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출산도 육아지원 받는 유럽, 64%가 비혼출산… 한국은 찬반논란
프랑스 파리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비혼 워킹맘’ 소피 올리비에 씨(44)는 일곱 살 딸 한 명을 홀로 키우고 있다. 결혼이나 동거를 법적으로 인정해주는 시민연대협약(PACS) 없이 순수하게 비혼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다. 연인과 함께 동거 중에 아이를 낳았다가 아이가 두 살일 때 헤어졌다.
올리비에 씨는 “출산 전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진료비와 검사비,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지급되는 육아수당 등은 기혼 여성과 똑같이 다 받았다”며 “연인과 별거를 시작했을 때 부모님은 내 결정을 존중해줬다. 나중에 내 딸이 비혼으로 홀로 아이를 키운다 해도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배우 정우성 씨로 인해비혼 출산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비혼 출산 비율이 절반을 넘으며 일반화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신생아의 약 63.9%가 비혼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프랑스에선 정부의 육아 혜택이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체코와 헝가리 같은 비혼 출산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 국가들도 최근 비혼을 아우른 ‘한부모 가정’ 지원 정책을 다양하게 내놓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신생아 중 비혼 부모에게서 출산된 비율이 2022년 기준 64%에 육박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위다. 하지만 부모의 법적 상태가 미혼이든 기혼이든 동일한 육아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비혼이라고 해서 특별히 지원을 받을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도 않는다. 대표적으로 아이가 3세일 때까지 지급되는 가족수당(CAF)과 첫 아이 기준 최대 6개월인 유급 육아휴직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비혼 출산 비중이 57.8%로 절반이 넘는 스웨덴도 비혼 부모가 아이 한 명당 최대 480일간 지급되는 부모 수당을 제약 없이 받을 수 있다. 다만 수당은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화된다. 독일에선 비혼 출산 비중이 33.5%지만, 역시 비혼 가정도 상당한 보호를 받는다. 비혼 부모도 자녀 출생 뒤 최대 14개월간 소득에 따라 결정되는 부모 수당을 받는다. 수당은 대개 급여의 65~67%가량이다.
비혼이 서유럽만큼 보편화되지 않은 동유럽 국가들도 최근 비혼 출산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출산율이 2022년 1.62명으로 한국(0.78명)의 2배가 넘는 체코는 최근 ‘2022~2030년 아동보장을 위한 국가 행동계획’을 마련했다. 비혼을 포함한 한부모 가정의 유치원 및 방과후 서비스를 위한 지원금과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민 정책 대신 출산 지원을 강화해 출산율을 2011년 1.23명에서 2021년 1.59명으로 끌어올린 헝가리에선 ‘한부모 센터’가 비혼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비혼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여름 방학 캠프,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시행을 앞둔 ‘양육비 선지급제’는 유럽에선 이미 정착된지 오래됐다. 벨기에는 비혼 등 한부모 가정에서 상대방 부모가 1년간 최소 2개월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정부가 양육비를 선지급한다. 다만 월 소득 2200유로(약 325만 원) 이하인 가정에만 적용해 저소득층 한부모를 보호한다.
아일랜드에는 ‘한부모 가족 지급금(OFP)’이란 제도도 있다. 싱글맘이나 싱글대디가 근로자면 이 제도에 따라 세액 공제와 함께 의료비나 임대료 지원도 받을 수 있다.
● “국내 비혼 지원 가능하나 충분치 않아”
최근 국내에서도 부모가 아니라 아동에 정책 초점을 맞추면서 비혼 출산 가정이 받는 차별은 빠르게 사라지는 추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원하는 아동수당, 부모급여, 육아휴직 등의 육아나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는 부모의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지원된다.
하지만 정부 지원 자체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부모 가족이 아동 양육비를 지원받으려면 올해 기준 중위소득 63% 이하에 해당돼야 한다. 2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이 232만 원 이하여야 하는 것. 지원 금액도 월 21만 원(2025년 23만 원)에 그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양육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양육비를 먼저 지원하고 비양육자로부터 돌려받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내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비혼 출산 가정에 대한 편견을 바꾸려면 이른바 ‘정상 가족’이란 인식의 틀을 깨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1대 국회에서 비혼 등 새로운 유형의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내용의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됐지만 종교계 등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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