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세포지도 눈앞 … 난치병 정복 가능해요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
세포 데이터 약 300만개 수집
종류·위치·기능 총체적 분석
면역질환과 연결고리 찾을것
이르면 내년 세포지도 공개
질병 정복 핵심될 프로젝트
류머티즘 치료 등 큰 기대
"세포 A의 X 유전자가 100배가량 늘었고, 세포 B의 Y 유전자가 반 토막 나서 몸에 이상이 생겼네요. 이럴 땐 치료제 C를 쓰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류머티즘 관절염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담당 의사가 차트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지만, 머지않아 현실이 될지 모른다. 2021년 설립된 국내 연구단체 '스케이드(SCAID)'가 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한국인을 연구해 세포 지도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스케이드를 총괄하는 김종일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크론병(만성 염증성 장질환) 등이 왜 생겼는지, 어디에 위치한 어떤 세포가 정상과 다른지 알아내기 위한 토대를 구축 중"이라며 "초기 버전인 세포 지도를 업그레이드해 내년에 1.5 버전을 내놓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전 세계 생명과학계는 '인간세포지도' 초안이 완성됐다는 소식으로 들썩였다. HCA(휴먼 셀 아틀라스) 컨소시엄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8년 치 연구 성과를 게재했기 때문이다. HCA는 102개국의 과학자 3600여 명이 모여 있는 단체로, 스케이드는 한국인의 세포 구성과 기능을 연구한다. 이정석 카이스트 교수를 비롯해 총 24개 전문가 팀으로 구성돼 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 5개 대학병원에서 폐와 장, 관절 등 16개 질환과 관련된 약 300만개 세포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제는 분석할 차례"라며 "그동안 단편적으로 봤던 질환들에서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HCA는 정상인의 몸속에는 몇 개의 세포가 존재하는지, 세포의 종류와 위치는 물론 어떤 기능을 하는지까지 알려주는 '세포 지도'를 만들고 있다. 김 교수는 "HCA의 취지는 건강한 사람의 세포 지도를 만든 후 이를 특정 질환자의 것과 대조해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을 밝히겠다는 것"이라며 "궁극적 목표는 질병의 기전을 파악하는 것으로, 후발 주자인 스케이드는 HCA와 동일한 연구 주제로 따라가기보다는 한발 앞선 버전을 만들기 위해 정상이 아닌 질환 자체를 연구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간 세포는 소위 '뭉텅이'로만 분석할 수 있었다. 예컨대 다양한 종류의 과일(특정 장기의 세포들)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자극을 주고) 믹서에 갈아넣은 다음, 결과물로 유전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측정하는 식이었다. 당연히 세포 하나하나의 변화를 포착할 수 없었고,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 오류도 많았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D·E·F세포를 합쳐서 봤을 때 유전자 Z의 평균값이 100에서 110으로 바뀌면 과거에는 '10% 늘었네, 미미하네'에 그쳤다"며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니 D·E세포에서는 감소했고 F세포는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질병 정복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세포가 특정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면 그 세포 내 유전자를 타깃으로 한 치료제를 보다 손쉽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관건은 얼마나 많은 세포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정확히 분석하느냐에 달렸다. 김 교수는 "단일세포가 연구자 손을 많이 타는 편이라 똑같은 샘플을 영국에 사는 G와 일본에 사는 H가 실험했을 때 결과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국제 프로젝트에서 정확도를 높이려면 데이터 양을 충분히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며 "스케이드는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동일한 실험실에서 모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케이드는 2027년까지 한국인 세포 지도 2.0 버전을 완성할 계획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김 교수는 "이 인프라를 꾸준히 이어가려면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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