥스)-이효정(은퇴)의 혼합 복식 이후 금메달 명맥이 끊긴 데 이은 쇠퇴기였다.
대표팀은 2022년 11월 김학균 감독 체제로 다시 출발했다. 한동성(남자 복식), 이경원(여자 복식), 김상수(혼합 복식), 정훈민(남자 단식), 성지현(여자 단식) 코치 등이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올해 파리올림픽을 향해 닻을 올렸다.
코치, 선수들이 외박을 간절히 원할 정도로 혹독한 훈련이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아시안게임 출정식에서 김소영(인천국제공항)은 "주말이면 숨을 쉴 구멍을 좀 달라. 리프레시하고 돌아오고 싶다"고 털어놨고, 성 코치도 외박 얘기를 꺼냈다가 살인적인 스케줄에 밀린 사연이 공개됐다. 둘은 모두 배드민턴 선수 출신 남편을 둔 신혼이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성과는 컸다. 지난해 안세영이 최고 권위의 전영 오픈에서 1996년 방수현 이후 무려 27년 만에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선수 최초로 단식 정상에 올랐다. 서승재도 세계선수권에서 강민혁(이상 삼성생명)과 남자 복식, 채유정(인천국제공항)과 나선 혼합 복식까지 2관왕을 달성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안세영이 여자 단체전과 단식까지 제패하며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아시안게임 2관왕에 등극했다.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남자 복식·여자 복식), 동메달 3개(여자 복식·혼합 복식)를 거뒀다. 안세영과 서승재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올해도 대표팀은 파리올림픽에서 낭보를 이었다. 안세영이 여자 단식에서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배드민턴에서는 2008년 이후 16년 만의 금메달이었다.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도 혼합 복식 은메달을 합작했다.
하지만 안세영의 작심 발언으로 대표팀 운영에 적잖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세영 측이 지난 2월 협회에 제출한 건의서에 따르면 후배가 선배의 빨래와 숙소 청소를 하는 악습과 외출, 외박을 빠짐없이 보고해야 하는 위계 질서가 남아 있었다. 이후 개선이 됐다고는 하지만 파리올림픽 금메달 직후 안세영이 폭탄 발언을 내놓은 점을 감안하면 완전히 구태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다만 정나은은 지난달 30일 '2024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포상식' 이후 대표팀 분위기와 관련해 "선수들이 다 착하고 재미있고 해서 코칭스태프와 사이가 좋다"고 말했다. 안세영의 지적과는 묘한 거리감이 있는 부분이다.
어쨌든 대표팀은 바야흐로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일단 김학균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계약은 올해까지로 연장이 된 상황. 현 김택규 회장 이후 차기 회장 선거 결과에 따라 코치진도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앞서 언급한 가시적인 성과로만 보면 현 코칭스태프는 계약이 연장될 만하다. 그러나 안세영의 건의와 문체부, 협회의 조사 및 국가대표 면담 등을 통한 대표팀 내부 상황을 보면 문제점이 없지 않았다. 발칵 뒤집힌 배드민턴계의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코치진도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협회 관계자는 포상식 뒤 "향후 대표팀 코치진 임용 부분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 코칭스태프와 재계약할지, 전체적으로 공개 모집을 할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팀 운영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포상식 이후 인터뷰에서 "다시 좋은 기회가 오면 어떻게 대표팀을 운영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솔직히 2년 동안은 11개월 만에 아시안게임, 다시 10개월 만에 올림픽을 치러야 해서 우리뿐만 아니라 아시아 선수들이 무리하게 훈련을 소화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내년부터는 아시안게임까지 20개월 정도 걸리니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전했다.
세대교체와 복식 파트너 변화에 대한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노령화한 부분도 있다"면서 "다음 올림픽(2028년 LA 대회)까지 가는 선수들을 만들어야 하는데 내년 복식조는 새롭게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나은도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올림픽 메달을 땄지만 이제 혼합 복식과 여자 복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시기가 왔다"면서 "아무래도 혼합 복식에 55% 정도 마음이 기우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세영이다. 개인 후원 가능성이 열린 만큼 예전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수영 박태환처럼 안세영도 대표팀과 따로 움직이는 전담팀과 국제 대회를 치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공식 후원사인 요넥스와 협상에 따라 안세영이 대표팀에 남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불화설이 도는 현 코치진과 호흡은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공교롭게도 안세영은 이날 포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전부터 예정된 여자프로농구 경기를 관람했다. 김 감독은 "안세영과 관련해 전체적 분위기는 기다려야 하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나부터 기다릴 것이고, 그러면 서로 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팀은 시즌 왕중왕전인 BWF 투어 파이널을 위해 오는 8일 중국 항저우로 출국한다. 이후 오는 21일부터 충남 서산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른다. 과연 화려한 성과와 그 이면의 갈등까지 우여곡절의 2년을 보낸 한국 배드민턴의 향후 행보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일이다.
밀양=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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