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어요”…42만명 ‘청년 백수’ 자꾸 늘어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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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아침에 일어나 이력서를 다듬거나 채용 공고를 검색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청년층의 고용 질은 팬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층 비중이 32.4%로, 핵심 연령층(20.1%)보다 높았다.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이 다소 회복되는 가운데서도, 청년층 고용률은 올해 초 감소세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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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vs 비자발적 ‘쉬었음’…일자리 미스매치
#. 취업준비생 김모(27) 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약 2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학창 시절에는 좋은 학점과 다양한 대외활동으로 ‘준비된 인재’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졸업 후 취업 시장은 생각보다 치열했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여러 군데 지원했지만, 번번이 서류나 면접에서 탈락했다.
김씨는 아침에 일어나 이력서를 다듬거나 채용 공고를 검색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영어 공부와 직무 관련 온라인 강의를 듣지만, 시간이 지나도 자신감은 점점 떨어지고, 하루를 마치며 허탈함을 느끼는 날이 많다.
그는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존감이 낮아졌다. 친구들은 직장 생활을 시작했거나 해외로 유학을 떠났지만, 김씨는 "나는 왜 이렇게 뒤처질까?"라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부모님도 초조해하며 결혼이나 집 마련 같은 미래 이야기를 종종 꺼내지만, 그는 대답조차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청년층(25∼34세)에서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구조적 일자리 미스매치와 경기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33만6000명이었던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올해 같은 기간 42만2000명으로 25.4% 증가했다.
이는 1년 새 8만6000명이 늘어난 수치다.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쉬었음 인구 비중은 지난해 4분기 22.7%에서 올해 3분기 29.5%로 크게 상승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 대부분이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쉬는 것이 아니라, 취업 경험 이후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사례라는 점이다.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 증가에는 자발적 요인과 비자발적 요인이 모두 기여하고 있다.
자발적 쉬었음(28.2%)은 본인이 스스로 퇴직하고 쉰 경우다. 비자발적 쉬었음(71.8%)의 경우 경기 악화나 기업 구조조정 등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것을 말한다.
보고서는 청년층 자발적 ‘쉬었음’ 증가의 배경으로 일자리 미스매치를 지적했다.
고학력 청년층은 핵심 연령층(35∼59세)보다 더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지고 있으나, 자신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청년층의 고용 질은 팬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층 비중이 32.4%로, 핵심 연령층(20.1%)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은 청년들이 노동시장을 자발적으로 떠나는 주된 이유”라고 밝혔다.
비자발적 '쉬었음' 증가세는 구조적 요인 외에도 경기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이 다소 회복되는 가운데서도, 청년층 고용률은 올해 초 감소세로 전환됐다. 특히 300인 미만 중소기업과 대면서비스업에 종사했던 청년층이 비자발적으로 쉬는 경우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청년층 '쉬었음' 상태가 장기화하면 노동시장 영구 이탈 또는 니트(학업·구직을 하지 않는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는 잠재적 노동력 손실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고서는 "청년 실업자와 '쉬었음' 인구 간 노동 이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이들의 구직활동 재개를 지원할 정책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층 고용 문제가 단기적 경제 상황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지 않도록, 사회 전반의 적극적 논의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 청년층 눈높이에 맞는 고용 질 향상, 일자리 창출
- 직업 교육·훈련 강화 : 산업 변화에 맞춘 청년 직업교육 확대
- 고용 시장 모니터링 : 청년층 실업률 상승 가능성 대비, 고용 추세 관찰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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