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 美·日 3분의 1…정년후 생계형 일자리 내몰리는 韓
나이들수록 소득불평등 심화
30대 6배서 70대엔 10배로 쑥
연금수급액도 月65만원 그쳐
노인 빈곤·자살률 OECD 1위
노년부양비도 2047년 日추월
"양질의 일자리 적극 늘려야"
◆ 코리아 시니어 리포트 ◆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돈은 없어서…. 매일 이곳에 와서 끼니를 해결하지." 시니어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3가에서 만난 70대의 박대식 씨는 송해길·낙원상가에 위치한 해장국집에서 종종 식사를 해결한다고 했다. 이곳의 국밥 가격은 3000~4000원으로 인근 식당보다 크게 저렴하다.
지갑 사정이 어려운 시니어를 위해 종로3가에선 '사회복지원각'이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무료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시니어들이 몰리면서, 이곳엔 매번 200m 이상의 대기줄이 생긴다.
최근 속속 고령인구에 진입하는 W세대는 이전 노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산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제대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해 생계를 위협받는 노인도 여전히 많은 것이 현실이다.
2일 매일경제가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의뢰해 통계청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기반으로 연령대별 소득 5분위 배율을 분석한 결과, 70대 상위 20%의 소득은 하위 20% 대비 10.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불평등 지표인 소득 5분위 배율은 30대 6.1배에서 40대 6.8배, 50대 8.7배, 60대 9.9배로 나이가 들수록 격차가 벌어졌다.
소득과 자산이 많은 경우 연금 투자나 임대 수입 등으로 나이가 들어도 소득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 반면 젊은 시절 소득이 많지 않았거나 자산 축적에 신경을 덜 쓴 경우, 나이가 들어 청소 등 단순노동이나 폐지 수집으로 내몰릴 정도로 빈부 격차가 커지는 것이다. 더구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 복지 체계가 취약하기 때문에 저소득 노인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OECD 평균 수치는 14.2%다. 빈곤과 고립으로 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한국 시니어 사회의 특징 중 하나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인구 10만명당 만 65세 이상 자살률)은 42.2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이 많은 이유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짧고, 사회적 안전망인 연금은 적기 때문이다. 현재 법적으로 한국의 정년은 만 60세다. 그나마도 공공기관과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정년이 지켜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별도의 정년이 없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직무에 적합한 능력, 의사 판단 능력만 있다면 계속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법적 정년은 60세지만, 최근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정년 연장 의무를 기업들에 부여하고 있다.
한국 시니어들은 조기 은퇴에 내몰리지만 연금은 부족하다. 한국 만 65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연금 수급액(2022년 기준)은 65만원에 불과하다. 4인 가구 이하 매월 최저생계비가 307만원인 걸 고려하면,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턱없이 낮은 셈이다.
미국 인구조사국과 일본 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월평균 공적연금 수급액은 1657달러(약 228만원)로, 한국의 3배를 웃돈다. 일본의 공적연금 수급액도 21만1145엔(약 191만원)이다. 여기에 퇴직연금 수급액까지 더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한국 시니어 수입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시니어 가구의 소득 구성 비중에서 근로·사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53.8%로, 연금·수당을 포함한 공적이전소득(25.9%)의 두 배에 달했다.
시니어 대상 사회보장제도가 부실하다 보니 시니어들이 생계형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70대 이상의 경우 폐지 수집으로 부족한 생계비를 메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폐지를 줍는 노인은 전국적으로 4만2000여 명에 달한다.
가난한 노인은 결국 사회적 부담을 키운다. 한국의 올해 추정 노년부양비는 27.4명이다. 노년부양비는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100명에 대한 만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다. 이는 고령인구에 대한 경제적 부담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올해 한국의 노년부양비는 일본(50.7명) 대비 약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통계청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7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노년부양비는 72.9명으로, 한국은 일본(71.6명)을 넘어 세계에서 시니어 부양 부담이 가장 큰 국가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60대와 70대는 건강이나 인지 능력이 대체로 좋은 만큼, 이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노후 빈곤이 심해지는 것"이라면서 "시니어들이 일을 통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인 적합형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공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차창희 기자 /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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