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의 이전’ 통한 내수활성화…‘골든타임’ 걷어차버린 국회 [이슈&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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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노인에게 자산을 물려주는 나라' 고령화로 대한민국의 부(富)가 늙어가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정작 투자나 소비의지가 있는 젊은이들은 모아놓은 돈이 없어 제약이 크고, 경제 활동 반경이 좁은 50대 이상 세대가 8090세대 부모로부터 갑자기 자산을 물려받아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의 허리인 3040세대의 중산층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민생 곳곳에 돈이 흘러들어가게 하려면, '부의 이전'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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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 이젠 중산층 민생 문제
“자산 이전 통해 경제활력 살려야”
국회의장·여야원내대표 긴급회동
‘노인이 노인에게 자산을 물려주는 나라’ 고령화로 대한민국의 부(富)가 늙어가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정작 투자나 소비의지가 있는 젊은이들은 모아놓은 돈이 없어 제약이 크고, 경제 활동 반경이 좁은 50대 이상 세대가 8090세대 부모로부터 갑자기 자산을 물려받아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한국 경제의 ‘1%대 저성장’이 경고된 가운데, 지갑을 열고 내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산의 이전을 보다 쉽게 터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적 움직임에 거대 야당이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기사 3·6면
이들은 상속세 감면을 최고 50%로 끌어올리자는 정책적 변화를 ‘초부자 감세’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노(老老)상속만 이뤄지고 있다. 경제의 허리인 3040세대의 중산층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민생 곳곳에 돈이 흘러들어가게 하려면, ‘부의 이전’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초부자 감세’라는 편향된 정치적 프레임에 갇힌 상속·증여세를 내수 활성화를 위한 중산층의 민생 문제로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부의 이전’ 제동…경제 활력도 비관 전망=2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 중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속증여세법)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세법개정안 주요 내용은 현행 최고 상속·증여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공제를 현행(10년간 5000만원) 10배 수준인 5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이다. ‘초부자 감세’의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의 부결 방침으로 세법개정안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가 부과된 피상속인이 80세 이상인 경우는 1만712건으로 전체 상속 건수의 53.7%에 달했다. 이들이 물려준 재산은 총 20조3200억원으로 1년 만에 3조9100억원가량 늘었다. 이는 2018년(6조6100억원)과 비교해 3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80대 이상 노인의 상속 재산은 자녀 세대인 5060에 이전되는 경우가 다수다. 5년 만에 노노(老老)상속 3배가 넘는 규모로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같은 현상은 향후 더 강화될 전망이다. 헤럴드경제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3년 말 기준 전체 가계 자산 중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6.7%, 60대는 24.7%로 30세 미만(1%), 30대(10%), 40대(21.6%)에 비해 높다.
대한민국 부의 절반 이상을 틀어쥔 5060세대가 지금처럼 사전 증여도 없이 노인 연령에 진입할 경우, 부의 고령화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부의 이전 없이 자녀 세대의 부가 증식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에 높은 세금 문턱이 유지되며 자산 이전이 이루어지지 않을 시, 향후 경제 활력이 더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서울 아파트만 물려줘도 ‘부자’ 프레임=최고세율(10억원 이상 50%) 감면이 ‘부자 감세’ 시각에 대해서도 과도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10억78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5060 세대 자산 대부분은 60% 이상은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 선택지가 부동산 증여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파트 한 채를 물려주고자 해도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얘기다.
또 한국의 상속·증여세 문턱은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현저히 높다. 현행 우리나라에서는 자녀에게 10년간 최대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의 공제 한도가 적용되고 있다. 1997년 이후 변화가 없었던 공제금액은 지난 2015년 3000만원에서 2000만원 늘었을 뿐이다. 반면 미국의 유산세와 증여세 공제 한도(1361만달러·190억원)는 1997년 기준 60만달러(8억4000만원)에서 2200%가량 늘었다.
심지어 OECD 국가 중 상속·증여세율 1위(55%)에 해당하는 일본에서도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며 부의 이전을 촉진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높은 자산 이전 문턱이 저성장을 부추길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도래한 결과다. 상속세 부과 가능성을 높여, 사전증여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고윤성 한국외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제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증여재산 공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회동을 갖고 민주당의 예산감액안 단독처리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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