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막판, 막나가는 바이든? 유죄 받은 아들 죄 모두 사면

이재호 기자 2024. 12. 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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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끝나고도 "사면 없다"더니…임기 종료 한 달 반 앞두고 돌연 말 '뒤집기'

임기를 약 한 달 반 남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판을 받고 있는 아들 헌터 바이든을 사면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내내 헌터 바이든에 대한 사면은 없을 것이라고 수 차례 공언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의 가족 사면이라는 부정적인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일(이하 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에서 "로버트 헌터 바이든"에 대한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사면"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면이 헌터 바이든에 대한 총기 및 세금 범죄뿐만 아니라 "2014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1일까지 그가 저질렀거나 가담했을 수 있는 미국에 대한 모든 범죄"를 포함한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날부터 법무부의 의사 결정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아들이 선별적이고 불공정하게 기소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헌터 바이든은 불법 총기 소지와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헌터 바이든은 지난 2018년 마약의 일종인 코카인 중독 이력을 숨기고 리볼버 권총을 구매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됐다. 이후 올해 6월 델라웨어주 월밍턴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헌타 바이든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당시 총기 구입 당시 신원조사 양식에 마약 사용 여부에 관해 거짓 표기를 한 혐의, 마약 중독 상태에서 총기를 소지한 혐의 등 제기된 세 가지 중범죄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헌터 바이든이 최대 징역 25년형에 처해질 수 있지만, 무기를 사용해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아니라면 초범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선고 받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평결 이후에도 "사법 절차를 계속해서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던 바이든 대통령은 유죄가 나오자 이번 성명에서 입장을 바꿨다. 그는 "범죄에 사용하거나 여러 번 구매하는 등의 가중 요소가 없다면, 총기 구매 양식을 작성한 방법만으로 중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헌터 바이든에 대한 기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헌터 바이든은 총기 외에도 탈세 혐의에 대해서도 지난 9월 로스앤젤레스 법원에서 9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받았다. 수사를 진행했던 데이비드 와이스 특별검사는 헌터 바이든이 지난 2016년부터 4년 동안 140만 달러(한화 약 18억 1400만 원)를 포탈했다며 기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헌터 바이든이) 심각한 (마약)중독으로 인해 세금을 늦게 납부했지만, 이후 이자와 벌금으로 (미납된 세금을) 갚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비(非)범죄적 해결책을 받게 된다. 헌터가 다른 대우를 받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헌터 바이든에 대한 기소가 정치적 측면이 고려된 불합리한 처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건의 사실을 보는 합리적인 사람은 헌터가 내 아들이기 때문에 지목됐다는 것 외에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그가 기소된 것은 의회의 여러 정치적 반대자들이 나를 공격하고 선거를 방해한 이후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터를 무너뜨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는 끊임없는 공격과 선별적 기소에도 불구하고 5년 반 동안 술을 끊었다"며 "헌터를 무너뜨리려고 하면서 그들은 나를 무너뜨리려고 했다. 이제 그만하라, 충분하다"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저는 제 (정치) 경력 내내 '미국 국민에게 진실만 말하라. 그들은 공정할 것이다'라는 간단한 원칙만을 따랐다"며 "진실은 이렇다. 저는 사법 제도를 믿지만, 이 문제로 씨름하면서 원색적인 정치가 이 과정에 영향을 미쳐 사법의 오류를 초래했다고 믿는다"고 말해 사법부의 재판 결과도 정치적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주말에 이 결정을 내린 후에는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었다"며 "미국인들이 아버지이자 대통령인(제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밝혀 추수감사절 연휴에 헌터 바이든을 비롯한 가족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시사했다.

▲ 11월 29일(현지시각) 매사추세츠주 난터켓에 위치한 서점에서 나오고 있는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아들 헌터 바이든.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아들에 대한 사면을 이해해달라고 밝혔으나, 임기를 한 달 반 앞두고 그동안의 입장을 뒤집는 조치를 한 것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뿐만 아니라 백악관도 헌터 바이든의 사면은 없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왔기 때문에 이번 조치의 후폭풍이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 <AP> 통신은 미 대선 이후 이틀이 지난 11월 8일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헌터의 사면에 대해 "우리는 그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며 "우리의 대답은 여전하다. (사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트럼프의 첫 임기 이후 미국인들에게 규범을 회복하고 법치를 존중하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던 바이든이 결국 자신의 아들을 도우면서 미국인들에게 했던 공개적인 약속을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역시 "대통령의 권한을 아들 보호를 위해 사용하지 않겠다고 오랜 시간 동안 약속했지만, 스스로 이를 뒤집으면서 논란이 있는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 본인 계정에서 "사법권 남용"이라면서 "조(바이든)가 헌터에게 내린 사면에는 수년 동안 수감되어 있는 J-6 인질들도 포함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J-6은 2021년 '1월(January) 6일'을 의미하는데, 당시 트럼프 지지자들은 2020년 11월에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패배하자 이에 대한 불만으로 미 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의사당 난입 폭동에 가담해 수감 중인 사람들을 사면할 것이라고 대선 선거운동 기간 중에 밝혀 왔다.

바이든 가족에 대한 의회 조사를 주도했던 제임스 코머 공화당 하원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예전 트위터)의 본인 계정에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수십 년 간 잘못에 대해 해명하기는커녕 책임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헌터 바이든의 잘못에 대한 증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헌터 바이든은 이메일을 통해 밝힌 성명에서 자신에 대한 사면을 결코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며, "여전히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하겠다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사면 권한을 행사한 최초의 대통령은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우 첫 대통령 임기가 마무리될 때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의 아버지 찰스 쿠슈너를 비롯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조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여러 측근들을 사면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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