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반구걸법’으로 체포된 여성들, 구타·성폭행 증언
탈레반이 제정한 ‘반구걸법’에 따라 체포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성폭행과 구타를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일 가디언·잔타임스에 따르면 구걸을 하다 체포된 아프간 여성들은 자신이 구금 중 성폭행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적 학대를 비롯해 구타, 고문, 강제 노동을 당했으며 아동이 학대당하는 것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일명 ‘반구걸법’을 제정해 ‘건강하며 하루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구걸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 법에 따르면 아동과 장애인을 구걸에 동원하거나 지원을 받으면서도 구걸을 계속하는 이는 구금된다. 구걸하는 이들을 관리·분류하기 위한 위원회가 설립됐으며 지문을 비롯한 생체 데이터 채취도 가능해졌다. 수도 카불에서만 이미 5만명 이상이 법 위반으로 잡혔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 법은 경제 활동이 금지된 아프간 여성을 옥죄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세 자녀를 둔 한 여성(32)은 남편이 실종된 후 음식을 구걸하다 잡혀갔다. 그는 “탈레반 차량이 멈추더니 강제로 타라고 했다. 감옥에서 3일 밤낮을 보내며 그곳의 남성 직원들을 위해 요리하고, 청소하고, 세탁을 했다”고 말했다. 지문 채취 요구를 거절하자 의식을 잃을 때까지 구타당하고 성폭행을 당했다고도 했다. 그는 “여러 번 삶을 끝내고 싶었지만 아이들 때문에 남았다”고 했다.
또 다른 여성도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딸과 함께 구걸을 하다 15일 동안 구금됐다. 그는 “그들은 거리에서 신발을 닦는 아이들까지 구금 시설로 데려왔다. 여성들에겐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며 때리고 청소와 설거지를 시켰다”고 밝혔다. 이 여성도 자신과 다른 여성들이 구금 중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잔타임스는 “반구걸법에 따라 체포된 여성들이 성폭행과 고문을 당했다는 제보가 여러 건 접수됐다. 수감됐던 이들은 아동이 구타를 당해 사망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구걸을 하다 머리채가 잡혀 끌려간 한 여성(30)은 자신이 구금됐던 교도소에 여성과 아동 500명 이상이 있었으며 배고파 기절한 아동도 있었다고 전했다.
잔타임스는 아프간 여성 저널리스트가 주축이 된 독립 매체로 주로 아프간 여성 인권 상황을 보도한다. 이러한 보도에 탈레반 측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잔타임스와 가디언은 전했다.
탈레반은 2021년 다시 정권을 잡은 후 여성의 사회 활동을 극단적으로 제한했다. 여성에겐 초등교육만 허용했으며 민간과 공공 분야 일자리 취업을 사실상 금지했다. 또한 여성은 남성 보호자 없이 여행을 할 수 없고 공원이나 체육관도 갈 수 없다. 지난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보고서는 아프간 10대 여성에게 우울증과 자살이 두드러지며 정신건강 피해가 심각하다고 짚었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2023년 아프간 여성의 노동 참여율(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15세 이상 인구 비율)은 4.8%에 그쳤다. 1990년대 이래 15~20%를 오가던 수치가 2021년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후 5% 안팎으로 떨어졌다. 2023년 남성의 노동 참여율은 69.1%였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아프간이 여성 취업을 금지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약 5%인 연간 약 10억달러(약 1조4036억원) 상당의 대가를 치른다고 분석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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