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풀린 뭉크의 ‘절규’ 보러 230만명 발길… 노르웨이 문화는 덤

오슬로=김민 기자 2024. 12. 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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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가 세기말의 불안을 담아 그린 걸작 '절규'(1893년)에는 이 문장이 적혀 있다.

이러한 구조는 유명 작가인 뭉크를 매개로 노르웨이 문화를 소개하는 데 효과적이다.

잉리 뢰위네스달 국립미술관장은 "뭉크의 작품은 물론 노르웨이 여왕이 입었던 드레스, 노르웨이 디자인과 건축에 음악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곳이 우리 미술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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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국립미술관 가보니
‘절규’에 적힌 ‘미친 사람만 그릴 그림’… 적외선 촬영 통해 ‘뭉크 친필’ 결론
결과 발표 1년 뒤 리모델링 재개관
전시 공간만 4000평, 북유럽 최대… 디자인-건축-공예도 함께 선보여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 ‘절규’는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미술관에서 볼 수 있었다. 오슬로=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친 사람만 그릴 그림’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가 세기말의 불안을 담아 그린 걸작 ‘절규’(1893년)에는 이 문장이 적혀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크기여서 뒤늦게 발견된 데다 내용도 특이해 누가 왜 적었는지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

미술관 연구팀은 이 작품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했는데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글씨로 ‘미친 사람만 그릴 그림’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뭉크가 그림 공개 후 비난을 받은 뒤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제공
비밀을 풀어낸 건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연구팀. 적외선 카메라 촬영과 뭉크의 일기, 관련 기록을 대조해 본 끝에 연구팀은 뭉크가 직접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그림을 공개한 뒤 ‘미치광이’라는 비난에 시달렸던 그가 연필로 조그맣게 글씨를 남겼다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걸작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전 세계로 보도됐고, 연구 결과 발표 1년 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은 리모델링을 마치고 문을 열었다. ‘뭉크의 절규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았던 미술관을 직접 찾았다.

● 뭉크 품은 초대형 미술관

2022년 개관한 국립미술관은 회색 외벽이 둘러싼 거대한 건물로 북유럽 3국에서 가장 큰 미술관이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제공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은 전시 공간만 1만3000㎡(약 4000평)로 구겐하임 빌바오, 네덜란드 레익스미술관보다 크고 북유럽 3국 중에선 최대 규모다. 뭉크의 작품은 미술관 2층 가장 중심부 전시관에서 볼 수 있었다. ‘절규’뿐 아니라 ‘마돈나’를 비롯한 뭉크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어 가장 붐비는 전시장으로, ‘절규’ 바로 옆은 경비원이 항상 지키고 서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뭉크의 방’을 둘러싸고 좌우로 연결되는 전시장의 구조다. 뭉크를 중심으로 미술관 왼쪽 공간은 19세기 이전 미술을 보여 준다. 여기에서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 요한 크리스티안 달의 작품부터 대표 컬렉터이자 기업인이었던 크리스티안 랑오르(1849∼1922)가 기증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어 뭉크의 방을 지나면 20세기 이후 근현대 미술 컬렉션이 펼쳐진다.

이러한 구조는 유명 작가인 뭉크를 매개로 노르웨이 문화를 소개하는 데 효과적이다. 미술관이 대규모 리모델링을 마치고 개관하기 전 ‘절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듯, ‘절규’를 보러 온 사람들이 자연스레 노르웨이 미술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것이다. 잉리 뢰위네스달 국립미술관장은 “뭉크의 작품은 물론 노르웨이 여왕이 입었던 드레스, 노르웨이 디자인과 건축에 음악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곳이 우리 미술관”이라고 설명했다.

● 디자인, 건축, 공예도 한자리에

뢰위네스달 관장의 말처럼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의 공식 명칭은 노르웨이 국립 미술·건축·공예 박물관으로, 세 기관을 커다란 건물 하나에 합쳐 운영하는 ‘메가 뮤지엄’이다. 소장품은 40만 점에 달하고 이 중 약 6500점이 90개 전시장에 나뉘어 선보이고 있다. 2층이 뭉크를 비롯한 회화를 중심으로 전시가 이뤄진다면 1층은 건축부터 고미술, 공예, 산업 디자인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시품을 혼합하여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일부 전시장은 가구와 옷을 함께 배치해 방처럼 꾸미고, 그 시대에 관련된 음악을 틀기도 했다.

이렇게 장르 구분을 없애는 과감한 결정에는 각 박물관의 소장품 규모가 작다는 이유도 있었다. 뢰위네스달 관장은 “노르웨이는 덴마크, 스웨덴의 지배를 받다 1905년 독립해 역사가 짧다”며 “국립미술관이나 건축박물관이 나뉘어 있을 때 건축물은 아름다웠지만 해외에서 찾을 만큼 눈길을 끌 큰 규모는 아니었다”고 했다.

이에 각 분야를 담당하는 큐레이터들이 소통을 늘리고 창의적인 큐레이팅을 만들어 보자는 전략을 세웠다. 박물관과 미술관 역사가 짧고 특히 소장품 규모가 빈약한 한국도 참고할 만한 대목이었다. 뢰위네스달 관장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섞여 새로운 소통을 함으로써 기존에 보지 못했던 전시가 꾸준히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은 개관 1년 반 만에 230만 명이 방문했다. 노르웨이 전체 인구가 600만 명인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숫자다.

오슬로=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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