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시장 ‘명태균 여론조사’ 총 8회...국힘 '당원 명부'도 넘어갔다
뉴스타파는 명태균 씨가 2022년 6월 대구시장 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조사기관은 명 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미래한국연구소. 모두 비공표(비공개) 조사였으며, 총 8차례 실시됐다. 강혜경 씨에 따르면 조사 의뢰자는 홍준표 후보 측이었다.
그런데 입수한 자료에서 홍준표 후보 측이 명 씨에게 대구 지역 국민의힘 책임당원 명단을 넘긴 정황이 확인됐다. '대구 명단'이란 제목의 엑셀 파일에는 44,024명에 달하는 당원들의 이름과 성별, 지역구와 전화번호가 담겨 있었다. 누군가 불법으로 '실명' 당원 명부를 입수해 명 씨에게 넘긴 것이다.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였던 강혜경 씨는 '대구 명단' 속 당원들을 샘플에 포함해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그 뒤 응답 결과가 담긴 '로데이터(Raw Data)' 엑셀 파일을 따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각 당원들이 어느 후보를 찍었는지도 포함됐다. 이 '로데이터' 파일은 최종적으로 홍준표 캠프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조사 비용을 홍준표 측 인사들이 지불했기 때문이다.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의혹에서 국민의힘 '실명' 당원 명부를 토대로 미래한국연구소가 '지지 성향' 로데이터 파일을 만든 사실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준표 시장 선거 때 '명태균 여론조사' 총 8회, '대구 명단' 파일에 당원 44,024명 정보
제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1~4월, 미래한국연구소는 총 8차례에 걸쳐 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선거 예비후보자의 적합도와 경쟁력을 묻는 조사였다. 뉴스타파는 미래한국연구소의 '대구시장 여론조사' 파일 일체를 입수했다.
상위 폴더에는 비공표 조사의 데이터가 날짜별로 분류됐다. 여론조사 보고서가 만들어진 날짜는 2022년 ▲1월 21일 ▲2월 7일 ▲3월 11일 ▲3월 22일 ▲4월 2일▲4월 3일 ▲4월 5일 ▲4월 15일로 확인된다. 경선 후보자가 3명(홍준표, 김재원, 유영하)으로 압축된 건 4월 14일, 실제 경선 조사는 4월 21~22일, 경선 후보자 확정일은 4월 23일이었다.
여러 폴더 중에서도 특히 <대구 책임 당원데이터>라는 이름의 폴더가 눈에 띈다. 폴더를 열어보니 '대구 명단'이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이 나왔다. 그런데 이 파일에는 대구 지역 국민의힘 책임당원 44,024명의 이름과 성별, 지역구, 휴대전화 번호 등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국민의힘은 선거 후보자에게 해당 지역 당원의 전화번호를 안심번호 형태로 제공할 뿐, 당원의 실명과 휴대전화 번호를 함께 제공하지는 않는다. 불법 선거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누군가 대구시 당원 명단을 불법적으로 입수해 명태균 씨에게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실명' 당원 명부는 여론조사 기관에 결코 존재해서는 안 된다.
대구시 당원이 누구 찍었는지 표시한 '로데이터' 파일도 만들어 제공한 정황
앞서 뉴스타파는 여론조사 보고서에 더해 표본의 응답 결과가 담긴 '로데이터' 파일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게 명태균 식의 비즈니스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대구시장 조사에서도 8회차 모두 그에 상응하는 '로데이터' 파일이 존재했다. '로데이터' 파일에는 응답자별로 어떤 후보를 찍었는지, 그리고 홍준표 VS 김재원 혹은 홍준표 VS 유영하 후보가 맞대결을 했을 때 누구를 뽑았는지까지 상세히 적혔다.
그런데 당시 '명태균 여론조사' 표본에 대구시 책임당원 명부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로데이터' 파일과 별개로 '대구결과 DB-매칭자료'라는 이름의 파일도 존재했는데, 이는 각 당원이 누굴 찍었는지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강혜경 씨는 의뢰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명' 당원 명부가 필요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론해볼 수 있다. 3명의 후보자로 압축된 이후 실시된 마지막 비공표 조사보고서(2022.4.15)를 보면 '차기 대구시장 후보 적합도(샘플 2085명)는 홍준표 33.7%, 유영하 30%, 김재원 26% 순이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당원만 놓고 보면 유영하가 32.6%, 홍준표 32.5% 순이었다. 유 후보자에 대한 당원 지지가 오차 범위 내에서 조금 더 높았던 것이다.
당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 그리고 당원 여론조사 50% 비중으로 실시됐다. 당원의 실명과 지역구, 응답한 후보가 누구인지 미리 알고 있다면, 후보자가 집중적으로 선거운동을 벌일 타깃을 쉽게 설정할 수 있다.
홍준표 시장, "명태균에게 여론조사 의뢰한 적 없어...사기꾼인 줄 진작 알고 있었다"
홍준표 시장은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가 의뢰한 일 없습니다. 나는 그런 사기꾼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라는 문자 답변을 보내왔다. 명태균 씨에게 조사를 의뢰한 캠프 관계자 2명을 아느냐고 묻자 "(그 친구는) 캠프 참여한 일 없다", "(캠프) 근처 온 일도 없다"며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이어 "명태균 씨를 2022년도에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질문 자체가 불쾌하다. 사기꾼인 줄 진작 알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명태균 씨가 혼자서 보려고 8차례에 걸쳐 대구시장 후보 비공표 여론조사를 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당시 명태균 씨에게 조사를 의뢰한 사람은 2명으로 확인된다. 모두 홍준표 시장 측 인물로 알려졌는데, 특히 한 명은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들이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비용도 거의 다 지불했다고 한다. 홍준표 후보의 답변대로라면 이들은 캠프에 참여하지도 않았으면서 자신들의 돈까지 써가며 홍준표 후보 모르게 몰래 여론 조사를 의뢰했다는 얘기가 된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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