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가상자산 과세유예 민주당에 "소득에 과세 원칙 저버려"
MBC "미영일도 과세…" KBS "신뢰 훼손" 진성준 "몹시 당혹"
김재연 "서민 희망 어디서" 참여연대 "민주당 서민 언급 자격없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 과세 방침을 철회하고 유예하자는 국민의힘 입장에 동의하기로 했다. SBS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을 저버렸다고 비판했고, MBC도 미국 영국 일본도 과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KBS는 조세의 신뢰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당내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당혹스럽다고 지적하면서 용기를 내지 못하면 어떻게 서민들에 희망을 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앞으로 민주당은 서민과 민생얘기를 꺼내지도 말라는 질타도 나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 유예와 관련된 부분은 깊은 논의의 끝에 '추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한 때다'라고 생각을 해서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2년간의 유예에 대해서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조선비즈 기자가 '그동안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고 견지해온 기조와 굉장히 차이가 있고, 2년 뒤 선거기간과도 겹친다', '당내 확고한 반대의견도 있었는데 어떤 점 때문에 결정했느냐'고 질문하자 박 원내대표는 “그것은 따로 시간을 내서 말씀을 드릴 것”이라며 “중요한 거는 오랜 숙의와 토론, 그 다음에 정무적 판단을 고려해서 결정한 것이다라고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하고 말았다.
이에 몇몇 방송은 민주당의 원칙 훼손과 입장 돌변 행태를 비판했다. SBS는 1일 '8뉴스' <민주당 “가상자산 과제 2년 유예 동의”>에서 “당초 공제 한도를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올리되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물러섰다”며 “해외 거래를 추적해 과세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실효성이 크지 않은 데 비해 여당의 문제제기로 이슈가 정쟁화된 점,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염두에 둔 외연 확장이 필요한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표도 비공개회의에서 가상자산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도 했다. SBS는 “오랜 숙의와 정무적 판단결과라고 민주당은 설명했지만 금투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유예까지 여권 입장을 수용하면서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고 비판했다.
MBC도 이날 '뉴스데스크' <'코인 세금' 2년 뒤로…한발 물러선 야당>에서 가상자산 유예 배경을 두고 “지금도 해외 거래내역을 파악할 방법이나 소득을 신고할 전산 시스템이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다만 완벽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더라도 과세를 시행해가며 보완해 가면 된다는 반론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은 가상자산 양도 차익을 부동산, 주식과 같은 자산을 처분해 발생하는 소득과 동일하게 분류해 세금을 매기고 있고, 일본은 가상자산 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한다고 MBC는 반박했다.
KBS도 이날 '뉴스9' <민주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동의”>에서 “민주당은 그동안 소득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하에 '가상자산 소득세'를 예정대로 내년 1월에 시행해야 한다고 말해왔다”면서도 “하지만 국회 '국민 동의 청원' 게시판에 과세 유예 요구에 7만 명이 넘게 동의하는 등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입장을 선회한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BS는 그러나 “내년 시행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소득세까지 유예되면서 조세 정책의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 지도부의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의원은 1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원내대표의 발표를 보고 몹시 당혹스러웠다”며 “4년 전 여야 합의로 입법되었던 자본소득 과세가 상황논리에 따라 이렇게 쉽사리 폐기되고 유예되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진 의원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부동산소득 등 모든 소득에 세금이 부과되는데, 왜 유독 자본소득만은 신성불가침이어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며 “날이 갈수록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심화되어 부익부 빈익빈이 고착되고, 심지어는 대물림까지 되고 있는 현실을 정녕 몰라서 이러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1%에 해당하는 최상위의 부자들에게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 아니냐”며 “누군들 다음 선거 때 보자는 소리며 밤길 조심하라는 소리를 듣고 싶겠느냐. 그러나 우리가 용기를 내지 않으면 희망을 일궈 갈 수 없다”고 질타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도 2일 대표단 회의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또다시 거대 양당이 조세정의 포기를 결정했다”며 “말로는 민생을 외치고, 뒤로는 표만 세는 무책임한 정치권의 행태를 보며 서민들은 어디서 희망을 찾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정의당도 이날 오후 보도자료에서 이번 민주당의 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정을 두고 금투세 폐기, 원전 예산 정부안 합의에 이은 3연속 야합이라며 민주당은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도 논평에서 민주당 과세 유예안 설명을 두고 “궁색한 변명”이라며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비롯하여 국회 여야 합의로 도입된 자본이득 과세를 줄줄이 무력화시킨 주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금투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 부자감세를 민생으로 포장한 정부여당의 말에 힘을 실어준 민주당이 더이상 서민과 민생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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