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아니면 해도 된다, 혁신 유도하는 美 ‘네거티브 규제’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4. 12. 3.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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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최소화해 기업 도전 장려
필요한 분야는 보호막 쳐 육성

미국 정부는 신산업·신기술 육성을 위해 ‘불법이 아니면 모두 해도 된다’는 의미의 ‘네거티브(negative) 규제’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필요한 분야는 ‘보호막’을 쳐서라도 과감히 육성하고, 한편에선 정부의 ‘족쇄’를 최소화해 기업이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법에 명시되거나 당국이 허가한 것만 할 수 있다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해진 틀을 벗어나면 꼬투리를 잡혀 사법 처리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네거티브’ 대표적인 사례가 첨단 바이오 분야다. 미국에선 유전자 정보 분석 기업이 고객에게서 유전자 분석을 의뢰받아 유전 정보를 분석해 주고, 이 데이터를 신약 개발에도 활용한다. 원격 의료도 일상화돼 있다. 하루 24시간 화상 통화나 인터넷 채팅 등으로 10분 이내에 등록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처방전은 약국으로 전송돼 월마트·아마존 등을 통해 배달이 가능하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간 기업이 자체적으로 유전체 데이터를 구축하기 어렵고, 원격 의료가 사실상 막힌 한국 규제와는 딴판이다.

미국이 자율주행차나 한국에선 사실상 막힌 승차 공유 등 모빌리티(이동 수단) 분야에서도 선두를 달리는 배경엔 막강한 자본력뿐만 아니라 기술 실험을 장려하는 제도 덕분이란 분석도 많다. 미국에서도 초기엔 우버·리프트와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에 대한 기존 택시 업계 반발이 컸다. 그러나 미국은 일단 규제 없이 새로운 사업을 풀어주는 방식을 택했고, 이후 안전 문제 등 부작용이 불거지면 그에 맞춰 운전자 신분 확인 강화 등 ‘핀셋 규제’를 하는 방식을 취했다. 승차 공유는 자율 주행 기술과 결합해 모빌리티 생태계를 완전히 바꿀 신기술로 성장했다.

미국은 한편 시장을 장악하는 대형 기업들에 대한 ‘반(反)독점 기조’는 정권을 불문하고 유지해 신생 기업들의 성장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지난 8월 1심 판결이 나온 미 빅테크 기업 구글에 대한 반독점 소송은 트럼프 1기 때 법무부가 긴 준비를 거쳐 2020년 10월 기소한 후 바이든의 법무부가 이어받아 유죄 판결까지 이끌어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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