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실패한 ‘청정수소발전’ 첫 입찰…기후대응·경제성 물음표

옥기원 기자 2024. 12. 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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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계 최초'라며 야심차게 도입한 '청정수소 발전시장 경쟁입찰' 시장이 흥행에 실패했다.

석탄과 암모니아,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를 혼소하는 '청정수소발전'으로 연간 6500기가와트시의 발전량을 입찰에 부쳤는데, 목표 발전량의 11.5%만을 확보한 것이다.

이번 입찰은 세계 최초로 시행된 청정수소발전 입찰이지만, 공고했던 물량 6500기가와트시 중 11.5%에 해당하는 750기가와트시 발전량만 확보하는 데 그쳐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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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내놓은 목표 발전량의 11.5%만 확보
남부발전이 운영하는 삼척빛드림본부가 첫 번째 청정수소 입찰의 낙찰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삼척빛드림본부 사옥. 남부발전 제공

정부가 ‘세계 최초’라며 야심차게 도입한 ‘청정수소 발전시장 경쟁입찰’ 시장이 흥행에 실패했다. 석탄과 암모니아,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를 혼소하는 ‘청정수소발전’으로 연간 6500기가와트시의 발전량을 입찰에 부쳤는데, 목표 발전량의 11.5%만을 확보한 것이다.

한국전력거래소는 입찰공고와 평가 절차 등을 거쳐 연간 75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1개 발전소(남부발전)를 청정수소 발전 첫 번째 입찰의 최종 낙찰자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낙찰자로 선정된 남부발전의 삼척빛드림본부 1호기는 2028년부터 15년간 해마다 석탄과 암모니아를 혼합해 생산한 전기 750기가와트시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입찰은 세계 최초로 시행된 청정수소발전 입찰이지만, 공고했던 물량 6500기가와트시 중 11.5%에 해당하는 750기가와트시 발전량만 확보하는 데 그쳐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6개 발전소(5개사)가 6172기가와트시 규모로 입찰에 참여했지만, 발전사 다수가 애초 정해진 상한가격 이상의 입찰가를 써내는 등 입찰제안서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서 선정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한선 아래 입찰가를 써낸 남부발전 한 곳만 경쟁 없이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번 입찰 상한가는 키로와트시(kWh)당 500원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남부발전만 400원대 입찰가를 써냈고, 다른 발전소들은 500원대에서 최대 600원대 중반까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발전업계는 이전부터 국내 수소 생산·공급 인프라가 미흡한 점, 수소 혼소 발전 단가가 높은 점 등을 이유로 입찰 시장의 흥행 실패를 예상해왔다. 정부는 화력발전사들에 탄소 감축 등을 이유로 수소 혼소 발전을 장려해왔고, 입찰 시장을 조성하는 등 ‘시장화’를 통해 이를 키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키로와트시당 석탄의 발전단가가 119.5원, 액화천연가스가 159.7원인 것을 고려하면, 발전사들이 500원이 훌쩍 넘어가는 수소 혼소 발전에 성급히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발전업계 관계자는 “석탄-암모니아 혼소보다 발전 비용이 더 들어가는 액화천연가스-수소 혼소 발전소들은 손해 보면서까지 서둘러 발전 물량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 못 채운 발전량이 이듬해로 이월되는 시장 구조에서 입찰 시기를 저울질하는 눈치싸움만 치열해질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화석연료와 원전을 활용해 생산한 수소를 청정수소로 에둘러 인정하는 입찰 시장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 확대와 탄소 감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제도 무용론을 주장한다. 현행 청정수소 인증 기준은 수소 1㎏을 생산·수입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4㎏ 이하로 배출하는 수소로 블루수소(이산화탄소 포집), 핑크수소(원전 전기 사용) 청정수소로 분류된다는 한계가 있다.

정석환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하는 그린수소의 생산단가가 다른 수소보다 높은 상황에서 시장 경쟁을 부추기는 건 비교적 가격경쟁력이 있는 블루수소나 원전 수소 공급·생산만 집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크게 보면 현재 화석연료를 활용한 발전소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수소 혼소 발전 시장을 키우려는 의도여서 탄소 감축을 위해 화력발전을 폐쇄하는 기후선진국들의 기후 정책과도 동떨어졌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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