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 대통령 최초 아프리카 앙골라 방문… “中 견제 의도”
트럼프와 달리 아프리카 관계 회복
‘로비토 회랑’ 방문, 일대일로 견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각) 밤 앙골라 방문길에 나섰다.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대륙을 찾는 것은 지난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부친의 모국인 케냐를 방문한 이후 약 9년 만이며, 미국 대통령으로서 앙골라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에는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이날 미 CNN은 “이번 방문은 중국의 아프리카 내 영향력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미국 투자를 강조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면서 “첫 임기 때 아프리카 국가들을 비방했던 도널드 트럼프의 복귀를 앞두고 미국의 주요 파트너인 아프리카 국가들과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지난 2018년 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해 ‘거지소굴 국가들(shithole countries)’이라고 조롱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해왔다. 2022년 말 워싱턴DC에 아프리카 49개국 정상을 초대해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아프리카에 550억 달러(약 77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해 11월엔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회담을 진행했다. 지난 5월엔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아프리카 지도자로서는 16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리카의 환심을 얻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중국 견제를 위해서다. 미·중은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기술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 중인데, 아프리카에는 해당 산업들에서 필요한 천연 자원이 풍부하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를 앞세워 아프리카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고, 현재 아프리카 최대 투자·무역국이 된 상태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총 투자금은 110억 달러(약 15조원)에 달한다.
더구나 미국과 대립해온 러시아도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아프리카사령부 사령관은 지난 3월 미 의회에서 러시아가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몇몇 국가들은 이미 러시아의 영향력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니제르 군사정권은 미군 철수를 명령하고,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 결국 미군은 지난 8월 니제르에서 철수했고, 니제르 수도에는 러시아군이 배치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존의 원조 방식에서 직접적인 투자로 전략을 전환해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입지를 회복하려고 한다. 외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주요 목적이 ‘로비토 회랑’ 프로젝트 투자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비토 회랑은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 제작에 필수적인 자원을 공급하는 콩고민주공화국과 대서양에 인접한 앙골라의 로비토 항구를 잇는 철도 구축 사업이다. 이 사업은 미국 등 서방이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시행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를 강조함으로써 아프리카의 중요 자원에 대한 미국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아프리카 대륙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중국에 대응하려고 한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로비토 회랑이 앙골라 농부들이 이웃 국가의 시장에 진출하고 지역 신량 안보를 효과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도 주장한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 로비토 회랑을 둘러볼 예정이다.
이 밖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보건, 농업, 안보 협력 등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조할 예정이다. 우선, 미국과 앙골라 기업이 총 69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미국 정부 주도의 이니셔티브를 기념하고, 과거 노예들이 끌려갔던 콴자강 회랑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려는 앙골라 정부의 계획을 지지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내년 1월 퇴임 예정인 바이든 대통령의 마지막 해외 방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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