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은폐’ 들킨 감사원 “관저 건물 미미해서 감사 안 해” 황당 답변

김남일 기자 2024. 12. 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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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관저 유령건물 보도 해명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전경.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의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감사원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지어진 70㎡ 미등기 신축 건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감사를 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감사원은 “특별한 문제가 없어 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상 감사 증거은폐에 해당하는 행위로, 탄핵이 추진되는 최재해 감사원장 등 관련자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2일 오전 최재해 원장 탄핵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달영 사무총장과 최재혁 행정안전감사국장 등이 나서 최 원장 탄핵 주요 근거인 관저 이전 부실·봐주기 감사 의혹을 적극 방어했다.

한겨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경호처가 스크린 골프장 용도로 검토했다는 관저 내 70㎡ 유령 건물이 올해 9월 감사결과 보고서에 통째로 빠진 이유 등을 다시 물었다. 앞서 한겨레는 해당 건물에 대한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 공사비 대납 의혹, 감사원과 경호처가 감사 누락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을 집중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경호처 자체 예산 1억3천만원을 들여 현대건설과 공사 계약했다. 처음에는 스크린 골프장 용도를 검토했지만 경호시설로 쓰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혹 감사를 지휘한 최재혁 국장은 “한겨레가 보도한 계약과 관련해 감사 당시에 경호처로부터 계약 목록과 자료를 제출받아 본 사실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와 체결된 것이어서 공사 자격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계약 액수도 1억3천만원으로 다른 공사에 비해 미미했다. 특별한 문제점이 없어 그 뒤로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최 국장 해명은 감사원이 작성한 감사결과 보고서 내용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최 국장은 1억3천만원이 계약 액수로 미미해 감사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이 올해 9월 공개한 감사보고서는 감사 대상 기준이 “대통령 경호처 소속 직원의 사무 공간 및 출동대기시설” “계약금액 1억원 이상 공사”라고 명시했다.

감사원은 이 기준에 따라 경호처가 예비비 또는 자체 예산으로 체결한 1억원 이상 공사 계약 22건(87억여원) 등의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했다고 감사보고서에 썼다. 해당 유령 건물 계약은 22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경호처가 1억3천만원짜리 공사 계약을 감사자료로 제출했지만, 감사원이 임의로 감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제외한 이유조차 감사보고서에 담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여서 추가 감사를 하지 않았다는 해명도 감사 업무의 기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감사는 계약 과정과 내용의 적정성 등을 살피는 것이지, 매출액 등 공사업체 규모를 기준으로 감사 여부를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 국장은 감사를 하지 않은 이유로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었던 21그램의 관저 공사 계약과 업체 선정, 시공 등이 감사 중점이었다”고도 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업체로 의혹이 집중된 21그램에 감사 역량을 집중했다는 취지다. 21그램이 감사 중점이었다는 감사원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대통령실 쪽 말만 듣고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도 밝혀내지 못했다.

최 국장은 해당 건물 계약이 “감사원이 가지고 있는 감사증거서류, 감사원이 조사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진술에도 등장하지 않는 내용”이라고 했다. 당장 감사원이 경호처로부터 계약서 등을 받았다는 설명과 모순되는 해명이다. “진술에 없다”는 해명 역시 관저 공사현장을 감독한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과 행정안전부 파견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감사원이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는 ‘자백’에 가깝다. 감사가 진행 중이던 올해 8월까지 2년째 미등기 상태였던 유령 건물에 대해 감사원이 어떤 의문도 품지 않았다는 주장인 셈이다.

감사 업무 경험이 많은 전문가는 “감사원이 감사 증거를 은폐한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자 황당한 주장을 펴고 있다. 봐주기 감사에 대한 사과와 함께 증거은폐에 관련된 이들을 조사하고 감사원 스스로 직권재심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감사원이 고의로 감사 증거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원법은 ‘감사원의 판정이 위법 또는 부당함을 발견했을 때 감사원 직권으로 재심의할 수 있다’는 직권재심의 조항을 두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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