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실수’가 ‘실력’으로… 안방서 中에 밀리는 한국 가전
2일 서울 중구 롯데하이마트 서울역점. 매장 안쪽 TV코너에 삼성전자·LG전자의 대형 TV와 중국 TCL의 TV가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올 초까지만 해도 TCL 제품은 모두 저가형 소형 TV 코너에만 있었다. 지난 4월 이후 삼성·LG만 있던 주요 프리미엄 TV 구역으로 ‘승격’된 것이다. 이 매장에서 가장 큰 전시 TV도 TCL의 98인치짜리 제품이었다. 황일홍 점장은 “2030 세대가 특히 TCL 등 해외 제품을 많이 찾아 200만~300만원대 고가에도 월 6대는 팔린다”며 “기술력이 국내 가전 브랜드 못지않은 데다가 가격은 그보다 살짝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삼성·LG 텃밭인 한국 가전 시장이 중국 가전 브랜드에 잠식되고 있다. 10여 년 전 한국 가전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는 “싼 맛에 쓰는 제품”이었다. 3~4년 전엔 샤오미 선풍기, 이른바 ‘차이슨(차이나+다이슨)’으로 불리는 무선 청소기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품질 수준이 한국산에 근접한 제품들이 출시되더니, 최근엔 오히려 한국 제품보다 더 비싼 중국 브랜드가 팔려 나가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로봇청소기 코너에선 중국 로보락만 별도로 매대가 마련돼 있었는데, 가격이 177만원으로 삼성전자·LG전자보다 20만원가량 비쌌다. 가성비로 가전 강국 일본을 제치고 세계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얻은 한국 기업들의 성공 루트를 중국 기업들이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이다. 한 가전 업체 고위 관계자는 “어느 순간부터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중국산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며 “중국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한번 바뀌기 시작하면, 한국 가전시장도 한순간에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가전 잠식하는 중국 브랜드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는 한국에서 선풍기 등 국내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제품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TV·청소기·세탁건조기 등 1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11월 기준 외국산 청소기 점유율은 2022년 38.9%에서 올해 50%까지 늘었다.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TCL 한국 지사 관계자는 “TV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 냉장고와 에어컨도 함께 론칭 했다”며 “앞으로 세탁기 등 다른 가전으로 품목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 1위인 중국 로보락은 지난달 29일 일체형 세탁건조기를 국내에 출시하며 백색가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로보락의 주력 신제품은 세탁 10㎏, 건조 6㎏ 용량의 세탁건조기 ‘H1′. 로보락은 “점차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좁은 공간에도 활용도가 높은 가전제품이 주목받는 점 등에 착안했다”고 했다. 이 제품의 가격은 169만9000원인데, 보통 세탁 용량 25㎏의 국산 제품이 30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저렴하다고 하기 어렵다. 로보락은 이미 200만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로봇청소기로 국내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로봇청소기 분야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얻었기 때문에 고가 가전 공략이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시장 공략도 공세적이다. 중국 샤오미는 지난달 중순 2년 만에 한국 시장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열었다. 로봇청소기,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 자사 제품을 최대 40% 할인된 가격에 팔았는데, 행사 첫날 접속자 폭주로 한때 네이버 스토어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그동안 삼성·LG의 가전 위탁 생산을 주로 하던 중국 메이디(Midea·미디어)는 지난 7월 자체 브랜드를 달고 한국에 상륙했다. 이달 세탁기, 건조기를 본격 출시하며 삼성·LG와 맞붙을 예정이다.
◇AS 문제도 해결하며 진격
일부 중국 브랜드는 이미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 로보락은 강남 갤러리아 백화점을 포함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전국 주요 백화점 27곳에 입점하며 고급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의 약점이었던 애프터서비스(AS)도 대폭 강화해 나가고 있다. 로보락은 올해부터 롯데하이마트와 손잡고 AS 접수 지점을 전국 352곳으로 넓혔다. 로봇청소기 업체 에코백스는 지난달 AS 강화 전략인 ‘원스톱AS’ 방안을 내놨다. 기존 일반 택배 접수에 더해 전국 GS25 편의점에서 무료로 택배를 보낼 수 있게 하면서 편의성을 높였다. 지난해까지 27곳에 그쳤던 출장 수리 지점 또한 올해만 36곳을 확충해 총 63곳에서 센터를 운영하며 국내 전역을 커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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