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 봤나, ‘위봉산’…즐겨는 봤나, 그 서문에 서서 완주를~[투어테인먼트]
강석봉 기자 2024. 12. 2. 23:02
1등의 위대함을 폄훼할 필요는 없다. 그와 같이 작은 산정이라고 무시 받아서도 안될 일이다. 완주의 이야기는 전주의 치적과 다를 뿐이다. 소박함과 화려함을 똑같은 잣대로 가를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둔산은 대둔산대로, 위봉산(추줄산)은 그 나름대로 세상에 나선 이유가 있을거다. 완주를 품은 대둔산의 위대함은 언제나 오롯하지만. 대둔산의 위세에 눌린 인근 위봉산이라도 그 스토리의 장엄함은 산세에 어깨뽕 하나는 덧씌워도 좋을 듯 하다. 적어도 숨어있는 명소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완주를 통해본 작은 것들의 위대함을 살펴보자.
삼례책마을
지난 2016년 8월 문을 연 삼례책마을은 책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곳이다. 고서점과 헌책방, 북카페로 이루어진 북 하우스와 한국학아카이브, 전시와 강연시설을 갖춘 북 갤러리 등 세 동의 건물로 구성되었다. 특히 고서와 기록, 수집에 관심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보물 같은 완주 여행지다. 삼례역에서 도보로 가까워서 젊은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다.
삼례책마을은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 사이에 지어진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과거의 양식창고가 현재의 지식창고로 이어지고 있는 아주 의미 있는 공간이다. 양식창고가 지식의 창고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세미나, 전시회, 음악 공연, 북콘서트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현재 삼례책마을 책박물관에서는 「전설의 DJ 김광한 팝송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1960~90년대까지의 음반 8천여 장과 유명 가수 사진, 인터뷰 녹음테이프, CD, 방송원고, 음악 도서, 음향기기 등 2만여 점이 전시된다. 김광한의 방송 육성 녹음 파일을 다시 들을 수 있는 추억의 ‘골든팝스’도 상영한다. 전시는 2025년 4월 14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삼례문화예술촌
만경강 상류에 위치한 삼례문화예술촌은 일제강점기에 지은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으로 역사와 현대가 어우러지는 문화예술 공간이다. 수탈의 상징인 양곡창고를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탈바꿈시켜 역사적 의미와 문화가 공존하는 삼례만의 독특하고 절묘한 공간을 형성했다.
삼례양곡창고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대지주 시라세이가 1926년 설립한 이엽사농장 창고로 추정되며, 완주지방의 식민 농업 회사인 전북농장, 조선농장, 공축농원과 함께 수탈의 전위대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1914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한 삼례역 철도를 이용해 군산으로 양곡을 이출하는 기지 역할을 담당했으며, 이와 더불어 군산 일대 조석 간만의 차가 커서 만조 시에 삼례 비비정마을까지 바닷물이 유입되어 들어오면 배로도 양곡을 수탈하였다고 전해진다.
삼례 양곡창고는 1920년대 신축되어 2010년까지 양곡창고로 사용되다가 저장기술 발달 등 환경 변화로 기능을 잃게 되었다. 2013년 6월 5일 문화와 예술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담은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재탄생 하게 되었고, 2018년 3월 3일, ‘삼례를 세계로!, 세계는 삼례로!’ 라는 슬로건을 목표로 삼아 새로운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개관 했다. 삼례문화예술촌은 1920년대 지어진 건물 양식과 흔적이 보존되어 있어 예술촌 내부 건축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매주 월요일 휴관. 063-290-3862~3
대둔산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대둔산은 완주의 자랑이자 보물이다. 특히 울긋불긋 단풍이 드는 가을의 대둔산은 절경 그 자체다. 대둔산은 한듬산을 한자로 만든 이름으로 한은 크다는 뜻이며 듬은 두메, 더미 덩이의 뜻을 일러 큰두메산, 큰덩이의 산을 뜻한다. 곳곳에 드러난 화강암 암반이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고, 빼곡한 숲이 첩첩으로 쌓여 있어 예로부터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려온 곳이다.
해발 878m 우뚝 솟은 최고봉 마천대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바위 봉우리들의 자태가 수려하다. 우뚝 솟은 봉우리마다 독특한 형상이 담긴 대둔산은 잘 다듬어진 조각품에 분재의 군락을 보는 것 같은 수석의 보고이다. 흙보다는 돌멩이가 많은 산, 돌고 돌더라도 오르락내리락 하기보다는 가파른 비탈길이 심한 곳이다. 원효대사는 대둔산을 가리켜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격찬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정상 부근에 있는 금강구름다리는 대둔산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놓쳐서는 안 되는 명소. 금강구름다리를 건너면 약수정이 나오고 여기서 삼선줄다리를 타면 왕관바위로 간다. 봉우리마다 한 폭의 산수화로 그 장관을 뽐내는 대둔산은 낙조대와 태고사 그리고 금강폭포, 동심바위, 금강계곡, 삼선약수터, 옥계동 계곡 등 신의 조화로 이룬 만물상을 보는 듯 황홀하기만 하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천등산 하늘벽, 신선암벽, 옥계동 양지바위에서는 대둔산 관리사무소를 통한 사전 신청을 통해 암벽등반도 가능하다. 운주면 대둔산공원길 23
위봉산성
위봉산성은 1675년(숙종 1)에 7년에 거쳐 쌓은 포곡식 산성이다. 전라감사 권재윤이 유사시에 전주 경기전에 있는 태조 영정, 조경묘의 시조 위패를 옮겨 봉안하기 위해 전주 근처에 험한 지형을 골라 성을 축조했다. 실제로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주부성이 점령되자 영정과 위패를 이곳으로 옮겨놓기도 했다.
