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인시장은 그저 설거지하는 곳”…겹겹이 규제에 ‘끝물’ 상품만 한가득
韓투자자들 투자 심리 높아도
해외코인 발빠른 상장 불가능
코인 상장에 정부 규제가 한몫
‘증권성’ 없는 밈코인 韓서 강세
새 블록체인 기술 투자 기회 잃어
매일경제가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의 지난 9월 이후 석 달간 원화 상장한 코인 8종을 살펴본 결과 상장 당일 최고가 기준으로 6종이 현재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빗썸의 경우도 지난달 상장한 14종의 코인 중 13종이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코인 시장에서 한국 업비트 상장을 해당 코인의 마지막 호재로 생각해 상장 당일에만 투자금이 몰리기 때문이다.
글로벌 코인 시장에서 이 같은 현상은 유명하다. 지난 1월 러시아계 코인 투자업자인 안드레이 그라체프 DWF랩스 창립자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김치 헤헤헤(kimchi hehehe)”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한국 시장이 해외 투자자들의 설거지 물량을 받아준다는 의미의 조롱이다.
한국 코인 시장은 투자자들을 투자심리는 높은데, 과도한 규제에 따라 발빠른 상장이 불가능해서 해외 거래소에 비해 뒤늦게 상장된다.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 국내 거래소에 상장될 때 한국인에게 팔아넘기면 된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이 때문에 코인 투자자들이 국내 거래소를 급속히 떠나고 있다. 해외 거래소는 상장, 예치 서비스, 파생상품 거래 등에서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 코인거래소들의 협회인 닥사(DAXA,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지난 7월부터 자율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각 거래소는 신규 가상자산의 거래를 지원할 때 발행 주체의 신뢰성, 이용자 보호장치, 기술·보안, 법률 저촉 소지가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닥사는 발행 주체를 특정하기 어려운 가상자산의 경우 해당 가장자산이 적격한 해외 가상자산 시장에서 2년 이상 거래된 경우 일부 심사 요건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장되는 코인들도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지 한참 지난 코인을 상장하거나, 증권성 우려가 없는 코인 위주로 상장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밈코인이다. 밈코인은 아무런 목적이 없는 코인이다. 개발이 되는 것도 없고, 단순히 인기와 유행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린다.
올해 초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전까지 상장 코인 중 밈코인 비중은 5.08%였다. 특히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전까지 올해 밈코인의 높은 인기에도 단 한 개도 상장하지 않았던 업비트가 석 달 사이 4개의 밈코인을 상장했다. 빗썸과 코인원도 같은 기간 각각 2개와 3개의 밈코인을 상장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밈코인에 투자하는 건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상장이 위축되면서 국내 코인 투자자들은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투자 기회를 오히려 잃은 셈이다.
가상자산거래소가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해외에 비해 매우 제한적인 것도 문제점이다. 국내 거래소는 레버리지나 선물 거래 등의 파생상품이 금지된 건 물론이고, 투자자들에게 매우 위험한 거래라면 장기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코인 예치 등의 사업도 불가능하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령 및 감독 규정에 따라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활용한 예치·운용 사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해외 거래소들은 투자자가 코인을 예치하면 해당 코인을 다른 사업자에게 빌려주는 식으로 사업을 하고, 코인 예치 서비스 이용자들에겐 이자를 제공한다. 바이낸스의 경우 스테이블코인인 테더를 예치하면 연간 19%에 달하는 이자를 준다. 투자자 입장에선 가격 하락의 위험이 없는 스테이블코인을 맡기고 높은 이자를 받아 가는 셈이다.
국내 코인거래소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국내 코인거래소는 해외 거래소로 자산을 이전하기 위한 발판 역할로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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