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왜 입장을 바꿨을까?…가계 빚보다 경기부양 궤도수정

노지원 기자 2024. 12. 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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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달라진 걸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비단 두 달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한 가계 대출 규제가 올 하반기 강화되며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던 가계 부채가 진정세로 돌아선 만큼, 통화 정책의 과녁을 '경기'로 돌린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그간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취지로 종종 고환율 상황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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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달라진 걸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비단 두 달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불과 한 달 전 발언과 지난달 28일 금리 인하 뒤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 말 사이 간극이 큰 탓이다. 이 총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꼼꼼하게 체크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 총재의 변신을 어떻게 풀이할까. 3명의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계부채 리스크 → 경기 하방 리스크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채권담당)는 2일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부동산) 수요가 꺾였고 더 (가계부채가) 악화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이런 판단 아래 이 총재의 관심 사안이 변화한 듯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한 가계 대출 규제가 올 하반기 강화되며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던 가계 부채가 진정세로 돌아선 만큼, 통화 정책의 과녁을 ‘경기’로 돌린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지난 8월은 물론 금리를 한 차례 내린 지난 10월 금통위 뒤 회견에서도 ‘금융 불균형’(높은 가계부채 비율을 의미) 해소를 통화정책의 핵심 과제로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금통위 뒤 회견에선 미 대선 결과 파장에 대해 언급을 하며 경기 충격에 좀 더 무게를 싣는 발언을 내놨다.

1400원 닿은 환율 더 오르면 어떻게?

“한은이 환율을 보는 시각과 구도가 달라졌다”란 반응도 나왔다.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가 이런 경우다. 공 애널리스트는 “한국이 통화정책으로 환율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한 것 같다. 오히려 금리 인하로 경제가 살아나고 성장률을 올리면 장기적으로 통화 약세가 해소될 거라고 기대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박상현 아이엠(iM)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금리 정책, 달러화의 추이가 원화에 더 영향을 미친다. 경기 펀더멘탈이 개선되면 원화 약세가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그간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취지로 종종 고환율 상황을 강조했다. 지난 10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 총재는 “환율 상승이 빨라 통화정책의 고려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통상 내외 금리 차가 커지면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 가능성이 커져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진다. 그러나 이 총재는 11월 금통위 뒤 회견에선 “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물가 상승률이 안정됐다”고 했다. 환율에 대한 경계심이 한층 누그러진 언급이다.

이례적인 부총재의 ‘소수의견’

이번 금통위 결정의 특징 중 하나는 한은 부총재(유상대)가 소수 의견(동결)을 냈다는 점이다. 자칫 한은 1인자인 총재와 2인자인 부총재가 상당한 시각차를 가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애널리스트들도 구구한 추측을 한다. “(금통위 회의에서) 설전이 오갔고, 결과는 인하지만 고민은 많았다는 메시지”(공동락), “총재가 경기 부양을 해야 한다는 정부 쪽 의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박상현)라는 반응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포워드 가이던스(3개월 전망)도 3대3으로 갈렸다. 격론의 방증”이라며 “2차례 연속 금리 인하는 금융위기 이후 없었다. 현 상황이 그에 견줄 상황인지 논의가 활발했을 것 같다”고 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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