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친자' 감독 "어두운 주제에 시청률 우려 있었지만…"

박재령 기자 2024. 12. 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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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연출한 송연화 감독
"영화적 기법? 따로 구분 안 해, 그냥 선호·지향하는 스타일"
전작에서 단막극 연출… "신인 등장할 수 있는 통로 존재해야"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스틸컷. MBC 제공

'아름다운 스릴러'. 지난달 15일 종영한 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친자) 송연화 감독이 각종 인터뷰에서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강조한 표현이다.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가족이 낯설게 느껴질 때의 스산함, 이를 표현하는 연출과 극본, 연기의 섬세함이 스릴러를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했다. 마지막 회까지 서사와 미감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며 '이친자'는 10%에 가까운 최고 시청률로 10부작을 끝마쳤다.

장르물이지만 극의 핵심을 꿰뚫는 키워드는 사람 사이의 '관계'다. 지난달 26일 미디어오늘과 서면으로 만난 송연화 감독은 MBC 내부에서도 작품의 어둔운 분위기가 시청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데스크의 지지 덕분에 작품이 편성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송 감독은 '이친자'로 MBC 내부 자원의 뛰어난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신인 작가·감독을 키우기 위한 방송국 내 '단막극'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다.

“'가족, 그리고 가장 가까운 타인에 대한 이해'가 메시지”

- 마지막 회가 끝났다. 드라마를 끝낸 소회를 전해주신다면.

“시청자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 마지막 회가 최고 시청률로 끝났다는 것이 주는 의미도 남다른 것 같다. 작품 결말 관련해서도 잘 마무리됐다고 이야기해주신다면 제작진 입장에선 감사할 따름이다.”

▲ MBC '이친자' 촬영 현장의 송연화 MBC PD. 사진=본인 제공

- 장태수와 장하빈, 부녀의 화합으로 마무리되는 게 인상 깊었다. 다만 이러한 결말이 극 초반부의 추리·수사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드라마 중심에 있는 메시지는 '가족, 그리고 가장 가까운 타인에 대한 이해'다. 물론 장르적 서사와 재미도 드라마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가 만들어진 근원에는 가족 안에서의 이해와 관계라는 키워드가 자리하고 있다. 작품 내 대다수 이야기들 역시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구조다. 범인이 누굴까 추리하고 의심하는 구조를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한 지점이긴 하지만, 이 드라마는 결국 부녀의 모습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아쉬워하시는 반응도 충분히 공감되고 이해 간다. 작품의 최초 기획 의도에 부합하고자 하는 마무리였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 작품을 제작하며 생각한 주안점이 뭔지, 작품을 통해 의도했던 바가 충분히 구현됐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이친자' 초반부 이야기 상당 부분은 주인공 태수의 시점에서 딸을 의심하게 되는 사건들로 구성돼 있다. 이 지점을 시청자들에 잘 전달해야 이야기가 계속 뻗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물의 상황이나 심리 묘사를 더 세밀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고, 특히 화면적 부분에서 그런 부분이 추가적으로 전달될 수 있게 고민했다. 아무래도 작가님이 글을 잘 써주시고 배우님들이 훌륭히 연기해주신 덕분에 그런 목표에 조금이나마 닿지 않았나 싶다.”

- 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2화에 등장하는 비 오는 날, 태수의 차 추격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각 분야 스태프들이 정말 많은 준비를 했고 촬영 당일에도 고생하면서 찍은 장면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 공간을 꾸민 미술팀, 촬영, 조명, 그립팀과 무술팀, DI(색보정), CG팀 등등. 개인적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시 한번 체감했던 순간이기도 하다.”

▲ 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스틸컷. MBC 제공

- 장면 곳곳에서 대칭 구도를 유지하는 것이나 색감을 대비시키는 것, 은유적 묘사 등의 연출이 '영화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의도가 따로 있었나.

