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학자들 "트럼프 동맹국 압박이 中 과학기술엔 기회"
재중 한국 연구자들은 "중국 과학기술, 양질전환·산업전환 과제 직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트럼프 2기의 강경 무역전략이 오히려 대 중국 기술압박 동맹을 약화시킬거라는 중국 연구자들의 전망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한국과 일본 등 친미진영 국가들과 전향적으로 협력의 수위를 높이느냐가 대미 대응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 측 기업과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중국이 동북아 협력 등으로 어젠다를 전환해야 한다는 주문이 제시됐다. 트럼프 시대 달라질 이합집산 논리에 따라 중국도 동북아 협력 등 달라진 대응전략을 내놔야 한다는 내용이다.
저우 박사는 이어 "트럼프 덕분에 중국이 기술발전 과정에서 직면하는 국제적 압력은 완화될 것이며, 중국은 미국의 기술 디커플링(탈동조화) 압박에 대응해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연구자들은 트럼프 2기 동맹정책이 잘 알려진대로 '미국 우선주의'를 핵심에 두고 형성될 것으로 봤다. 저우 박사는 "미국은 상대적으로 미국의 이익에만 집중하며, 항상 동맹국들이 미국을 이용한다고 생각한다"며 "동맹국은 미국을 보험회사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렇다면 보험료 격인 보호비를 징수해야 한다는게 트럼프의 기본적인 사고 구조"라고 말했다.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 대한 25%의 징벌적 관세 부과, 중국에 대한 10% 관세 부과와 최대 60% 관세 부과 예고 등은 트럼프로 인한 미국 동맹국들의 심각한 이익 훼손의 예고편이라고 진단했다. 저우 박사는 "트럼프의 유럽 동맹국들은 경제적 타격과 전략적 타격을 입을 것이며, 아시아 동맹국들은 경제적 타격과 함께 안보약속 이행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사실상 미국의 압박 딛고 도약할 수 있는 중국의 유일한 지푸라기도 과학기술이다. 리 박사는 "미국이 튼튼한 기초과학연구와 동맹을 통한 기술협력 및 보완능력을 갖췄지만, 중국은 일부 분야에서 양적 우세를 형성한데다 제도적 개혁 공간이 마련돼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특히 중국은 방향이 정해진 상황에선 매우 강력한 추월능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당장 미국에 대해 강대강 전략을 채택하진 않을 것으로 봤다. 리 박사는 "중국은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며 "강대강 전략으로 미국과 일대일 승부를 한다면 중국이 힘들 수밖에 없으며, 미국이 갖고 있는 강력한 동맹 시스템을 감안해 지혜롭게 대치국면을 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한국 측 기업과 연구자들의 주문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서진우 SK중국대외협력총괄 부회장도 중국의 대미 전략과 관련해 동북아가 새로운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구체적 수단에 대해 질문했다.
리 박사는 "중국이 자립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건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 등 공급망 중간단계에 위치한 나라들"이라며 "그런 점에서 중국이 자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분야에서는 한국이나 일본과 협력해서 자립의 방법과 템포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김준연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은 "트럼프 2기 중국 과학기술은 양질전환·산업전환이라는 두 가지 난제에 직면해 있다"며 "지금은 양적으로만 늘어나고 있는 특허나 논문을 기업 글로벌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등 질적지표로 전환하는 이슈, 그리고 가전이나 부품 등 단주기 산업을 바이오·플랫폼·제약·반도체 등 장주기 산업으로 전환하는 이슈에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북경사무소장은 "중국은 트럼프 2기와 우선 갈등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겠지만, 미국의 공세가 이어질 경우 강대강 대응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미국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중국은 내수확대, 과학기술 혁신 및 자립자강 역량 강화, 수출다원화, 개방확대, 제조업 해외투자 확대 등 다양한 정책대응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행사에 참석한 유복근 주중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벌어질 미중 경쟁은 한국 과학기술 분야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고, 또 한미 동맹을 어떻게 강화해 나갈 것이냐의 문제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시기적절한 세미나를 준비해준 연구자들의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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