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붕괴’ 위기 처한 프랑스…유로화 하락, 국채 금리 상승
프랑스 정부가 2일(현지 시간) 하원의 표결 없이 내년도 예산안 중 사회보장재정 법안을 처리하면서 정부가 붕괴 위기에 처하자 환율 시장이 출렁였다. 사회보장 재정안은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일부분으로,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가족 지원 등 각종 사회 보장 시스템의 재정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예산안이다.
야당은 사회 복지 축소 등을 우려하며 일부 법안을 반대해왔는데, 이에 프랑스 정부가 ‘의회 패싱’ 카드를 꺼냈고 야당은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불신임이 현실화해 내각이 총사퇴할 경우 국제 금융 시장에서 프랑스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신용등급 하락, 국채 금리 상승, 외국인 투자 감소와 같은 경제 문제들이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 상황이다.
바르니에 총리는 이날 정부의 책임 하에 하원 표결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해 사회보장 재정 법안을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인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과 극우 국민연합(RN)은 사회 복지 축소와 프랑스인들의 구매력 감소 등을 우려하며 일부 법안에 반대해왔다.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자 바르니에 총리는 ‘의회 패싱’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국민을 위해 책임감 있고 필수적이며 유용한 재정안을 채택할지는 여러분에게 달려있다"며 정당들에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의 미래"를 우선시하는 책임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NFP와 RN은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했다. RN의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바르니에 총리는 1천100만 유권자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이에 우리도 대응할 것"이라며 불신임안을 발의하고 이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NFP 역시 정부의 헌법 제49조3항 발동을 비난하며 "이 불법적인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불신임안을 발의했다. 바르니에 이후엔 마크롱 차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헌법상 불신임안은 하원 재적 의원의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된다. 전체 의원 577명 가운데 현재 2석이 공석이라 가결 정족수는 288명이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 불신임안에 대한 표결은 이르면 4일 오후, 늦어도 5일엔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가 붕괴하면 바르니에 정부가 추진하던 모든 예산안도 폐기될 것이라고 프랑스 법학자들은 설명한다. 릴 대학의 공법 교수인 오렐리앙 보두는 일간 르몽드에 "바르니에 정부가 붕괴하면 정부는 더 이상 새로운 법안을 추진할 권한이 없으며 단지 ‘일상적인 업무 처리’만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31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공무원 급여 지급이나 국가 공급업체에 결제 대금을 지불할 수 없게 되고 공공 서비스 운영 역시 중단된다. 즉 프랑스 5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공공 행정이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프랑스 정국 흐름에 환율 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AFP 통신과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헌법 조항에서 ‘정부 특권’을 사용해 사회보장재정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정부 붕괴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로화가 급락했다.
이날 오후 4시 10분 기준(파리 시간) 파리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환율은 1유로당 1.047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01% 급락했으며, 파운드화 대비로도 1유로당 0.8287파운드로 0.21%까지 떨어졌다. 프랑스 증시 대표지수인 CAC40도 정부 붕괴 가능성에 이날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1.2%까지 하락했다.
프랑스 국채에 대한 투자 심리도 압박받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7bp(1bp=0.01%포인트) 상승한 2.923%까지 올랐다. 채권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뜻한다. 프랑스와 독일 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차(스프레드)도 8bp 증가한 88bp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불신임이 현실화해 내각이 총사퇴할 경우 신용등급 하락, 국채 금리 상승, 외국인 투자 감소와 같은 경제 문제들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29일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기존과 같은 ‘AA-’로 유지하면서도 정치적 갈등 상황이 향후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앙투안 아르망 재정경제부 장관 역시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관찰자들(신용평가사)은 예산 부재와 정치적 불안정이 프랑스 부채 조달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며 "이는 프랑스 소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기업 투자에 타격을 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중요한 시기에 당파를 초월해 국익을 위해 모든 사람이 각자의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며 정부의 발목을 잡는 정치권에 협조를 촉구했다.
곽선미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하철 피바다…” 자리 양보 요청에 문신 드러낸 20대男
- [속보]‘비트코인 4500억원 부정 유출’…결국 거래소 폐업
- 친윤 신평 “이재명은 신의 지키는 사람…한동훈과 달라”
- “아이 낳을 때마다 1000만 원”…파격 결단 내린 이곳
- 안철수 화났나? “2021년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 철저 수사해야”
- [속보]돈사 폐수처리장서 질식해 2명 심정지·1명 중상…“유독가스 검출”
- “정우성, 양육비만 주면 되는 것 아냐”…이혼전문 변호사의 충고
- ‘가짜 하객’ 먹튀한 신랑…“하객 알바했는데 일당 못받고 연락처 차단당해”
- 소년이 해변서 주운 돌…알고 보니 6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손도끼 ‘화제’
- “네가 왜 돌아오니?”…러시아 자폭 드론, 잇달아 되돌아와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