“연출 방향성에 있어 특별한 의도를 둔 건 아니다. 또 딱히 영화적 기법이라고 구분해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냥 제가 선호하고 지향하는 스타일이다. 이야기를 화면으로 실어 나르는 데 있어 그런 지점들이, 보는 사람 입장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더 많아지고 또 의미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찍는 사람 입장에서 그런 방식이 더 재미있기도 하다.”

“드라마 장기적 성장 위해선, 단막극에서 시장 논리 떼야”

- 이번이 첫 메인 연출작이다. 2022년엔 4부작 '멧돼지사냥'(단막극)을 연출했다. 미스터리, 스릴러 등 장르물이 연출작에 주로 보인다.

“예전부터 평소에 그런 작품들 보는 걸 좋아했다. 스릴러나 미스테리 장르는 기본적으로 평범한 일상에서 기이한 사건이 벌어지며 긴장감이 유발된다. 그 지점이 흥미롭다고 느꼈다. 연출가가 돼서 보니 그런 순간과 장면을 만들어가는 것이 볼 때보다 훨씬 더 즐겁고 재밌다고 느낀다. 다른 장르도 궁금하긴 하지만 장르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만 이번 작품과 다른 걸 보실 수 있게 스스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 아무래도 지상파 방송사는 많은 대중의 선택을 받기 위해 순수 장르물을 피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이친자'도 OTT 오리지널 작품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많다.

“개인적으로 지상파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MBC 드라마국에서도 이 때문에 다양한 작품들을 고민하며 선택하는 걸로 알고 있다. 물론 시청률은 굉장히 중요한 지표다. 이 드라마도 담당 EP(제작총괄 PD), 국장 등을 비롯한 드라마국 데스크의 지지 덕분에 편성이 가능했다. 다만 장르물 때문만은 아니고 이야기 자체가 다소 어둡기 때문에 시청률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걸로 알고 있다. 그래도 무엇보다 필요한 이야기라고 데스크가 적극적으로 말씀해주셨다.”

▲ MBC '이친자' 촬영 현장에서 연출하고 있는 송연화 MBC PD. 사진=본인 제공

- 첫 방영부터 MBC가 주주로 있는 웨이브뿐 아니라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OTT 전반에 유통됐다. 이러한 유통 방식이 최근에 흔해진 건가.

“제가 참여했던 드라마 중에선 처음이었다. 최근 다양한 시청 통로 마련을 고민하는 추세는 분명 존재한다. '이친자'도 처음부터 여러 플랫폼에 유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내부에서 판단한 걸로 알고 있다. 장르의 특성과 해당 장르를 선호하는 시청층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결과적으로 본방송의 시청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 '이친자'는 MBC 극본공모 수상작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별도의 독립된 스튜디오 등 외주 제작한 것이 아닌 자체 기획·제작한 '인하우스' 작품이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이 별도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등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MBC 소속 PD 입장에서 인하우스 드라마는 당연히 의미가 크다. 내부 자원들을 최대한 잘 활용해보고 싶기도 했다. 내부의 기획 PD가 대본 개발, 제작을 맡았고 MBC 내부의 촬영 감독, 후반팀(DI, CG)들과 함께 작업해 퀄리티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여전히 MBC엔 뛰어난 인적 자원들이 많다. 잘 쓰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길 바란다.”

- 치솟는 제작비 상승으로 콘텐츠 업계가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드라마를 많이 만드는 것이 방송국의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방송국에 속한 PD로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시장이 어려워지면 안전한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드라마 산업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이러한 경향은 '어떤 드라마를 편성할지'서부터 제작 과정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높기 때문에 당연한 고민이지만 모든 작품에 그 논리가 해당되기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예를 들어 단막극은 드라마 산업의 아주 중요한 포맷이지만, 예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그 명맥이 겨우 유지되는 수준에 불과하다. 드라마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선 신인 작가와 신인 연출가가 등장할 수 있는 통로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어떤 프로그램들은 시장 논리를 조금 떼어 놓고 운영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야만 드라마 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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