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 46만마리 살릴 '롤모델'인데…무작정 없애라는 구청
최초 성공 사례인데…계양구청, 아무 대안 없이 "개발제한구역이니 나가라" 고발하고 이행강제금 부과
2년 뒤 개농장 개 46만 마리 쏟아져 나와, 농식품부 차관도 살릴 대책으로 "개농장 자리에 보호소" 강조

'누구든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 또는 늘리거나, 도살해선 안 된다.'
개식용을 끝내기 위한 특별법 제 5조의 내용이다. 올해 2월 제정됐고, 3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2027년 2월 7일 시행. 이제 개식용은 명백히 불법이 된다. 이를 어기고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육하거나 늘리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문제는 개농장서 남을 개들이다. 약 46만6000마리. 전국 개농장 1100여 곳에 남을 개의 추산치가 그렇다. 이 많은 개들을 다 보호할 수도, 입양 보낼 수도, 그렇다고 다 죽일 수도 없다. 진퇴양난이다.

해법이 어렵단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그 가운데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지난 9월 대책을 발표했다.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이 당시 기자회견에서 직접 언급한 내용이 이랬다.
"지자체와 논의해서 사육하는 개농장을 개를 보호하는 센터로 만들 겁니다. 개농장에서 그대로, 동물보호법에 맞게 관리하며 자연사로 갈 수 있게 할 거고요. 그 책임을 정부와 지자체가 같이 져서, 보호·관리비를 지급할 겁니다."

박 차관이 개농장에 남을 개 46만6000여 마리에 대해 내놓은 대책. '개농장이 있는 그 자리에 보호소를 세우는 것'을 전국 최초로 실현한 사례. 그게 바로 인천 계양산에 있는 '아크(ARK) 보호소'다.

개농장이 있던 자리. 개들이 죽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로 쑥쑥 키워지다, 비로소 도살이 멈춰진 자리. 바로 그 자리에 세워진 게 '아크 보호소'였다. 개를 죽이는 개농장이, 개를 살리는 보호소로 바뀌었단 상징성이 있었다.
당시 취재 갔을 때, 250마리 개들을 학대하던 비좁고 불편한 뜬장을 봤다. 굳게 가뒀던 문이 죄다 열려 있었다. 이윽고 철거 되었다. 개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땅이란 걸 밟고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가 아닌, 제대로 된 사료를 먹고 물을 마셨다. 아프면 치료해주려 병원에 데려갔다. 보호란 걸 처음 받고 있었다.

실은 걱정했었다. 개농장 개들이 거의 다 대형견이란 걸 알기에. 치료비도 더 들고 입양이 쉽지 않기에, 보호소 운영이 힘들거란 걸 알아서였다.
놀랍게도 그로부터 4년이 넘도록 '아크 보호소'는 기적처럼 잘 유지되고 있다. 매년 2000명이 넘는 국내외 봉사자들이 여길 찾고 있다. 단지 보호만 하는 게 아니라 150마리에게 가족을 찾아줬다. 국내 입양은 7마리, 해외 입양은 143마리를 보냈다.
김영환 동물보호단체 케어 대표는 "아크 보호소야 말로, 제가 평소 생각해 왔던 동물 운동의 롤모델"이라고 했다. 대체 어떤 힘 덕분에 이처럼 잘 운영될 수 있었던 걸까.

어떤 광경일까. 지난달 28일, 눈이 엄청나게 퍼붓던 날. 봉사자 장모씨가 부러진 나무를 치우고, 제설 작업을 하러 자발적으로 아크 보호소에 왔다. 그가 단톡방에 사진을 남기자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운데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늘 차 이동은 수월하겠어요"라며 따뜻한 얘기가 오갔다.

월동 준비도 한창이었다. 날이 추워지자 단톡방에서 이를 걱정하는 대화가 오갔고, 고체 연료를 보내고 싶어하는 이들이 마음을 꺼냈다.
"보호소는 겨울 준비로 바쁘네요."
"아래 견사는 온풍기, 위 견사는 고체 연료로 준비 중입니다. 보내주시면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체리 이름으로 12개 보냈어요."
"저도 4개 보냈어요. 감사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자발적으로, 각자 할 수 있는 만큼의 진심이 모인 것뿐.

