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하반기 시총 246조 증발… 내년 2분기나 회복 기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부진
KRX 반도체 지수 6개월째 하락
올해 하반기 증발한 반도체주 시가총액만 246조원이 넘는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내년 2·4분기에나 반도체 업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트럼프 2기 내각의 반도체 보조금이나 관세 부과 정책 방향성이 잡힐 때까지 당분간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 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5.55p(-1.16%) 내린 2778.90에 장 마감했다. 앞서 KRX 반도체 지수는 11월 한 달간 16.02% 내려 업종별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하반기 들어 △지난 7월 -12.61% △8월 -10.90% △9월 -6.64% △10월 -0.54% 빠진 데 이어서다. 지난 6월 8.81% 상승 이후 추세가 반전돼 12월인 이날까지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종목별로 삼성전자(-8.45%)를 비롯해 SK하이닉스(-14.17%), 한미반도체(-18.91%), 리노공업(-15.50%), HPSP(-13.82%) 등 상위 종목이 지난 11월 일제히 크게 내렸다. 이날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11%, 0.69% 더 내렸다. 한미반도체(-3.98%), HPSP(-4.15%)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리노공업은 변동이 없었다.
반도체 업종 하락은 국내 증시를 끌어내리는 주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피 상위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표 반도체주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하반기(7월1일~12월 2일) 'KRX 반도체 지수'에 속하는 국내 대표 반도체주 55곳의 합산 시가총액은 720조3178억원에서 473조5982억원으로 34.25% 감소했다. 지수가 하락 전환한 지난 7월 이후 5개월 만에 약 246조원이 증발했다.
지난 11월 14일 464조5083억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국내 반도체 55곳의 합산 시가총액은 이후 회복 흐름을 보이는 듯 하더니 지난달 27일 또 다시 500조원 밑으로 추락해 현재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개별 종목으로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이 기간 488조3282억원에서 319조9803억원으로 약 168조원 급감하며 압도적인 감소폭을 보였다. 이는 KRX 반도체 지수 종목 전체 시가총액 감소액(246조원)의 68.29%를 차지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71조4445억원에서 115조6067억원으로 약 56조원 가량 감소했으며, 이외에도 한미반도체(-9조5813억원), 리노공업(-1조2225억원), HPSP(-1조1180억원) 등 국내 대표 반도체주 시가총액이 대부분 감소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다. 이달 9월부터 D램과 낸드의 가격이 급격하게 꺾이면서 메모리 과잉 재고 우려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또 하나의 축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 우려인데 반도체의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트럼프의 추가적인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가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12월에도 반도체 업종 회복은 요원하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1·4분기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재고 조정을 마치고 엔비디아의 B300 공급이 본격화되는 내년 2·4분기께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주가의 부담 요인이 해소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주가 반등을 논하긴 이르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 2024년 12월 IT 산업에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진 지속과 올해 4·4분기 말부터 시작된 B2C에서 재고 조정을 감안하면 최비수기는 내년 1·4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메모리 업종의 변곡점이 내년 2·4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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