이 성은 당초 폭 3m, 높이 4~5m, 16km 둘레로 만들어져 3곳의 성문과 8개의 암문이 있었다. 지금은 일부 성벽과 동·서·북 3개문 중 전주로 통하는 서문만 유일하게 남아 있는데, 이 역시 문 위에 있던 3칸의 문루는 붕괴되어 사라지고 높이 3m, 폭 3m의 아치형 석문만 현존한다. 실제 걸을 수 있는 구간은 도로에서 보이는 게 전부다. 소양면 위봉길 53
위봉폭포
위봉산성 동문 쪽에 있는 위봉폭포는 높이 60m의 2단 폭포로 여름철 시원스레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보는 이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예부터 완산 8경에 드는 절경으로 유명하다. 도로에서 폭포 아래까지는 목재 계단 산책로로 연결돼 있어 쉽게 폭포에 다가갈 수 있다.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 깊은 계곡이 어우러진 위봉폭포는 비온 뒤 물이 많을 때 더욱 좋다. 위봉폭포가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이곳에서 우리나라 판소리 8대 명창으로 정조와 순조 때 활약한 권삼득 선생이 수련하며 득음의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위봉폭포는 전북 천리 길의 완주구간 노선인 ‘고종시 마실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고종시는 조선시대 고종 임금이 이곳 동상면에서 나는 곶감을 즐겨 먹어 붙여진 곶감 종류. 보통 감보다 알이 작고 씨가 없으며 맛이 달다. 고종시 마실길은 위봉산성~위봉사∼위봉폭포∼송곶재∼시향전망대∼다자미마을을 지나 동상면 학동마을까지 이어진다.
가까운 곳에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맞아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것을 기념하는 웅치전적지(전라북도기념물 제25호)와 종남산 기슭에 송광사가 있다. 소양면 위봉길
위봉사
위봉산 자락에 위치한 위봉사는 소양면 대흥리 위봉산 마루턱, 위봉산성 안에 자리하고 있다. ‘추출산위봉사’라고 적힌 일주문과 사천왕문을 지나 위봉사 경내로 들어선다. 깊은 산속의 사찰인데도 마당이 평탄하고 널찍하다. 대웅전 용마리에는 청기와가 고색창연하게 박혀있다. 보광명전 앞에 서 있는 늙은 소나무 한 그루가 고찰의 품격을 말해준다.
비구니들만의 도량인 위봉사는 절제의 미학이 엿보인다. 사찰 내부 건축물의 배치나 공간 구성 어디에도 과장이나 허세가 보이지 않는다. 팔작지붕으로 유명한 보광명전 지붕의 용마루와 위봉산의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 자락의 조화가 절묘하다. 소양면 위봉길 53, 063-243-7657
봉강요
고즈넉한 위봉산 자락에 위치한 봉강요는 전북명장으로 선정된 도예가 진정욱 대표가 운영하는 도예복합문화공간이다. 2024년 전라북도 치유관광지로 선정된 봉강요는 자연 속에서 쉬고, 느끼고, 힐링 할 수 있어 찾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조용한 산속 깊은 미술관에서 다양한 작품도 감상하고,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봉강요의 시그니처는 도장을 이용해 점토에 찍는 ‘인화문기법’을 사용한 분청사기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도자기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다. 미리 준비된 도장을 이용해 무늬를 담아낼 수 있다. 체험은 1~2시간 정도 소요되며, 작품이 완성되면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봉강요는 한적한 숲에서 여유롭게 자연을 느껴보고, 세상에 하나 뿐인 도자기도 만들 수 있는 완주힐링여행 코스다. 완주군 소양면 위봉길 75-14
오성한옥마을
오성한옥마을은 주변에 종남산, 서방산, 위봉산 등 울창한 산림과 맑은 계곡, 호수가 있는 자연생태경관이 수려한 마을이다. 높고 낮은 지형의 형태에 맞춰 지어진 전통한옥들과 토석담장, 골목길 등이 고즈넉한 옛 정취와 정겨움을 더해준다.
전통방식의 시골밥상과 부꾸미 등 먹거리와 마을안길 걷기 및 생태 숲 체험을 즐길 수 있고, 한옥스테이와 오스 갤러리, 아원고택, 소양고택 등 느긋하게 머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가족나들이로도 매우 인기다.
특히 아원고택은 1층의 현대식 갤러리와 2층으로 올라가면 볼 수 있는 단아한 한옥의 정경이 아름다워 이곳을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만사 제쳐놓고 쉼을 얻는 곳’이라는 만휴당과 안채, 사랑채, 별채로 구성되는데, 안채와 사랑채는 진주의 250년 고택, 정읍의 150년 고택을 이축했다. 기본 뼈대는 그대로 살리고 서까래와 기와만 교체했다. 아원(我院)은 ‘우리들의 정원’이라는 뜻이다.
소양고택은 고창과 무안에 있던 180년 된 고택 3채를 해체하여 소양면에 이축한 한옥이다. 긴 시간 동안 문화재 장인들의 손을 거쳐 그대로 복원된 소양고택은 우리 고유의 전통미와 예술 콘텐츠가 담긴 한옥 문화체험관으로 재탄생했다. 갤러리와 두베카페, 플리커 책방 등 고즈넉한 한옥마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함께 있다.
오성한옥마을은 지난 2012년 한옥 관광지원화지구로 지정된 뒤 50가구 중 23채가 한옥과 고택으로 이뤄져 있어 드라마나 광고촬영 배경으로 사용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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