입양을 보내는 데에도 진심이기에, 이를 위한 준비도 체계적으로 한다. 새 가족을 만났을 때 빨리 적응하도록 '임시 보호'를 한다. 또 사계절이 모자랄만큼 부지런히 산책을 시킨다.
아크 보호소 대표 봉사자인 이지은씨가 이리 말했다.


아크의 또 다른 개, 줄리아는 독일에 입양됐다. 한 달간 아크 보호소에 봉사를 왔다가, 독일로 다시 돌아갔던 어느 날. 보호소에 있는 개들이 눈에 밟혔는지, 입양하고 싶단 뜻을 밝혔다. 지은씨가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기 성향이 이러이러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좀 활동성 있고, 이런 애들을 추천해달라고 하셨지요. 그래서 저희도 보고 줄리아를 추천해서 입양하게 된 거예요. 지금은 독일에서 정말 잘 지내고요. 입양자 언니랑 같이 푸른 초원에서 달리기도 하고, 한 달간 휴가를 내고 함께 지내기도 한다고요."

개들이 언제든 입양갈 수 있게, 평소 잘 파악하고 사회화를 해둔 덕분이었다. 실제 보호소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개들 하나하나에 붙은 이름과 함께, 성격이 어떤지 자세히 적어둔 점이었다.
'이름 가이버, 구조일 2020년. 가이버는 2020년 개농장에서 구조됐어요. 듬직한 외모와 달리 알고 보면 애교쟁이인 반전 매력의 소유자, 가이버랍니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다른 강아지 친구와의 만남은 적응이 조금 더 필요해요.'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이 계속 개농장 자리를 보호시설로 쓸 거라 강조하는 건, 지자체 운영 보호소 역량으론 다 수용할 수 없단 걸 알아서다. 지자체 보호소에 수용할 수 있는 동물은 연 12만여 마리에 불과해서다.
그러니 개농장 개들의 안락사를 최대한 막으려면 구체적인 대안 여러 개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에서 대책으로 강조한, 개농장을 보호소로 바꿔 4년 넘게 잘 운영하는 롤모델인 '아크 보호소'마저도 철거 압박을 받고 있다.

아크 보호소 관할인 인천 계양구청은, 개발제한구역에 보호소가 들어섰단 이유로 형사 고발을 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애초 개발제한구역에 들어서 있던 건 개농장이었다. 그러나 30년 가까이 개농장이 버젓이 불법으로 돈을 벌도록 방치해놓고, 보호소가 생긴지 8개월만인 2021년 3월 2일에 형사 고발 조치를 했다. 이어 한 달 만에 이행강제금 724만원을 부과했다. 아무런 지원도, 대안도 없었다.
아크 보호소 봉사자이자 강모씨는 앞뒤가 안 맞는 처사라며 비판했다. 강씨가 이리 말했다.
"농식품부 주장이, 앞으로 개농장서 남을 개들을 그 자리에서, '아크 보호소'처럼 관리하겠단 거잖아요. 근데 이 시점에서 지자체인 계양구청이, 정부가 그리는 역할을 하는 아크 보호소를 대상으로 철거하라며 소송하고 있죠.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김영환 동물보호단체 케어 대표도 아크 보호소의 가치에 대해 이리 말했다.
"개식용 금지가 동물보호법에서 개도살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특별법을 만들어 개식용 산업을 끝내는 것에 보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어요. '개를 고통스럽게 기르고 죽이는 행위가 부당하다'고 선언하는 과정을 갖지 못했지요. 그러나 일부 개라도 살리려는 시도를 지금이라도 해야 합니다. 그 실효성을 높이는 게 현재 개농장을 보호소로 바꾸는 거고요. 그렇게 안 하면 새 부지를 찾아야 하는 난관에 부딪히거든요. 아크 보호소가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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