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서민경제 외면하는 국회…서민정책금융 6100억원 또 축소되나

박동해 기자 2024. 12. 3.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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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깎은 예산 국회가 되돌렸으나 재차 무산 위기
불법사금융 피해 늘어나는 데 지원은 줄어들까 우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 모습 2024.12.2/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앞서 여·야 합의로 증액됐던 서민정책금융 예산이 다시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피해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서민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할 계획이었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지로 상정 일정이 미뤄졌다. 이날 우 의장은 여야가 정기국회가 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야 합의로 증액한 서민금융정책 예산 제자리로

앞서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달 2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분을 제외하고 삭감 내용만 담긴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여당이 대통령실·검찰·경찰·감사원 특수활동비 삭감 등에 동의하지 않자 처리를 강행한 것이다.

야당은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부 제출 원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된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이에 따라 각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증액된 예산들도 원안으로 원상 복구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증액된 서민정책금융 예산 930억 원도 다시 삭감될 위기에 놓였다. 이 예산은 정부가 긴축재정을 이유로 한차례 삭감한 것을 국회가 되살려 놓은 것인데 여야 대립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저소득·저신용자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 운영 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550억 원 증액된 1450억 원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논의 과정에서 증액분이 전액 삭감됐다.

햇살론15의 경우 주요 재원이었던 국민행복기금이 고갈돼 정부의 지원 예산은 동일하더라도 공급 목표액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 원안이 확정된다면 햇살론15의 공급 목표액은 올해 1조500억 원에서 내년에는 6500억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무위는 여야 합의를 통해 정부의 햇살론15 지원 예산을 다시 550억 원 늘리도록 했다.

같은 이유로 정무위는 '최저신용자 한시 특례보증 사업' 관련 출연 예산도 560억 원에서 370억 원을 추가로 증액했다.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이 대출을 갚지 못해 '예상사업손실률'이 늘어나면서 예산을 증액하지 않으면 공급 목표액에 1000억 원가량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붙어 있다. 2024.9.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여전히 불법사금융에 허덕이는 서민들…"20~30만 원에 죽음으로"

증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두 사업에서만 서민정책금융 공급액이 6100억 원 정도 줄어들게 된다. 정무위가 여야 합의를 이뤘던 것도 서민정책금융 공급이 축소돼 저소득·저신용자들이 불법대부업 시장 등으로 미끄러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 최근 불법사금융 범죄 피해는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불법 사금융 피해는 2789건으로 전년 대비 58%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사채업자들의 불법추심에 시달리던 30대 싱글맘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2일 "금융당국은 서민 금융지원 정책을 전면 재검점해 서민들이 불법사채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더불어 경기가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대출 창구를 닫아 걸으면서 돈을 빌릴 곳이 없는 서민들이 카드론 등 급전대출로 몰리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의하면 지난 10월 국내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 2201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현재도 20~30만원이 없어서 죽음으로 내몰리는 분들이 있다"라며 국회가 정쟁보다는 긴급한 상황에 놓인 서민들의 삶을 우선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 의장의 중재로 국회는 오는 10일까지 예산안과 관련해 추가로 논의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 하지만 양측이 양보 의사를 보이지 않으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특활비 삭감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결국에는 시점에 맞춰 정치적 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에는 협상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라며 서로의 주장을 약간씩 양보를 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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