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광고도 계속하지만 계약은 끝"... 뉴진스 '고도의 전략' 해석나오는 이유

김소연 기자 2024. 12.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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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뉴진스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 혜인.(공동취재)/사진=뉴스1

"소송은 하지 않지만 전속계약은 해지됩니다. (뉴진스가) 위약금을 낼 이유가 없습니다."

걸그룹 뉴진스가 소속사를 상대로 사상 초유의 계약해지 선언을 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특히 소속사인 어도어가 연예 활동 섭외 교섭, 지원, 대가 수령, 정산 등 전속계약 행위에 충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속사와의 '신뢰'가 깨졌다는 이유를 대면서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뉴진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때 뉴진스 멤버들은 "우리가 어도어를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뉴진스는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였지만 어도어는 뉴진스를 보호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방적 계약 해지를 선언하면서도 "그룹명 '뉴진스'는 상표권 이상의 가치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속계약은 하이브와 어도어가 위반했기 때문에 "위약금을 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송은 하지 않는 '무소송' 전략을 내세웠다.

사상 초유 '무소송 해지 전략'…정산·처우는 문제없어
이는 그동안 '소송전-위약금 등 합의-계약 해지-활동 재개' 등으로 진행됐던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분쟁 문법을 깨는 파격이다.

앞서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분쟁을 벌였던 가수들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해 법적 판단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소속사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연예 활동을 하거나, 혹은 정산 시 부당한 대우를 막을 수 있었다.

하이브 앞으로 행인이 지나고 있다./사진=뉴스1


과거에는 대개 정산이나 처우 등으로 인해 시작된 것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뉴진스의 경우 어도어가 활동 첫해에 52억원을 정산해주는 등 정산 분쟁 거리가 없었다.

뉴진스는 하이브 리포트의 '뉴 버리고' 문장이나 타 레이블 매니저의 '무시해' 발언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이정도가 계약 해지 근거가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선례가 없어서다.

뉴진스의 팬덤 '팀 버니즈'에 법률 자문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진 이현곤 새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번 계약 해지 방식에 대해 "가처분 소송을 하면 결론이 날 때까지 움직일 수 없다"면서 "소송을 하지 않고 나가도 되고, 그러면 어도어에서 뉴진스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한다"면서 영리한 선택이라고 추켜세웠다.

뉴진스는 일단 내년까지는 어도어에서 잡은 스케줄 등을 다 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기간은 2029년까지다. 2026년부터 독자적으로 활동을 해서 수익이 발생하면, 계약이 깨지지 않는 한 수익을 소속사와 나눠야 한다. 소송 없이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어도어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해 수익금을 차압하거나, 활동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낼 수 있다. 어쨌든, 소송전은 불가피하다.

민희진 전 대표와 하이브 분쟁에 뉴진스가 왜?
소속사를 상대로 한 아티스트의 사상 초유의 대응에 업계는 예의주시한다.

A사 관계자는 "시작은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와 하이브 분쟁이었는데 왜 뉴진스까지 나서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귀책 사유가 회사에 있으니 계약을 해지한다는데 그게 가능한 것인가"고 반문했다.

B사 관계자는 "아티스트는 자신의 재능을, 소속사는 지원·섭외·보수 등을 제공하기로 약속하고 쌍방이 전속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라며 "소속사는 아티스트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믿고 투자를 하는 셈인데 이런 일이 생기면 서로 신뢰가 깨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공한 후 아티스트가 소속사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깨버리는 일이 다수 발생하면, K-엔터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도 했다.

뉴진스 멤버 하니 팜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사태로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 시험에 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진스 사례는 '민희진' 체제의 어도어는 마음에 들었지만, 그가 없는 어도어는 하이브와 '한 몸'이라며 사실상 모회사에 반기를 든 특이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서다.

C사 관계자는 "다른 엔터사들은 멀티 레이블 방식이어도 하나의 회사 안에 팀 개념이어서 조직 내 동일한 가치와 문화를 공유한다"면서 "그러나 하이브는 각각의 레이블이 독립 체제로 움직이고 완전히 남남이어서 레이블 간 갈등도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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