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과·알·세] AGI 주춧돌 놓는 ETRI… 저전력·고성능 `AI반도체` 만든다
복잡한 연산처리 최적화한 'AB9'
설계 플랫폼 '리스크-파이브'도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속한 기술 발전에 따라 AI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술 주도권 경쟁이 뜨겁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전 세계 AI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지만, 막대한 전력 소모와 비용 문제 때문에 이를 대체하면서 AI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저전력·고성능 AI반도체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17년 국내 최초의 AI반도체 '알데바란' 개발을 시작으로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를 중심으로 초저전력·초고성능 차세대 AI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범용 AI(AGI) 실현을 위한 ETRI의 AI반도체 기술개발 성과와 현황, 뉴로모픽 반도체, 온디바이스 반도체, 엣지 반도체 등의 개발 계획을 살펴본다.
AI 기술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면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분석하는 고성능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GPU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AI반도체 개발 경쟁이 주요 국과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가속화하면서 AI 기술 주권 확보의 핵심 고리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ETRI가 AI반도체 기술 경쟁의 최전선에 뛰어들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더 작고 가볍고 강하게… 차세대 NPU 개발 착착
ETRI는 2017년부터 AI 인공신경망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 연구를 시작해 국내 최초의 AI반도체인 '알데바란(AB)1'부터 '아트브레인(AB)9'까지 총 6개를 개발하며 AI반도체 설계 기술을 축적해 왔다. 2020년에 선보인 AB9은 ETRI가 자체 개발한 AI반도체의 새로운 버전으로, NPU에 기반을 둬 딥러닝과 같이 복잡한 연산 처리에 최적화된 칩이다. 기존 상용제품에 비해 연산 능력이 뛰어나면서 전력 소모량은 대폭 낮춘 게 강점이다.
실제로 전구를 켜는 정도인 15와트의 적은 전력으로, 40테라플롭스(TFLPOS, 1초에 40조번 연산) 수준의 연산 능력을 가진다. 이는 기존 상용제품보다 전력당 연산능력은 최대 25배 높이면서 전력소모량은 20분의 1 정도로 줄인 것이다. 28나노공정을 통해 칩 크기를 작게 만들어 500원짜리 동전 크기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30테라플롭스 이상의 성능을 가지는 GPU의 전력 소모량은 100∼200와트에 달한다.
◇AI반도체로 슈퍼컴 경쟁력도 높인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슈퍼컴퓨터용 AI반도체 칩 개발에도 성공했다. 'K-AB21'로 명명된 시스템온칩(SoC) 형태의 슈퍼컴퓨터용 가속기로, 범용 프로세서와 64비트 병렬 연산기가 통합·내장돼 8테라플롭스 성능을 가진다. 슈퍼컴퓨터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등은 범용가속기를 도입해 연산 성능을 높여가고 있다. K-AB21는 100억개의 트랜지스터가 탑재돼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초병렬 프로세서로, 일종의 GPU 역할을 한다. 12나노 공정에서 제작돼 세계 최고의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글로벌 빅테크들이 독식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분야 AI 가속기 기술 주권 확보에 기여할 전망이다.
ETRI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AI반도체 칩뿐 아니라 이를 구동·제어하는 SW플랫폼과 메인 컨트롤러 등 중앙처리장치(CPU) 관련 기술 역량도 확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설계 자산 분야의 개방형 아키텍처인 리스크-파이브(RISC-V) 기반으로 시스템반도체 칩을 쉽고 빠르게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 '리스크-파이브 익스프레스(RVX)'를 개발했다. 시스템반도체 설계에 필수적인 CPU 구조와 설계 자산 등이 오픈소스로 공개된 리스크-파이브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라이선스 비용 없이 맞춤형으로 반도체 칩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설계 플랫폼 기술이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목표 성능에 적합한 반도체 설계 자산을 선택하고 설계 버튼을 누르면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다.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ARM사의 CPU가 90% 이상 차지하는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분야에 특화된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저전력 특성을 갖춰, 사용자 목적에 맞는 시스템반도체의 자동 설계를 지원한다.
◇NPU 보드로 GPU 한계 극복… AI시스템으로 초거대 인공신경망 구현
ETRI는 이와 함께 자체 개발한 AI반도체 칩을 내장한 NPU 보드 'ABrain-S'와 인공지능 시스템 'ArtBrain-K'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다. NPU 보드는 AB9을 기반으로 독자 설계해 부피가 작고 전력 소모도 낮아 GPU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기존 GPU 보드는 부피가 커서 1개 서버 노드에 6∼7개밖에 장착할 수 없고, 전력 소모가 높은 반면 AB9이 내장된 NPU 보드는 1개 서버 노드에 최대 20개씩 장착할 수 있다.
여기에 서버 노드 8개를 쌓아 랙서버 형태로 구성된 인공지능 시스템은 최대 5페타플롭스 성능을 발휘해 서버 1개당 1초에 약 5000조회 연산을 지원한다. NPU 보드와 인공지능 시스템을 데이터센터 등에 적용하면 트랜스포머 계열 AI 알고리즘 등 초거대 인공신경망과 같은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학습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승찬 ETRI 원장은 "AI반도체는 단순한 기술혁신을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도할 기술패권 경쟁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AI반도체 분야의 선도적 연구기관으로, 차세대 AI반도체 개발에 주력해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기관 역량을 총결집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ETRI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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