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키운 외국인 눌러앉힌다…단기근무서 장기체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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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E-9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가 최장 4년10개월의 체류 기간이 끝나면 반드시 6개월간 출국했다 입국해야 하는 현행 '출국 후 재입국 제도'는 그동안 국내 중소기업들이 외국인력을 활용할 때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아왔다.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장기근속 외국인은 출국 후 재입국 의무를 면제해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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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고용 패러다임 변화
출국기간 면제하고 특례 확대
“미얀마 출신 직원 3명이 내년 10월 체류 기간이 만료돼 6개월간 본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최소 5~6개월은 배워야 현장 투입을 할 수 있는 업무인데, 지금 직원들이 한꺼번에 떠나면 업무 공백을 제대로 메울 수 있을지 걱정이 큽니다.”(경기 화성의 A제조업체 사장)
고용허가제(E-9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가 최장 4년10개월의 체류 기간이 끝나면 반드시 6개월간 출국했다 입국해야 하는 현행 ‘출국 후 재입국 제도’는 그동안 국내 중소기업들이 외국인력을 활용할 때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아왔다. 숙련 외국인 근로자의 강제적 공백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장기근속 외국인은 출국 후 재입국 의무를 면제해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고용허가제 운영 패러다임의 변화
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현재 뿌리산업인 제조업이나 건설업의 중소기업은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생이 유발한 고질적 인력난 때문에 외국인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9월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2024년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를 보면 중국 국적 동포를 제외한 외국인 근로자는 하루 평균 기능 인력의 17.2%를 차지했다. 건설 근로자의 6명 중 1명은 외국인이란 얘기다.
정부는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규모를 지난해 14만5000명에서 올해 16만5000명 이상으로 확대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월드뱅크 ‘세계 개발보고서’는 한국 고용허가제가 저숙련 외국인에게 준숙련 인력으로 전환할 기회를 부여한 우수한 제도라고 평가했다”며 “이렇게 숙련화된 인력을 국내에 계속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도 개선은 외국인 근로자 정책을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유지해온 ‘단기 순환 원칙’에서 ‘정주형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단기 순환 원칙은 외국인이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하지 않도록 외국인력을 내국인의 보충 인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값싼 외국인력을 잠깐 데려다 쓸 뿐 이들이 장기 체류하며 국내에 뿌리내리지 않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에 반해 정주형 중심은 숙련 인력을 가급적 한국에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다.
직종별 ‘원포인트 수급’ 허용
정부는 출국 후 재입국 의무 면제 외에 ‘재입국 특례’ 제도도 대폭 확대한다. 현재 정부는 입국 후 4년10개월 동안 동일 사업장에서 근로한 장기근속자에 한해서만 출국 기간을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는 혜택을 줬다. 하지만 체류 기간 중 사업장을 옮기는 외국인이 많아 특례 혜택을 보는 경우가 적었다. 이에 정부는 입국 후 1년만 동일 사업장에 근무해도 특례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관리 기준으로 현행 ‘업종’ 외에 ‘직종’을 추가한다. 현재 고용허가제는 제조, 건설, 농축산, 서비스, 어업, 광업 등 6개 업종에서 허용되는데, 업종이 커서 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었다. 앞으로 직종이 추가되면 특정 직종을 대상으로 고용허가를 내주는 방식이 가능해져 외국인력 관리가 한층 효율화될 전망이다.
중국 국적 동포 등 방문취업동포(H-2)에게 민간 알선도 허용한다. 현재 중국·러시아·구소련 지역 동포는 고용허가제처럼 한국 기업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나서야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하는 ‘선계약 후입국’ 체제도 운영한다. 앞으로는 먼저 입국한 뒤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된다. 민간 인력업체나 잡코리아·사람인 등 취업플랫폼을 통한 취업도 허용한다.
곽용희/정영효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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