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중앙지검장 탄핵안 국회 보고…검사들 집단 반발(종합)
중앙지검 평검사들, 정진우 북부지검장 등도 반발
민주당, 오는 4일 표결 예정…야당 단독 처리 가능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중앙지검 지휘라인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일 오후 국회에 보고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것이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며, 오는 4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된 후 기자들과 만나 검사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사법시스템의 한 축을 맡은 검찰의 기능을 마비해 국민들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검찰이 정치적 사건이나 거악을 척결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비판과 정치적 압력을 검찰의 숙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탄핵소추안 발의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부당한 정치적 공세이며 검찰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의 의견과 다른 처리 결과를 내놨다는 이유로 탄핵 소추한 것은 위법하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탄핵이 계속되면 검사들의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게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이자 정치적 책임을 지는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탄핵하든 해임을 의결하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 안이 상정되면 탄핵 결의는 중단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에서도 민주당 주도 검사 탄핵안에 대한 반박이 이어졌다.
먼저 민주당이 주도하는 검사 탄핵소추 대상 중 한 명인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는 전날 밤 검찰 내부게시판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폭주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 차장검사는 "아주 사소한 꼬투리만 있어도 일단 탄핵하고, 그러다보면 한 명은 걸리겠지 하는 먼지털이식, 기우제식 탄핵소추권 남용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고 비꼬았다.
그는 "거대 야당이 내세우는 탄핵 사유는 하나같이 허위이거나 헌법에 따른 탄핵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실들로서, 증거에 따라 인정되는 중대한 위헌·위법한 사실은 없고 오로지 정치적 구호와 정파적 이익을 위한 희망 사항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평검사들도 민주당 주도 검사 탄핵소추안을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이프로스에 입장문을 통해 "최근 국회가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대상으로 탄핵을 추진하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탄핵은 고위공직자의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에 대응해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 시도는 그 사유가 헌법이 예정한 상황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평검사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검찰 본연의 업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여 형사사법과 법치질서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진우 서울북부지검 검사장도 오후 늦게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검사의 수사와 처분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탄핵을 남발하는 것은 탄핵의 본질에 반한다. 또 검찰 업무를 위축시키며 대상자들의 업무배제로 인해 검찰 기능을 마비시키게 된다"고 꼬집었다.
정 검사장은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국회에서 국가의 시스템과 헌법원칙 등을 고려해 검사들에 대한 탄핵 논의를 재고해 주시기를 간곡히 말씀드린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검찰에서도 국민들의 비판과 걱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검찰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그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에 부쳐야 한다. 민주당은 검사 탄핵안에 대한 표결을 오는 4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라 현재 170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검사는 총 9명이며 실제 탄핵소추된 검사는 3명이다. 이 중 2명은 헌재에서 기각된 상태다. 이 지검장과 조상원 차장검사, 최재훈 부장검사 등이 포함될 경우 1년여 동안 총 12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 시도가 이어진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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