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협약 무산…"개최국 한국 실망스러워"
플라스틱 규제 선언 동참했지만…경제적 한계도
정부 "추가회의에 적극 참여, 선도적 역할할 것"
부산에서 열린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가 합의 도출 없이 폐막하자 환경단체들은 우리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회의 주최국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2일 성명을 내고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개최국인 한국 정부가 매우 실망스러운 행태를 보였다"며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생산감축을 제안하는 제안서에는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계 4위 플라스틱 생산국임에도 플라스틱 오염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도 "이번 협상에서 성안을 이루지 못한 데에 주최국인 한국 정부의 준비 미흡과 무성의함에 대한 비판도 피할 수 없다"며 "한국 정부는 협상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조용했다. 한국 정부는 주최국으로서 어떠한 외교력도 발휘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그린피스는 "한국 정부는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우호국 연합' 소속 국가이자 협상회의 개최국이었고, 그만큼 많은 영향력을 가졌지만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위한 적극 행보를 일체 보이지 않았다"며 "세계 시민을 실망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INC-5는 일주일간 협상 끝에 이날 새벽 3시 종료됐다. 당초 1일 종료 예정이었으나, 마지막까지 치열한 협상이 지속돼 기한을 넘겼다.
국제플라스틱협약은 전세계적 플라스틱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UN환경계획(UNEP)의 주도로 추진됐다. 정부간 협상위원회(INC)를 통해 생산부터 폐기까지 플라스틱의 전체 생애주기를 포괄적으로 합의한다는 것이다. 2년전 우루과이에서 INC-1이 개최된 이래 이번 부산에서의 INC-5로 국제적 협상을 완료한다는 게 UNEP의 목표였다.
지난해 INC-5의 부산 개최가 확정됐을 때 정부는 "마지막 협상회의인 INC-5를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해 플라스틱 오염 종식 및 순환경제 전환을 선도하는 환경분야 국제규범 형성에 기여할 예정"이라고 선언했다. 정부는 당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포부를 냈다.
정부는 아울러 "INC-5에서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강력하고 단합된 의지를 재확인한다"던 '플라스틱 오염종식을 위한 우호국 연합'(High Ambition Coalition) 64개국 공동성명에도 참여한 상태였다.
하지만 결국 플라스틱 협약의 체결은 제3국에서 내년에 열릴 추가회의(INC-5.2) 이후로 미뤄졌다. INC-5에서 정부의 역할이 미흡했던 점이 합의 무산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게 환경단체들 일관된 평가다. "마지막 본회의 3시간 전 환경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이 협상장에 등장해 '협상 타결 시도'라는 제목의 사진만 남겼을 뿐"(녹색연합)이라는 지적이다.
협상 무산의 궁극적 원인은 INC 참가국 간 이해가 첨예하게 갈린 데 있다. 핵심적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 문제였다. 플라스틱 대량 생산국과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는 산유국 중심으로 이견이 제기됐다.
이번 회기 중 파나마, 멕시코, EU 등이 플라스틱 감축 제안서를 제출해, 178개 참여국 중 100개국 이상 과반 동의를 확보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은 폐기물 관리가 문제일 뿐이므로 원료 추출과 생산에서의 규제는 불필요하다고 맞섰다.
우리나라 역시 플라스틱 대량 생산국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손실을 간과하기 여러웠다. 플라스틱(합성수지) 지난해 229억4400만달러를 벌어들인 5위 수출상품이었다. 독일의 통계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플라스틱 생산량에서 우리나라는 중국·미국·독일·사우디에 이어 세계 5위이기도 했다.
정부는 다음 회의에서 협상이 타결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비록 INC-5에서 협약이 성안되지는 못했지만, 향후 추가 협상회의에 적극 참여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통해 국제사회의 플라스틱 오염 종식 노력이 진전될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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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장관순 기자 ksj081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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