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청정수소 발전시장' 떠들썩 홍보했던 정부...11.5% 규모 낙찰로 머쓱해졌다

나주예 2024. 12. 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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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0GWh 입찰 물량 중 최종 낙찰 750GWh 불과
정부 지원받은 남부발전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업자들 상한가 맞출 여건 안 돼…사실상 유찰"
한국남부발전의 삼척 수소화합물 저장 인프라 조감도. 남부발전 제공

정부가 세계 최초로 시행한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이 당초 계획했던 물량의 11.8% 수준에서 낙찰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애초 정부가 정해둔 전력 도입 가격 상한선이 너무 낮아 사업자들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예측된 결과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입찰시장 관리기관인 전력거래소가 '2024년 청정수소발전 경쟁입찰 결과'를 확정해 발표했다고 밝혔다.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한국남부발전은 2028년부터 삼척빛드림본부 1호기에서 석탄과 무탄소연료인 청정수소화합물(암모니아)을 혼소 발전해 연간 750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생산, 국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달성 및 2050 탄소중립 이행에 이바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2023년 수소법에 따라 청정수소로 만든 전기를 해마다 일정 규모 이상 의무적으로 사도록 하는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Clean Hydrogen Energy Portfolio Standard)를 시행하면서 올해 5월 세계 첫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을 열었다. 입찰 개시 물량은 6,500GWh로 발전 사업자들에게 수소 시장의 수요를 확보해줌으로써 수소 경제를 활성화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도 힘을 보태기 위해서였다. 경쟁 입찰을 통해 뽑힌 발전 사업자는 청정수소로 만든 전기를 2028년부터 한국전력 등에 15년 동안 고정 가격으로 판매할 기회를 갖는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한 5개 회사 중 최종 낙찰된 곳은 한전과 산업부의 암모니아 발전 기반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사업비 400억 원을 지원받은 남부발전이었다. 나머지 입찰 참여 사업자들은 정부가 제시한 가격 상한선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찬기 산업부 수소경제정책국장은 "다른 입찰 참여 발전사들은 전력거래소가 비공개로 설정한 최고 입찰가 이상 가격을써냈거나 주민·계통 수용성 등 비가격 지표에서 기준에 못 미쳐 탈락했다"며 "사업 초기 사업자가 낸 가격을 무작정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규모 청정수소 수요 창출 및 청정수소 가격을 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며 "올해가 첫 입찰인 만큼 매년 입찰 시장이 열려 사례가 쌓이면 기업들의 참여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상한가 비현실적…이대로는 목표 물량 확보 어려워"

그래픽=송정근 기자

당장 수요 확보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기업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SK E&S는 한국중부발전과 함께 충남 보령에 블루수소 생산기지를 세워 액화천연가스(LNG)·수소 혼소 발전을 통해 블루수소를 연간 25만 톤(t)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입찰에 떨어지면서 사업을 미루기로 했다. 당초 SK E&S는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 낙찰 이후 수요를 확보해 내년 3월 플랜트 착공에 들어가 2028년부터 실제 운영할 계획이었다.

정부가 세계 최초라고 홍보하며 야심차게 시행한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이 사실상 유찰과 다름없는 결과가 나온 것을 두고 전문가 및 업계에선 예상된 결과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에서 암모니아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특성상 청정수소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어 정부가 제시한 가격 상한선에 맞추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업 여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입찰 시장을 열었다가 세계적 망신을 당한 꼴"이라며 "별다른 대안 없이 내년 입찰 시장이 열리더라도 올해 수준의 상한가를 유지한다면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입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조금 등 추가적 지원책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해야 공급 단가를 더 낮출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등 해외국에선 청정수소 생산에 대한 보조를 통해 공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리는 공급 중심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수요도 공급도 애매한 상황에선 이도저도 키우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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