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금성호' 실종자 수색 난항…가족들은 "못 찾을까 걱정, 잊힐까 걱정"
"작지 않은 사고…더 관심 기울여달라" 호소
[앵커]
지난달 제주 앞바다에서 대형 어선이 침몰하면서 우리 국민 8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아직까지 '실종' 상태입니다. 해경 수색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족들은 무관심 속에 잊혀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가족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기자]
폭설 소식으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지난달 27일, 제주 해안가는 바람이 거셌습니다.
큰 함정 정도만 바다 위 수색이 가능한 날씨.
해안가에서 해경 대원들이 직접 걸어 다니며 금성호 실종자를 찾고 있습니다.
[김솔/제주해경 한림파출소 경위 : 실종자분들이 종종 방파제 바깥쪽이나 갯바위처럼 숨은 공간에서 발견되기도 해서 저희가 그쪽으로 집중하고 있습니다.]
수색 작업을 가장 어렵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이 변화무쌍한 제주도 날씨입니다.
이곳은 배가 침몰한 곳과 가까운 한림항 인근인데요.
지금은 강풍 경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20일 넘게 실종자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승찬/제주해경 한림파출소 순경 : 침몰한 지 20일째인데 20일 동안 얼마나 실종자 가족들이 마음이 아팠을까 생각하면서 수색에 임하고 있습니다.]
쓰고 있던 안경이 날아가 버릴 정도.
한 남성이 그 바람을 맞으며 바닷가를 걷고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 :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바다에 바람은 많이 불어도 이 바람이면 그래도 (실종된 조카가) 밀려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냥 다니는 겁니다.]
지난달 8일 새벽, 제주 비양도 근처에서 침몰한 129톤급 대형 고등어잡이 어선 금성호.
그 배에 타고 있던 조카를 찾고 있는 겁니다.
27명이 타고 있던 배.
사망자 4명.
아직 찾지 못한 사람은 한국인 8명, 인도네시아인 2명 총 10명입니다.
[실종자 가족 : 우리 애가 수영도 잘하고 다이빙 이런 거 잘하기 때문에 솔직히 넘어졌다고 해도 어지간히 자기가 튀어나왔으면 살았을 거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그물하고 같이 넘어졌으니까 전부 다 그물 밑에 모여있지 않나…그물이 감기면 꼼짝 못 한다고 하니까…]
배는 수중 90미터 아래 가라앉은 상황.
심해잠수사들이 수중수색을 해봤지만, 51미터까지 밖에 내려가지 못했습니다.
배를 감싸고 있는 길이 1.2㎞·폭 100m에 달하는 고등어잡이 그물이 잠수사를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사고 해역에서 수중 수색에 투입됐던 바지선입니다.
이 엘리베이터같이 생긴 것이 바로 심해잠수사를 바다 아래까지 투입시켜주는 자동 이송 장치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바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애월항에 바지선 자체가 피항해 있는 상태입니다.
[바지선 관계자 : {언제쯤 뜰지 혹시 일정 나온 게 있나요?} 잘 모릅니다.]
인천, 부산 등 육지에 살던 한국인 선원 8명의 가족들은 벌써 한 달 가까이 낯선 제주 한림항 근처 숙소에서 생활 중입니다.
매일 아침 열리는 가족 대상 브리핑.
이날도 날씨가 문제였습니다.
[김진명/실종자 김성민 군 아버지 (실종자 가족 대표) :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수중 수색이 안된다는 거네요?} 네, 지금 기상은 누구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가족들은 대기실에 모여 실종자 발견 소식을 기다릴 뿐입니다.
실종자 가족 대표를 맡은 김진명 씨는 2005년생, 올해 19살 아들을 기다립니다.
일찌감치 수산업계로 진로를 정하고, 고3 '실습'부터 착실하게 과정을 밟아온 아들.
[김진명/실종자 김성민 군 아버지 (실종자 가족 대표) : 본인이 먼저 이쪽으로 배를 타겠다고 생각하고 진로를 정했기 때문에 더는 말리지 않았습니다. 배라고 해서 다 위험한 건 아니니까.]
바다 사고는 수색 과정도 위험하다는 걸 잘 알기에, '속도를 내 달라'고 주문하면서도 '안전에 유의하라'는 당부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김진명/실종자 김성민 군 아버지 (실종자 가족 대표) : 잠수사분들도 그렇고, 저희 가족분들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시다가 제2의 사고가 발생하는 부분은 지양해 주셨으면 하고…]
가족들은 국민 8명을 포함해, 무려 10명이, 태평양 먼바다도 아닌, 제주 앞바다에서 실종된 이 상황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실종자 가족 : (한국인 실종자) 8명이면 사람이 적습니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뒤떨어지는 것 같고, 진짜 국회에서는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만 나오지…]
야간에도 해안가 수색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수색 24일째인 지난 1일, 바다 날씨가 다시 좋아졌습니다.
피항했던 바지선이 침몰 지점으로 다시 갔고, 심해 잠수사 투입 시점을 살피고 있습니다.
결코 작은 사고가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관심을 안 가져주느냐.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을 향한 한 실종자 가족의 말입니다.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이 차가워지는 겨울 바다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기다림은 더욱 간절해지고 있습니다.
[작가 유승민 / 영상취재 황현우 / 영상편집 김영선 / 취재지원 홍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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