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가 끝났다”···오사카 ‘아이린 센터’ 노숙인 강제 퇴거
일본 오사카지방법원이 폐쇄 중인 ‘아이린 종합센터’를 점거한 노숙자 전원을 강제로 내쫓았다고 2일 아사히신문 등이 보도했다. 지방정부는 근시일 내 건물 철거 및 재정비를 진행할 방침이다. 수십년 간 지역 노동자 및 노숙인 고용과 복지의 중심 기능을 해 온 장소여서, 일각에서는 “한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오사카지법은 전날 오전 오사카시 니시나리구 아이린지구에 위치한 센터에서 노숙인 10여명을 강제퇴거시켰다. 퇴거 과정에는 부 직원 및 경찰 기동대원 500명가량이 동원됐다. 센터 부지를 대상으로 한 노숙인 강제퇴거 집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센터가 속한 아이린지구는 과거 일본 최대의 일용직 노동자 밀집 지역으로 이름난 지역이다. 가마가사키라고도 불린다. 생활 곤궁자 지원에 주력하는 단체 ‘가마가사키 지원기구’에 따르면 이 지역 노숙자 수는 1990년 일평균 1만명가량이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최근엔 10분의 1 수준이다. 과거 노동자였던 이가 늙어 생활보호를 받으며 사는 경우도 있지만 부랑자도 모여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배경 탓에 가마가사키는 일부 현지인과 여행자에게 ‘슬럼’ ‘위험지역’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센터는 오랜 기간 이 지역 노숙자들의 ‘안식처’였다. 중앙정부와 부·시가 1970년 설치한 이곳은 일자리 소개소와 샤워실, 병원 시설, 시영주택이 함께 자리한 복합시설이었다. 아사히는 “고용 및 복지 대책의 핵심 시설이었다”고 평가했다.
흐름이 바뀐 건 2012년 당시 오사카 시장이던 하시모토 도오루가 지역 활성화를 목표로 ‘니시나리 특구 구상’을 내놓으면서다. 지역에 새로운 노동시설, 주민과 여행객이 모이는 공간 등을 설치한다는 구상에 따라 지방정부는 노숙인에게 복지 지원을 대가로 이동을 유도했다. 2019년엔 센터마저 노후화 등을 이유로 폐쇄했다. 일부 노숙인들은 “(센터가) 유일한 생활 거점”이라고 주장하며 건물 셔터 앞에 이불을 가져다 놓고 농성했다. 오사카부는 노숙인들이 폐쇄 건물을 불법 점거하고 있다며 오사카지법에 명도소송을 제기해 올 5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니시나리 지역을 오래 취재해온 언론인 오타니 아키히로는 현장에서 강제집행 상황을 지켜보며 “한 시대가 끝났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그는 “내년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엑스포)를 앞두고 노숙자는 행정 체면 때문에 배제됐다는 생각이 커지지 않을까”라며 집행 시점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판결이 확정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점거 노숙인들이) 퇴거에 응하지 않았다”며 “하루라도 빨리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시설 건설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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