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 이토록 지독하고 기막힌 연기라니 [트렁크]

이승길 기자 2024. 12. 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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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진 / 넷플릭스 제공
서현진 / 넷플릭스 제공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트렁크' 속 서현진의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이 보는 이들을 압도했다.

뜨거운 관심 속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다. 서현진은 결혼 때문에 혼자가 되어버린 인물 '노인지'로 분했다.

그간 여러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로코퀸', '딕션 장인', '믿보배' 등 이름 앞에 완벽한 수식어를 붙여온 그가 아직도 새롭게 보여줄 얼굴이 있다는 것은 반갑다. 온기가 없는 듯 있고, 차분하지만 할 말은 하는 강단이 있고, 예민하지만 간결하기도 한 노인지의 심적 변화를 하나 하나 꾹꾹 눌러 담아 정성스럽게 내보인다. 이 같이 노인지는 단편적인 인물이 아니다. 모호하다. 서현진은 이 점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백이 많은 작품이라 '배우가 해석하기에 따라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이렇게 넓은 작품은 처음'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여백이 많지만 여유가 많은 드라마는 아니다. 서현진은 조금씩 변화하는 노인지의 복합적인 감정선을 밀도 있게 그러내며 그 사이 사이를 촘촘하게 메워 결국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노인지는 결혼이 직업이다. 1년의 결혼 생활을 위해 트렁크 하나 달랑 들고 다섯번째 배우자 한정원(공유)을 찾아온다. 메마른 표정과 어떠한 정서도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로 기묘한 입성을 한다. 하지만 그 공기는 차츰 온기를 더해간다. 서현진과 공유의 만남 그 자체만으로 드라마 팬들을 설레게 했던 만큼 왜 그토록 두 배우의 호흡을 기다려왔는지를 내내 여과 없이 보여준다. 각기 다른 이유들로 냉담하지만 남과 여의 텐션은 잃지 않는다. 한 앵글에 담기기만 해도 묘한 긴장감과 애틋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인지가 가뭄에 단비처럼 찰나에 웃는 모습은 서현진 본연의 사랑스러움으로 단번에 분위기를 설렘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두 배우가 만나 미스터리 멜로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에 차근차근 답을 내놓는다.

예측할 수 없는 감정들의 변화를 다채롭게 그려낸 서현진은 특유의 예민함, 날 서 있음 너머로 정원을 만나면서 겪게 된 진정한 의미의 용기, 서로를 갈망하는 내면 깊은 곳의 순수함 등을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도통 속을 알 수 없을 때에도 밉기 보다는 측은함과 응원을 담아 지켜보게 하고, 진심으로 인지의 행복을 기원하게 한다. 감정을 이입시키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은 결국 배우의 연기력이다. '트렁크'의 1순위 특장점은 배우 서현진이다.

한편 '트렁크'는 지난달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8부작 전편이 공개됐다. 연일 넷플릭스의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1위에 오르며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으며, 외신의 호평 속에서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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