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쏟아붓고 싶었는데…" 대구 원클럽맨의 '뜨거운 눈물'이 설명하는 강등전쟁의 중압감[현장에서]
[대구=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혹자는 K리그 강등전쟁이 흥행카드라지만, '전쟁 참가자'들에겐 죽고 사는 문제라 조금의 즐길 여유도 없다. 지난 1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충남아산과의 '하나은행 K리그 2024'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만난 대구FC 한 고위층 관계자는 "정말 못 해먹겠다"고 심적 고통을 토로했고, 얼마 전 결혼한 대구 사내 커플은 예정된 몰디브 신혼여행을 앞두고 '혹여나 대구가 강등될까' 마지막 경기 당일 오전까지 주변 동료의 눈치를 봐야 했다. 박창현 대구 감독부터 신인 선수까지, 조광래 대구 대표이사부터 말단 사원까지, 두 발 뻗고 숙면을 취한 상태에서 경기장에 온 대구인들은 아마도 없었으리라.
120분 연장 혈투를 마치고 대구의 잔류를 알리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단, 스태프, 프런트, 팬들 할 것 없이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이동준 대구 경영기획부장은 "2013년 팀이 강등될 때도 울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경기가 끝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라고 말했다.
아쉽게 승격이 무산된 충남아산의 김현석 감독의 눈물을 포함해 이날 '대팍'(DGB대구은행파크) 위에 뚝뚝 떨어진 수많은 눈물 중 가장 뭉클했던 눈물은 대구 부주장 장성원이 경기 중에 흘린 눈물이 아니었을까. 이날 부상한 베테랑 홍철을 대신해 왼쪽 윙백으로 맹활약을 펼치던 장성원은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15분 고재현과 교체됐다. 교체되기에 앞서 한 차례 다리 통증을 호소한 장성원은 간단한 치료를 받은 뒤 다시 그라운드에 올랐지만, 도저히 뛸 수 없다는 판단으로 잔디 위에 주저앉았다. 의료진의 부축을 받으며 절뚝절뚝 벤치로 향하던 장성원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대구팬은 "울지마!"라고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왜 울었을까.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장성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올해 내가 부주장을 맡은 시즌에 이런 성적이 나와 '내 탓'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잔류했으니까 성공한 시즌이라는 생각도 들어 만감이 교차했다"고 눈물을 흘린 순간을 돌아봤다. 이어 "축구 인생을 통틀어 가장 간절하게 뛴 경기였다. 모든 걸 쏟아붓고 싶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부상으로 교체돼 나오니 아쉬운 마음이 너무 컸다. 팀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눈물이 계속 났던 것 같다"고 했다.
2018년 입단해 7시즌째 대구에서만 활약 중인 '원클럽맨' 장성원의 진심이 선수단에 전해진 걸까. 1차전 원정에서 3대4로 패하고 돌아온 대구는 갈비뼈 부상을 안고 뛴 세징야의 전반 추가시간 5분 선제골로 합산점수 4-4 동점을 만들었고, 장성원이 교체된 이후 시점인 후반 38분 에드가의 감각적인 뒷발 슛으로 승강 PO에 돌입해 처음으로 리드를 잡았다. 후반 추가시간 7분 에드가의 핸드볼 파울에 의해 주닝요에게 페널티킥 만회골을 허용하며 박창현 대구 감독의 목표대로 90분 내에 경기를 끝내진 못했지만, 연장전반 3분 이찬동의 발리 골로 잔류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3대1 승리, 합산 6대5로 강등 위기를 벗어났다.
장성원은 "선수들은 다 알겠지만, 뛰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더 조마조마하다.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며 "에드가가 골을 넣었을 때도 눈물이 났다. 후반 추가시간에 주닝요에게 실점했지만, 우리가 이길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줘서 고마운 마음"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역대급 승강 PO가 모두 끝난 이후에야 미소를 되찾았다.
지난 4월 시즌 중 부임해 팀을 잔류로 이끈 박 감독은 리그 11위에 처져 승강 PO를 통해 살아난 올 시즌을 '실패'이라고 냉정하게 규정했다. 2023년 승강 PO를 거쳐 올해 K리그1에서 돌풍을 일으킨 강원(2위), 수원FC(5위)의 사례를 따라 더 다이내믹한 축구로 더 나은 위치에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합 72세인 '세드가'(세징야+에드가)의 의존도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세징야도 "나이가 들수록 나도 힘들어진다. 내년에는 구단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더 좋은 축구를 해야 한다. 그래야 한 번 더 코리아컵 우승을 하고,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의 2025시즌은 승강 PO 2차전 직후부터 시작된 것과 다름없다.
대구=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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