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임윤찬’ 마사야 카메이 “쇼팽, 잡힐 듯 멀어지는 신비한 존재” [인터뷰]

고승희 2024. 12. 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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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일 마포아트센터 리사이틀
마주르카·녹턴 등 쇼팽 대표곡 연주
마사야 카메이 [마포아트센터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덥수룩한 머리에 뒷걸음질 치는 듯한 표정. 그러다가도 피아노 앞에만 앉으면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까지…. 지난 2월 일본 도쿄에서였다. 임윤찬(20)과 마사야 카메이(23)가 한 무대에서 두 대의 피아노에 앉아 이중주를 연주하자, 카메이에겐 ‘일본의 임윤찬’이라는 별칭이 기다렸다는듯 따라왔다.

“그 땐 우연히 의상도 거의 똑같이 입어 멀리서 보면 정말 구별이 안 될 정도였어요. 어떤 분은 친형제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조금 쑥스럽기도 했지만, 묘하게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나요. (웃음)”

그의 연주를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어도 한국의 클래식 음악 팬들은 카메이 얼굴과 이름을 안다. 그의 이름 옆엔 늘 ‘임윤찬 닮은꼴’이라는 수사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제법 길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카메이는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콩쿠르 당시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엄청난 재능을 가진 연주자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카메이에게 임윤찬은 ‘콩쿠르 동지’이자 국경을 뛰어넘어 맺은 지음(知音)이다. 그는 임윤찬과의 듀엣 공연을 돌아보며 “리허설에서도 집중력과 음악적 통찰력이 그대로 느껴져 놀랐다. 공연에선 둘이 함께 놀듯 자연스럽게 연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시간은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음악적 접근 방식을 공유한 ‘성장과 배움’의 기회였다. 그는 “(임윤찬은) 겸손하면서도 다정한 성격을 가져, 함께하는 시간이 항상 편안하고 즐거웠다”며 “같은 세대의 피아니스트 동료가 많지 않은데, 앞으로도 인연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피아니스트 마사야 카메이 [마포아트센터 제공]

카메이는 2019년 일본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현지에서 주목 받았고, 지난해 11월엔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한국인 피아니스트 이혁과 공동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스스로도 “한국 연주자들과 인연이 깊다고 느낀다”고 했다. 임윤찬, 이혁 등 한국 연주자들에 대해 카메이는 “테크닉적으로도 탁월할 뿐만 아니라 음악적 표현과 곡 해석에 있어서도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며 “순간적인 집중력과 폭발력이 뛰어나며, 연주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분들이 많다. 항상 큰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카메이 역시 일본을 대표하는 차세대 스타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2022년 12월 일본 산토리홀에서 연 데뷔 리사이틀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일본의 또 다른 신성 하야토 스미노와 함께 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콘서트는 5000명이 넘는 관객과 만났다.

카메이는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지만, 소위 말하는 영재 교육을 밟지는 않았다. 중학교 시절까진 일반 학교를 다녔고, 고등학생 때 음악을 전공으로 택했다. 경쟁과 한계의 압박에서 벗어난 환경은 그에게 피아노에 대한 흥미와 애정을 키워줬다. 카메이는 “어린시절 다양한 활동의 경험이 연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취미로 하는 방탈출 게임을 통해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친구들과 교류한다. 다른 분야의 경험이 음악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음악에 더 풍부한 감정을 담을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고 했다.

마사야 카메이 [마포아트센터 제공]

카메이가 연주를 준비하며 가장 고민하는 것은 “곡에 대한 진심 어린 접근”이다. 스스로 “매력적으로 느끼는 곡이라야 그 감정이 관객에게도 전달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첫 내한 이후 그는 꾸준히 한국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번 한국 리사이틀 무대에선 쇼팽(12월 5일, 마포아트센터)을 골랐다. 그에게 쇼팽은 늘 도전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그는 “쇼팽은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한순간 멀어져 버리는 신비로운 존재”라며 “쇼팽의 음악은 저에게 감정을 깊이 탐구하게 하고, 음악적 표현의 한계를 넓히게 만드는 큰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공연에선 마주르카(Op.17)와 녹턴(Op.27), 발라드 3번, 폴로네즈(Op.44, Op.53)를 들려준다. 카메이는 “좋은 연주에 정답은 없지만, 쇼팽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은 만큼 그만큼 책임감도 느낀다”며 “쇼팽의 작품에서 내가 느낀 감정과 해석, 그리고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관객 분들께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귀띔했다.

그는 도전하는 음악가, 성장하는 음악가를 꿈꾼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음악가로 기억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며 신선한 감동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 음악에 진심으로 임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선배 음악가들이 쌓아온 유산을 이어받아,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상상력을 발휘해 넓히고, 깊은 탐구심으로 음악과 끊임없이 마주하는 연주자요. 아름다운 소리를 넘어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하고, 각자의 삶에 새로운 감동과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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