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는 예산안 정국…특활비·지역화폐 놓고 주도권 다툴 듯
이재명표 예산 위해 협상 시사…‘민생돌봄 마중물’ 여론전
합의안 시한인 10일, 김건희 특검 재의결도 맞물려 ‘빅데이’
더불어민주당은 2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내년도 예산안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자 박찬대 원내대표가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내부적으로는 이재명 대표의 핵심 공약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 확보 필요성 등을 들어 협상 여지를 남기는 분위기다.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총회에서 “(법정 처리) 기한을 꼭 지키고자 했던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국민의힘이 민생 예산 증액엔 관심이 없고 특수활동비 사수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데 협상 기한을 더 준들 뭐가 달라질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10일까지 정부·여당과 협상해 합의안을 마련해달라는 우 의장 기자회견 전부터 본회의 상정 보류 상황을 가정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조원 규모의 ‘이재명표’ 지역화폐 예산 확보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날 대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지역화폐 예산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역경제를 선순환시키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과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등의 민생 예산 확보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회의장엔 ‘지역사랑상품 예산 2조원 민생돌봄의 마중물로 쓰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대표 역시 지역화폐 예산 확보를 위한 여야 협상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전날 경북 포항 죽도시장 상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저희에겐 삭감할 권한밖에 없다 보니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는 안을 예결위에서 통과시켰다”며 “짧은 시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최대한 (지역화폐 관련 예산을) 늘려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고위전략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증액에 대해선 일관되게 요구했던 핵심적인 6개 분야가 있다”며 “지역사랑상품권 등 핵심 내용을 포함한 증액안을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식적으로 보면 헌정사상 초유의 감액만 반영된 예산안인데 본회의에 오늘 상정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결위 소속 한 의원도 “애초에 2일 감액 예산안 처리는 어렵다고 봤다”며 “여야 지도부 모두 소속 의원의 지역구 역점 사업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다만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뒤 ‘수정안 단독 의결에 대해 우려는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여야는 당분간 숨을 고르면서 협상 주도권 확보를 위한 여론전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협상 테이블 주요 쟁점은 전액 삭감된 권력기관 특활비와 이재명표 지역화폐 예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 의장이 제시한 협상 기한을 넘길 경우 민주당은 예산안 협상에서 ‘강공’ 태세로 돌입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본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라 국회로 돌아온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도 이뤄진다. 특검법 부결의 파장이 예산안 정국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윤 원내대변인은 “10일이 올해 말과 내년 정국을 가늠하는 ‘정치적 빅데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손우성·신주영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일단 멈춘 ‘감액 예산안’ 처리…“여야, 10일까지 합의해달라”
- “장 서는데 장돌뱅이가 안 가느냐”…조기 대선 출마 공식화한 홍준표
- ‘계엄 특수’ 누리는 극우 유튜버들…‘슈퍼챗’ 주간 수입 1위 하기도
- “비겁한 당론은 안 따라”···김상욱·김예지·조경태·한지아, 헌법재판관 선출안 표결 참여
- 오세훈, 윤석열 탄핵·수사지연 “옳지 않다”…한덕수에 “당당하려면 헌법재판관 임명”
- [Q&A]“야당 경고용” “2시간짜리” “폭동 없었다” 해도···탄핵·처벌 가능하다
- [단독]김용현, 계엄 당일 여인형에 “정치인 체포, 경찰과 협조하라” 지시
- 혁신당 “한덕수 처, ‘무속 사랑’ 김건희와 유사”
- 병무청, ‘사회복무요원 부실 복무’ 의혹 송민호 경찰에 수사 의뢰
- ‘믿는 자’ 기훈, ‘의심하는’ 프론트맨의 정면대결…진짜 적은 누구인가 묻는 ‘오징어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