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화된 동물로 부순 통념 인간세상 부조리를 드러내다 [박미란의 속닥이는 그림들]
그 위에 올라탄 호랑이·양·새·사마귀
정치·종교 분야의 선전물을 연상시켜
동물의 가죽 내지에 회화 연작 선보여
정제된 죽음 위에 삶의 환상 덧입혀 내
◆다소 생경한 평화
더없이 찬란한 자연의 풍경, 티 없이 매끈한 세계. 장종완(41)의 화면에 담긴 장면들은 너무 아름다워서 믿기 어려운 거짓말 같다. 그곳을 무대 삼아 일어나는 사건의 면면에는 때로 가장 우스운 비극처럼, 또는 못내 불안한 희극처럼 평화를 가장한 긴장이 감돈다. 거짓 신화와 인조 털, 가짜 자연으로 짜깁기한 허구의 현실…. 문득 그 모든 것이 결국 우리에 관한 설명임을 깨닫는다. 평화를 위한 질서와 규칙, 희망을 위한 이념과 신앙에 기반해 세워진 이곳, 필연적으로 연극무대나 다름없는 인간세상을 은유하는 수사법임을 말이다.
◆현실에 틈입한 이세계의 혼종들
온갖 요소가 기이하게 뒤엉켜 생성된 혼종들이 대사 없는 무대를 주도하는 배우들이다. 지하의 서늘한 방 안에 온통 파도치는 바다로만 이루어진 지구본 회화 ‘행성1’(2018)이 놓인 가운데, 가발을 쓴 회화 두 점이 공중으로부터 아래를 응시한다. 얼굴에는 각각 파도 위 흩날리는 지라시와 어둠 속 등대의 풍경을 담은 채다.
◆죽음 위에 덧입힌 생의 환영
선장이던 아버지가 온갖 나라에서 구해온 가죽 위에 그림을 그린 것을 시작점 삼아, 장종완은 동물의 가죽 내피에 그린 회화 연작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정제된 죽음 위에 삶의 환상을 덧입히는 일이다. ‘묻어둔 편지’(2024)에서 끝내 사물이 된 생명의 살갗에 섬세한 붓으로 새긴 미래 낙원의 풍경은 마치 존재의 사라짐을 위로하는 그만의 제의 같다. 다시 이것은 우리에 관한 이야기다. 약속된 죽음을 앞둔 삶들, 그 공허한 그림자를 외면하되 짤막한 생의 환영에 눈을 빛내는 애틋한 동물이 곧 우리이니까.
장종완은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아마도예술공간(2024), 파운드리 서울(2023),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2020), 아라리오갤러리 서울(2017), 금호미술관(2014), 스페이스 윌링앤딜링(2014) 등에서 개인전을 선보였으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광주파빌리온(2024), 아트선재센터(2024), 서울시립미술관(2024), 국립현대미술관(2023; 2019), 대전시립미술관(2023), 울산시립미술관(2022), 국립아시아문화전당(2022), 대구미술관(2021), 부산현대미술관(2021), 서울시립미술관(2021) 등이 마련한 단체전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아라리오뮤지엄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박미란 큐레이터, 미술이론 및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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